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정 Aug 03. 2018

침묵은 금, 말은 다이아몬드

'말'은 인간이 가진 가장 부드러운 무기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서 형제를 키우는 주부가 있었다. 직장과 집을 오가며 빠듯하게 살고 있는 그녀에게 아들 둘은 언제나 꿈이자 삶의 이유였다. 직장에서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그녀의 지친 모습을 보고 6학년짜리 큰 아들이 말했다. 


“어! 벤처기업 사장님. 왜 그렇게 지치셨어요?” 


그날, 그녀는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아들의 “사장”이라는 말에 날카로워졌다. 


“이 녀석아. 엄마가 사장이면 이러고 살겠니? 벤처기업 사장은 무슨…” 


마음 가는 데로 말을 내뱉고 나니 문득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는 잠시 당황하는가 싶더니 이내 싱글거리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미래의 훌륭한 인재 2명을 키워내고 있으니 벤처기업 사장이지!”  




잭 웰치는 어릴 적 지독한 말더듬증이 있었다고 한다. 말 더듬 때문에 친구들을 사귀는 일도 학업을 지속하는 일도 어려웠는데, 이런 잭 웰치에게 엄마는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다. 


“너는 머리가 너무 좋아서 혀가 아직 못 쫓아가는 거야.” 


(“내 말에 상처받았니”에서 발췌) 



우리는 말을 하며 산다. 말이란 것은 나의 생각이나 정보, 신념, 가치관등을 음성언어를 통하여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사회적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다. 


대인 커뮤니케이션의 상당한 부분이 '말'이라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고, '말'을 하거나 들음으로 우리는 관계나 조직을 유지한다. 


그러나 세상 많은 것이 그렇듯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어 그것에 대한 가치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말이란 것은 태어나면서 언어를 위한 발성기관과 조음기관의 조건만 갖춘다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소통의 수단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말로 상대를 설득하여 원하는 것을 이루는가 하면 누군가는 말로 톡톡히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하기도 하고, 그의 지적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 이기도 하다. 


예전엔 말 잘하기에 대한 관심이 기업의 리더나 고객을 설득하는 세일즈맨들의 전유물이었던 적이 있었다. 번지르르한 말솜씨가 오히려 신뢰감 형성에 저해가 되는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면접을 앞둔 청년들은 물론, 학교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초등학생, 아파트의 부녀회장님까지도 말 잘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노력한다. 나아가 연애 못하는 청춘들을 위한 연애에 성공하는 말하기 특강이 성행하고 있다니 세상은 “침묵은 금”의 시대에서 “말은 다이아몬드”시대로 급변하고 있는듯하다. 


말은 인간이 가진 가장 부드러운 무기다.

기억해야 할 것은 입안의 세치 혀가 성공적 관계를 위한 마술봉이 될 수도, 상대를 해하는 치명적인 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정치인들의 경우 말 한마디로 폭망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들은 '말'이라는 무기의 위력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남용 한 탓에 그 공격의 끝이 결국은 자신을 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말이 닿는 지점에 이해와 소통의 씨앗이 심어지고 그것이 행복과 희망으로 발아한다면 비로소 말이 인간이 갖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서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아닐까?


비록 어리지만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스스로 벤처기업의 상품이 된 6학년짜리 아들처럼, 어떤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절대 주눅 들지 않도록 애정과 격려로 세계적인 리더를 키워낸 잭 웰치의 엄마처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할머니 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