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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브니어 Dave Near Feb 15. 2017

'재즈가 알고싶다' 제작플로우

데이브니어의 좌충우돌 재즈 머슴 되기(2)

글을 쓰는 지금, 여기는 스튜디오다. 피아니스트이자 아코디어니스트 유승호, 피아니스트 전용준, 드러머 서수진, 베이시스트 송미호 4명이 한창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쓴다. 팟캐스트 '재즈가 알고싶다'는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40분 정도의 에피소드로 방송된다. 라이브 2곡과 토크다. 토크의 내용은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곡에 대한 해설, 용어에 대한 설명, 연주하면서 느낀 느낌들에서부터 연주자들의 일상-연주, 여행, 계획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재즈앤비어, 유승호의 아코디언 (c)유승호

특히 '재즈앤비어'시간은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인다. 에피소드 하나당 맥주 하나씩을 골라와서 함께 맛보고 그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매주 맥주를 선정하는 건 데이브니어 내가 직접 하고 있다. 원래 팟빵에서는 8위까지 오른 경험이 있는 '김프로쇼'의 목요일코너 <주주총회>에서 매주 맥주를 소개한 경력이 있다. 무려 60여개가 되기에 그 소재를 재즈와 접목해서 진행중이다. 재즈하면 와인이 우선 떠오르겠지만 재즈가 대중화되고 있는 만큼 와인에 못지 않게 맥주도 친근하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물론 맥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보강과 보충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가벼운 이야깃거리로서의 '맥주 콘텐츠'에 그치고 있다. 


'재즈앤비어' 시간을 예로 들면, 연주자들이 선곡을 해온다. 데이브가 선곡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일정한 주제에 맞게 선곡을 해오는 경우도 있고, 연주자가 한 곡씩 원하는 것을 가져오기도 한다. 사전에 결정된 곡을 진행자인 나는 미리 유튜브나 애플뮤직을 통해 들어보고 작곡자나 연주자에 대해 공부하는 편이다. 적절한 질문을 하려면 아무 것도 모른채 할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 미리 알고자 애쓴다.

멋진하늘, 스튜디오 앞 야외공연장

녹음은 보통 연주자 시간을 맞추는게 어렵기 때문에 왔을 때 여러 회차를 녹음하는 편이다. 보통 2개 많게는 3개의 에피소드를 녹음한다. 연주곡이 한 에피소드 당 2곡이니 보통 4곡의 연주를 하게 된다. 재즈 연주다 보니 리허설 및 몇 번의 반복된 녹음 동안 같은 연주는 한번도 없다. 하지만 그때 그때마다 적절한 편곡 위로 멋진 연주가 쏟아져 나온다.


진행자로서 고민은 이런 멋진 연주가 오히려 토크에 너무 가려질까하는 것이다. 연주자의 매력은 사실 무대에서 실력으로 드러나는게 아닌가. 다행인 것은 이분들이 말로 때우는 분들이 아니란 점이다. 모두 출중한 실력을 겸비하고 있고 진솔함과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어서 함께 녹음하는 시간이 정말 즐겁다. 오히려 죄송할 지경이다. 이런 연주를 우리가 이렇게 편히 듣고 있다니.


팟캐스트 제작의 흐름은 쉽게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1. 기획

2. 섭외

3. 녹음

4. 편집

5. 업로드


어떤 구성으로 진행할지 기획하는게 제일 중요하다. 물론 나는 스튜디오가 있고 함께 하는 엔지니어가 있기에 여러 면에서 수월하다. 그럼에도 모든 콘텐츠가 그러하듯 기획이 정말 중요하다.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가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들을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만 부주의해도 청취율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기획이 탄탄하고 방향이 명확하면 약간의 청취율 변동은 중요하지 않다. 묵묵히 가면 되니까. 하지만 중심이 없으면 지속하기 힘들다. 기획이 반이다.

