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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과 시간에 대하여

by 만자이

시간은 항상 느린 것 같다가도 빠르게 지나가고 느리게 갔으면 하는 시간도, 빨리 갔으면 하는 시간도 많아서 혼란스럽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여유로운 순간은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하고, 하지만 나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현재의 시간은 빠르게 갔으면 하고

자녀들이 빨리 커서 나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기를, 하지만 지금의 자녀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느리게 가서 나의 행복이 오래 지속될 수 있기를.


특히 가족들과의 시간이 빨리 가고 있고 얼마 남지 않았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단순히 생각해도

15살 많은 부장님들 부친께서 돌아가시고
내가 20살이 되기 전 돌아가신 나의 할아버지들을 생각하면
나의 아들이 20살이 되려면 17년 정도가 남았고
17번의 명절을 지나면 그때가 된다는 것인데
17번의 여름이 지나면 그때가 된다는 것이고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있어야 할 가족이 내 곁에 없다면
나는 무너져 내리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나의 고통을 위해선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고
나의 행복을 위해선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좋겠음을

남들에 비해서도 난 부모님께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항상 아쉽고 매우 슬프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겪는 헤어짐의 빈도와 강도를 갖고 있음에도 헤어짐은 항상 아쉽고 아련하고 그립다. 사람들은 예전보다 헤어짐을 더 많이 겪으면서 더욱더 공허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우리 할아버지 세 대 때만 하더라도 가족들이 한평생 같이 살면서 큰 헤어짐 없이 살아가면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적지 않았을까. 지금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연락이 뜸해진 많은 친구들이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나의 옛 친구들이 생각난다. 그때는 영원히 같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소중한지 몰랐고 큰 노력을 들이려고 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욱더 상처도 주고 무신경하게 연락도 하지 않으면서 지냈었는데 가끔씩 사무치는 그리움이 있다. 이제는 연락할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더 옛 친구에게의 한 소절이 내 마음속에서 진해지고 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밤엔 난 널 위해 기도 해. 아직도 나를 기억한다면 날 용서해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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