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동료들을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싱어송라이터 경연대회를 2년동안 기획 주관하고 심사하는 일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 감사와 내게 과분하다는 맘에 심사가 조심스러웠지만, 그때 많은 실력자들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영상을 보냈던 것을 모니터하면서 비로소 깨달은게 있었다. 2년에 걸쳐 천 명도 넘는 이들의 커버곡과 자작곡을 보며, 그리고 그들이 내게 보내는 개인 메시지와 인터뷰하는 태도를 보며, 될 사람과 아닌 사람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음악에 대한 진정성과 자신의 욕망에 대한 이해의 차이다. 진짜 음악을 좋아하는가, 가짜인가 의 차이. 그리고 말로만 음악을 사랑하고 명예나 돈에 관심없다고 하지만 이해관계 앞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차이다.
또한 팟캐스트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이제 진행까지 맡으면서 직간접적으로 만나고 전해듣는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을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그때와 별 다르지 않은 차이를 매순간 느낀다. 장르에 상관없이, 기본적인 인격과 음악에 대한 진정성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차이'를 내가 직감한 것을 바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이유는 늘 나를 돌아보는 거울로 삼아야겠다는 다짐때문이다. 내가 잘못 본 것일수도 있고 오랫동안 지켜보는 것이 맞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모든 면에서 성장하리란 믿음때문이다. 어느 순간에는 크게 기대하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움츠리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나 매순간 열린마음으로 넉넉하게 큰 뜻을 품으려 나를 다독인다.
아 내가 저랬었지, 내가 안되는 부분은 바로 저것 때문이었지를 돌아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뮤직 아키텍트로서 내 전문성을 더 다듬는 것에 집중하기로 한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정직한 직면을 한 사람일수록 그리고 피나는 훈련과 단련으로 심신을 가다듬는 프로페셔널일수록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고 자신이 주고 받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안다. 자신의 권리는 이잡듯 찾으면서도 남이 자신에게 찾아주는 권리에 대해 조금도 감사할줄 모르는 사람의 성장은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남탓을 하고 남을 비방하는데 시간을 쏟을 힘을 자신을 갈고 닦는데 쓰자. 여러 사람을 동시에 만나고 있기 때문에 그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또렷하게 보인다.
두려운 건 그 '차이'가 내게서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 한해 전력질주를 해야 할 분명한 이유다. 아주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