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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Jun 02. 2018

꼰대와 팔로워십(followership)

일방적인 팔로워십은 틀렸다.

한 중학교의 수업시간. 껌을 씹는 학생을 발견한 교사가 껌을 뱉으라고 한다. 그러나 학생은 당돌하게도 싫다고 말한다. 과연 그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몇 년 전 한 고등학교에서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사가 학생에게 앉았다 일어서기를 무려 800번을 시켜 학생의 허벅지 근육이 파열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접한 한 방송사의 기자가 쓴 기사엔 위와 같이 수업시간에 껌을 씹은 학생의 이야기가 나온다. 껌을 뱉지 않고 반항(?)한 학생의 말로는 우리가 예상한 대로다. 선생님한테 호통을 들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업이 끝난 후 교무실에서 벌을 받고 열 장의 반성문을 써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자는 이런 경험이 있고 10년 후 교환학생으로 갔던 핀란드의 학교 이야기를 덧붙였다.

꽤나 보수적이고 꼬장꼬장한 영국 출신 교수의 수업시간에 프랑스 학생이 모자를 쓰고 앉아 있었다. 이를 본 교수가 당장 모자를 벗어라고 했지만 학생의 대답은 “나는 모자를 쓰고 싶습니다. 교수님이 상관할 바 아니죠”였다. 10년 전 기억 때문인지 기자는 오히려 자신이 긴장했고 교수님의 말을 듣지 않고 분란을 만드는 그 학생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교수의 반응은 기자의 예상과는 달랐다. 교수의 반응을 원문대로 옮겨본다.

“나는 수업할 때 학생들의 눈을 보는 걸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눈을 보고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느끼고, 그걸 통해 피드백을 한다. 그런데 모자를 쓰면 그걸 느끼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거다. 네가 모자 쓰길 고집하는 건 나의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으로, 다른 학생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만일 모자를 벗을 수 없다면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을 위해서라도 교실에서 나가라.”

결국 프랑스 학생은 모자를 벗었고 수업이 이어졌다. 그 후 프랑스 학생은 교수님께 매번 예의를 갖춰 깍듯이 대했던 기자보다 높은 A학점을 받았다고 한다. 그 사건에 대한 교수의 보복은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기업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일을 시킨다. 그런데 부하직원은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 과연 상사는 어떤 생각이 들까? “맞아! 요즘 젊은것들은 예전 같지가 않아. 위아래도 없고, 헝그리 정신도 없고, 열정도 없고, 배짱도 없고, 무엇보다 예의가 없어!”라고? 그래서인가 요즘은 기업마다 직원들의 ‘팔로워십(followership)’ 함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대가 변했고 사람이 변했다. 이젠 리더의 역량만으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요원해졌다. 조직은 대부분의 팔로어와 극히 소수의 리더들이 존재한다. 최상위 리더를 제외한 대부분의 리더는 리더임과 동시에 팔로어다. 팔로워십의 대가 로버트 켈리에 의하면 팔로어는 소외형, 수동형, 순응형, 실무형, 모범형의 유형으로 나뉜다. 그중 가장 이상적인 유형은 모범형 팔로어로 그 특징은 자주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 리더의 힘을 강화시키고 자신의 가치와 업무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또 원활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화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리더와 동료에게 질문하며 능동적으로 배우는 한편 용기 있는 양심을 발휘하며 믿음에 따라 행동한다. 그런데 리더들은 정말 이런 팔로어를 원할까?


"팀장님! 제 생각에 팀장님의 아이디어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다면 효율적이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자주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의 직원. "부장님! 지금 하신 말씀을 제가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러는데,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제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하는 질문 하며 능동적으로 배우려는 직원. 과연 이런 (모범형) 팔로워들을 품을 수 있는 큰 리더들이 있을까? 

이상적인 팔로워십은 리더가 준비되었을 때 발현된다. 모자를 벗고 싶지 않은 학생에게 벗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고, 벗기 싫다는 의사를 자신의 교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권위로 보복하지 않을 리더십을 가지고 있을 때 팔로어들은 이상적인 팔로워십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리더와 팔로어는 상하관계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팔로워십은 상사의 지시를 무조건 따르거나 지지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발견해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리더십에 한 가지 덕목이 더 포함되어야 한다. 팔로어십을 가진 팔로어를 품을 줄 아는 능력 말이다.

가을이 되면 따뜻한 곳으로 이동을 하는 기러기떼를 볼 수 있다. 이동하는 기러기떼가 V자 대형으로 날아가는 것은 공기 저항을 막기 위함이다. 맨 앞에서 길잡이를 하는 기러기가 날갯짓을 하면 맞바람과 부딪쳐 소용돌이 상승기류가 발생하고 뒤의 기러기는 그 상승기류를 이용하여 맞바람의 저항을 덜 받고 힘을 아끼면서 날아갈 수 있다. 혼자서 날아갈 때보다 70%를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맨 앞의 기러기는 뒤로 가고 다른 기러기가 앞으로 나선다. 

진정한 리더는 팔로어가 만든다. 그리고 리더를 세우는 팔로어는 리더가 만든다. 이쯤 되면 리더십, 팔로워십을 구분할 것이 아니라 기러기처럼 함께 날아가는 파트너십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싶다면, 우리의 부하직원들이 더 열정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게 하고 싶다면 우리의 ‘꼰대 지수’를 낮출 필요가 있다. 시대가 바뀐 것을 감지하고 그들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이해하고 도전을 받아들이고 내 지식의 유효기간이 지났을 수 있음을 인정하라. 이게 안 되는 사람이 꼰대다. 


꼰대라는 말이 불쾌한가? 그렇다면 당신은 꼰대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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