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엄마는 미술이 직업인 사람이다.
연애때도,결혼후에도 아내가 그림을 그리는것을 본 적이 없다.
"그림 좀 그려봐~ 얼마나 잘 그리는지 좀 보자~"
"애 키우기도 힘들어~ 그림은 무슨..."
"미술 한 사람 맞아? 좀 보여줘봐~"
"됐다고..."
항상 이렇게 넘어갔다.
나는 항상 아내의 그림 실력이 궁금했지만 절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아니다. 딱 한번 본적이 있었다.
아이가 서너살때 같이 동물원에 간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늑대,코끼리를 종이에 끄적끄적 스케치하듯 그린것을 우연히 본적이 있다.
내가 뺏어가려니 놀란듯 종이를 구겨 주머니에 넣어버렸고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15년 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들의 폭주가 계속되던 올해 초 아내는 트라우마 치료를 시작했다.
매 주 토요일 트라우마 센터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의식과 꿈'이란 주제를 가지고 공부를 하는 듯 보였다.
침대 머리맡에는 항상 노트와 펜이 있어 아침에 눈을 뜨면 꿈을 적어 나갔다.
그리고 그 꿈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여 트라우마 센터에 제출하고 상담을 이어나갔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 엄마의 첫 그림
올해 5월의 어느날...
저녁을 먹고 아내가 갑자기 팬트리 룸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왜 갑자기 정리를 해?"
"여보, 컴퓨터방에 있는 미니책상좀 이 쪽으로 옮겨줘. 여기 잡동사니는 내가 치우고 있을게."
"왜 갑자기 정리를 하고 책상을 가져오라 해?"
"일단 좀 해줘. 필요하니깐 그래"
"그림 그리게?"
"몰라..."
그 몰라의 대답은 그림 그릴 공간이 필요하니 셋팅을 좀 도와달라라는 말로 들렸다.
그렇게 책상과 의자 셋팅을 해주니 팬트리 구석지에 쳐박혀있던 각종 미술도구를 꺼내 책상위에 셋팅을 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그림을 그리는 것인가...'
속으로만 생각했다.
'찰칵"
방문이 잡겼다.
아이의 엄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듯 하다.
궁금했지만 나는 잠들었고 아내는 한참을 거기서 있는 듯 하다.
다음날 아침 눈이 뜨자마자 2장의 그림이 눈에 보였다.
얼마동안 그렸는지 모를 2장의 울고있는 아이와 소녀의 모습이었다.
한참을 보다가 나는 먼저 출근을 했다.
아이와 소녀는 어찌 이리도 서럽게 울고 있을까...
퇴근해서 자세하게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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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