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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정 Jul 24. 2018

아들의 결혼 선물로 이런건 어떨까?

보티첼리의 <자유학예 모임앞의 젊은 남자>

아들만 하나 기르고 있는 나는  국가발전에 이바지하지 못한 불충(?)이지만 그래도 내겐 무엇보다 소중한 자식이니 이 아이가 장성하여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된다.


가문에 음악의 피가 흐르는 지인은 아들이 군대 가기 전 가까운 주변사람들을 불러 엄마와 아들이 함께하는 콘서트를 연적이 있었다. 물론 엄마는 취미로 하는 음악이라 했고, 아들은 전공을 살려 군악대로 입대를 한다 했다. 아들의 반주에 엄마가 부르는 재즈는 내 마음엔 단연코 최고의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내내 나는 내 아이의 앞에 놓은 많은 특별한 순간들을 어떻게 기념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이 흘러 아들이 결혼을 준비하게 될 때 아들이 살게될 집의 거실 벽 좌우에 대형 벽화를 그려주는 것! 그것도 그 시절 가장 촉망받는 화가에게 의뢰해, 아들의 삶을 상징하는 벽화 하나, 며느리의 삶을 상징하는 벽화 하나 이렇게.

내가 주문해 제작된 그 작품들은 아들 이후 대대손손 전해지다가 어느 순간, 지금 우리가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보고 느끼는 만큼의 그 감동을 후세에 남겨주면 어떨까? 또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증조할머니에 할머니에 할머니가 만들어준 그림 덕분에 후대의 누군가가 여유롭게 살 수 있다면 그건 또 어떨까?


그렇다...조금 오버스런 생각이다.



그런데 400여년 전 나와같은 마음의 아버지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 조반니 토르나부오니(Giovanni Tornabuoni)다. 위의 상상은 사실 그의 스토리를 들으며 내가 만들어낸 가정이다.


조반니 토르나부오니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르네상스를 만들었다 평가받는) 메디치가문과 필적할만한 부를 가진 가문의 사람이었다. 그는 27살에 메디치 가문의 가업인 메디치 은행의 로마 지점장에 올랐는데 메디치 은행의 총수익의 64%가 로마지점에서 나왔다하니 요직중의 요직에 있었던 사람이다. 피렌체 공화국을 실제적으로 통치하는 메디치 가문의 녹을 먹으며 뒤로는 개인적인 부를 챙기기에 급급했던 그들은 사회의 신흥 부자로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귀족들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벽화제작이었다. 조반니의 아들 로렌초가 장성하여 또다른 부호 알비치 가문의 조반나와 결혼하게 되자 그는 아들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별장인 ‘빌라 렘미’의 벽을 장식하기 위해 벽화를 의뢰한 것이다. 누구에게? 바로 그 유명한 산드로 보티첼리에게!


산드로 보티첼리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화가다.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제작한 벽화가 바로 아래의 그림 <자유학예모임 앞의 젊은 남자 (Jeune homme devant l'Assemblée des Arts Libéraux)> 다.




자유학예란 고대에 있어서 자유로운 신분을 가진 시민이 기본적으로 공부해야할 기본적인 교양과목을 말하는데 문법, 웅변술(수사학), 변증법(논리학) 그리고 산술, 기하학, 음악, 천문학 이렇게 총 7과목을 가르킨다. 그 위에 상위 개념으로 문서학이나 철학이 추가 되기도 한다.


왼쪽의 젊은 남자, 즉 로렌초 토르나부오니는 한 여성의 손에 이끌려 다른 여성의 무리앞에 도착하는데 이 그림의 제목 <자유학예모임 앞의 젊은 남자>에서 알 수 있듯 남자 앞에 서 있는 여성들은 바로 "자유학예"가 의인화 된 것이다.


아래그림을 보자. 왼쪽에 푸른색 옷에 두루마리를 들고 있는 여성은 ‘수사학’, 전갈을 든 여성은 ‘논리학’, 수학 공식이 쓰여진 종이를 든 여성은 ‘산술’의 의인상이다.


아래 그림엔 왼쪽에  탬버린 과 소형 오르간을 든 ‘음악’ 그 옆에는 천구를 든 ‘천문학’ 또 그 옆에는 꺽어진 기역자 모양의 삼각자를 든 '기하학'이 위치하고 있다..


로렌초가 이 모임 앞으로 이끌려 간다는 것은 그가 교양인으로서 다양하고 포괄적인 교육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로렌초는 1480년대 중반 고전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문학, 언어, 철학 등을 집중적으로 배웠다고 한다.



"내 아들의 수준이 이정도야~"라는 아버지 그리고 가문의 자부심을 이렇게 만족스럽고 드라마틱하게 표현해 준 보티첼리의 창의력이 놀랍기만 하다.




또한 <자유학예모임 앞의 젊은 남자> 벽화와 함께 만들어진 작품은 로렌초의 아내 조반나를 위한 그림인데(시아버지 이름이 조반니, 며느리 이름이 조반나... ) 보티첼리는 그녀를 사랑의 신 비너스와 미의 세 여신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사랑의 선물을 전하는 비너스의 오른편에 사랑의 신 아기 큐피드가 보인다.

 


이 그림은 루브르 박물관의 드농관에 들어가게 되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그림이다.




빨리-많이-대충 에서 천천히-깊게-대화하는 여행을 만들어주는... 그림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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