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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브니어 Dave Near Aug 23. 2016

향긋한 맥주가 있어?!

독일의 맥주, 파울라너를 소개합니다.

맥주는 쓰다고 느끼는 분은 혀가 정상이다. 맥주는 쓰다. 특히 홉(hop)의 맛이 쓴맛을 담당한다. 쓴 맥주를 흔히 hoppy하다고 표현한다.


보통 맥주에는 단맛도 주를 이룬다. 단맛이 얼마나 되나(Sweety), 얼마나 쌉쌀한가(hoppy), 다른 풍미와 맛이 있는가(flavor)로 구별한다. 쓴맛은 특히 주를 이룬다. 탄산이 많은 맥주와 쓴맛을 착각하기도 하는게 두 개는 엄연히 구별되는 영역이다.


맥주에 대해 전혀 아무것도 모를 때, 나와 맥주를 처음 먹어준 형님은 바로 목사였다. 목사가 술이라고? 그도 사람인데 다른 교인들에게 폐가 될까봐 마시고 싶은 술도 못마시고 절제하며 살고 있었다. 마침 삶에 여러 어려움이 많던 나를 위로하고 함께 삶을 나누면서 형님과 나는 치맥을 많이 했다. 형님은 신분은 목사인데 한 비영리단체의 사무국장이기도 했고 그 사무실이 교대에 있었다. 시간이 되면 둘은 교대 어느 치킨집에 모여 고단한 삶을 나누고 서로의 신앙을 다졌다. 치킨을 워낙 좋아하던 나는 교대의 그 치킨집의 엄청난 튀김실력에 매료되던 차, 그곳은 수제맥주들을 맘대로 잔과 함께 꺼내어 먹고 후불로 계산을 하는 곳이었다.


요즘은 수제맥주집이 많지만 2013년 무렵만해도 그런 스타일은 특히 교대에서는 접하기 힘든 풍경이었다. 그때 형님과 둘이 꺼내들었던 맥주가 있었으니 바로, 파울라너(Paulaner)였다. 그집은 캔으로 6천원 정도를 했는데 전용 잔에 따라먹는 맛이 제법 좋았다.


알콜도수 5.5도.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맥주에 비해 낮은 편은 아니다. 파울라너는 특히 헤페-바이스비어가 가장 많이 소개되었다. 특유의 맛과 향이 있다. 그 유명한 바이엔슈테판이나 에딩거보다도 더 진한 맛과 향이 있다. 처음 먹었을 때는 적당한 탄산 뒤로 남는 향긋함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바이엔슈테판의 부드러우면서도 감미로운 느낌보다 살짝 더 자극적이다. 그래서 fruity한 것을 싫어한다면 그 맛이 익숙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IPA계열의 홉맛의 알싸함이 주는 자극이 아니기 때문에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헤페-바이스비어를 번역하자면 효모-밀맥주 정도로 보면 되겠다. 맥주에 '헤페'란 말이 붙은 걸 종종 볼 수 있는데 효모란 말을 강조하려고 붙은 것 같다. 파울라너는 복비어, 헬레스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국내에는 헤페 바이스비어만 거의 소개된 편이다. 편의점 혹 마트에도 가면 500ml 캔에 든 파울라너를 쉽게 접할 수 있다.


1634년, 독일의 뮌헨에서 시작된 맥주로서 엄청난 역사를 자랑한다. 그런데 뮌헨의 유명한 양조장들 중에는 역사가 가장 짧은 편이라고 하니 정말 놀랍다. 독일 혹 벨기에의 대부분의 맥주들이 그렇듯 파울라너도 수도원을 중심으로 수도회에서 빚기 시작했다. 목사인 형과 맥주를 마신 것이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위안은 괜한 것인지.


FC바이에른 뮌헨 축구팀의 공식 스폰서이기도 하다. 축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팀이 경기를 할 때 가슴팍에 파울러너를 새기고 뛰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전용잔이 날렵하고 멋지다. 보통의 맥주와 달리 얇고 길쭉하다. 보통 향이 잘 날아가지 않도록 했다는 설이 있고, 파울라너의 잔은 아래쪽으로 갈 수록 두껍다. 건배를 할 때 잔을 친구와 부딪히려면 아래쪽을 짠하고 부딪히도록! 그 잔에 따라마시는 법은 흔히 밀맥주들이 그렇듯 5분의 4정도를 잔을 기울이며 거품의 양을 조절하며 잘 따른 후에 마지막 5분의 1은 병을 흔들어 아래쪽에 가라앉은 효모들을 싸악 훑어서 거품위에 훅하고 따르는게 좋다. 효모만이 가진 특유의 맛과 향이, 알싸함과 향긋한-바닐라맛을 품은-거품 위로 피어날 것이다.


맥주를 마실 때 온몸으로 마시자.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을 유쾌하게 바라보며 그들의 삶을 응원하면서 말이다. 잔을 들고 향을 맡은 후 거품과 함께 밀려오는 첫맛을 느끼고 넘어갈 때의 맛, 그리고 마시고 난 뒤 다시 밀물처럼 밀려오는 뒷맛을 느껴보자. 파울라너는 적당한 청량감에 향긋함이 베어있다. 쓰다는 느낌은 거의 받지 못했다. 이처럼 멋진 맥주가 있을까. 물론 벨지언 휫비어(벨기에 밀맥주)들의 풍미와는 꽤 다른 맛이 있다. 블루문이나 셀리스화이트 혹 호가든과는 다른 향긋함이다.


위 사진은 이태원의 전망좋은 어느 집에서 파울라너를 시켜서 찍었던 사진이다. 요즘은 파울라너를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즐기는 사람이 많은지는 모르겠다. 파울라너는 묵직한 맛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습게 여길 가벼운 맥주는 아니기에 밀맥주를 입문하거나 독일맥주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 과감히 추천하고 싶다. 내가 맥주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한 첫맥주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긋한 맥주는 물론 파울라너만 있지 않다. 에델바이스도 있고 마이셀도 있고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오늘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기억하자. 파울라너는 독일 맥주, 특히 뮌헨 맥주의 대명사로 손색이 없고 정말 맛있다는 그 사실만을 말이다.



데이브니어

음악프로듀서&송라이터. 프레토라는 회사를 만든 사람. 김프로와 함께 팟캐스트 재즈가알고싶다/김프로쇼/씨네마스타를 제작하고 음악레이블을 운영하고 있으며, 영감을 주고 받는 무엇이든 한다. 취미는 알량한 독서와 어설픈 음주며, 사람들의 심리와 옷가지에 관심이 많다. 페르소나가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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