송미호 서수진 유승호 전용준, 연주 전 치킨

섭외하는 건 처음에 무척 어려웠다. 듣보잡이니 말이다. 하지만 마음이 맞고 진심이 통하는 분들과 어느덧 함께 하게 되었다. 이것을 기본으로 여러 분들을 앞으로 계속 섭외할 예정이다. 이 부분에서 고민은 너무 많은 분들을 끊임없이 부르면 다양성은 늘어나는데 응집력은 떨어진다. 청취자들도 고정된 캐릭터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매번 변화가 있으면 오래 듣기 어렵다. 약간은 예측 가능한 흥분과기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점은 중요하다. 하지만 고정된 분들만 가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무한도전처럼 고정된 분들과 함께 십수년을 이끈 프로그램들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일정부분 개런티가 큰 몫을 하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역시 동력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집단으로 갖게 되는 응집력이 하나의 방향을 제대로 향해서 굴러가는 일은 무척 어렵다. 청취자들을 고려하고 동시에 연주자들의 필요와 생각을 존중하고 조율하고 뜻을 이루는 건 그래서 그야말로 예술인 듯 하다.


녹음은 든든한 태리오빠가 함께 해주고 있다. 태리오빠 김태열 감독님은 데이브니어와 2002년에 만났다. 15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서로 원하는게 무엇인지는 잘 알만하다. 꼼꼼하고 세심한 태리오빠 덕에 좋은 녹음을 할 수 있다. 재즈이기에 동시 녹음으로 진행하고 있고 청취자들에게 편하게 들릴 수 있는 최적을 찾아 매일 고심한다. 우리 방송의 경우 스테레오로 녹음한다. 잘 들어보면 데이브니어의 목소리는 중앙에서 나오고 있고, 다른 연주자들은 앉은 자리에 따라 좌우에서 약간씩 다른 지점에서 소리가 나온다. 이것을 음향에서는 패닝(panning)이라고 한다. 수치로는 좌우 각각 0에서 64까지로 구분하는데 L64면 완전 좌측에서 소리가 나오게 된다. '재즈가 알고싶다', '씨네마스타' 모두 그렇게 녹음하고 있다. 다소 더 입체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편집은 데이브니어가 하고 있다. 애플의 LOGIC PRO라는 프로그램으로 편집한다. 실은 음악 만들 때 주로 사용하지만 팟캐스트 편집을 위해 진행한다. 토크만 있지 않고 인트로/엔딩 음악도 있고 연주 곡들 음악도 있어서 그렇다. 최종 편집된 파일은 하나의 단일 파일로 만드는데 보통은 '바운스'한다고들 표현한다. 믹스다운하거나 흔히 뜬다라고 표현한다. 팟캐스트는 mp3파일 형태로 업로드한다. 최고의 고해상도로 올리고 싶지만 팟캐스트를 호스팅하는 업체들이 용량때문인지 제한을 둔다. 그 점은 다소 아쉽다. 음악 방송이고 공들여 녹음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높은 음질로 들려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튼 팟빵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업로드를 하고 자동으로 애플 아이튠즈에 등록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팟빵에 올리고 나서 약간의 시간을 두고 애플 아이튠즈에 업로드가 된다. 아이튠즈로만 듣는 분들이라면 업데이트를 수동으로 하거나 6시간 단위로 하는 것이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업로드된 것을 모르실 수도 있는 셈이다.


최근에 매일 업로드를 하다가, 여행이나 기타 일정으로 쉬는 분들이 생기면서 방송 업로드를 매일 못하고 있다. 데이브 혼자서 하는 방송도 해봤는데 반응은 나쁘지 않다. 그래도 제일 좋은건 연주자들과 함께 할 때인 듯 하다.

데이브니어

매일 힘들지만 재밌고 즐겁다. 이것이 하루 하루 하나씩 쌓이면서 풍성한 들을거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숨겨진 보석같은 연주자들이 소개되는게 참 좋다. 좋은 많은 연주자들이 계셔서 그분들을 언제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조바심도 난다. 그렇다고 대단한 플랫폼인양 자랑할 것도 아니다. 오늘도 자신의 삶 속에서 묵묵히 연주자로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는 분들을 생각할 때 이 작업이 참 값지고 멋지단 생각이 든다. 다음 이야기는 다른 코너들에 대해서도 하나씩 풀어볼까 한다. 오늘은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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