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니어의 좌충우돌 재즈 머슴 되기(3)
기획, 섭외, 진행, 녹음, 편집을 도맡아 하고 있는 데이브니어. 녹음은 태리오빠와 함께 해서 든든하다. 앞서 말했던 초기 기획은 김프로와 함께 했고, 김프로의 저력으로 자리를 잘 잡았다. 현재 기획도 틈틈히 김프로와 긴밀하게 대화하며 진행한다. 봄을 앞두고 여러 변화를 다시 모색중이다. 프로그램이란 것이 생물과 같아서 한번의 기획으로 아주 길게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반응에 촐삭거리며 자주 바꾸는 것도 청취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렇기에 초반 기획이 탄탄해야 하고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물론 반응을 보면서 전술들을 조금씩 수정하고 가다듬는 것은 필요하다. 요즘 흔히 말하는 Agile한 것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기민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환경에 적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진행자 데이브니어
데이브니어(Dave Near)라는 말부터 생소한 분들을 위해 약간 설명을 드린다. 원래 송라이터 데이브니어로 더 익숙한 분들도 있고, 이전에 활동하던 본명에 익숙한 분들도 있을 터, '가까운 데이브'라는 한국 활동명을 지었는데 영어로 표현한 것이 데이브니어다. 혹자는 이것이 말도 안되는 어색한 영어 작명이라고 뭐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모르시는 말씀. 실제로 Near라는 성이 있다. 그 유명한 웬디스 햄버거의 COO(최고 운영 책임자)의 경우 이름이 나와 같은 Dave Near이며, 얼마전에 미국에 사는 Dave Near가 내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한 적도 있다. near는 거리만 가깝다는 뜻보다 정서적으로도 가깝다고 표현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본다. '외롭고 쓸쓸한 당신과' 가까운 데이브라는 의도다.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에 내 노래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낼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싱어송라이터가 어찌 '재즈'관련 방송 진행을 하고 있냐 의아하실수도. 데이브니어와 김프로는 낙원상가 4층 야외 공연장 아트라운지 멋진하늘 운영도 하고 있는데, 이 무대를 시작하고 꾸려오면서 가장 많이 열린 장르가 바로 '재즈'였다. 이지영, 이건민, 김가온, 이원술 등 재즈계에서 유명한 분들이 2012년부터 이미 무대에 섰던 것. 재즈라는 장르처럼 수준높고 실력있는 곳이 없는데 이것을 좀더 대중에게 친근하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시작한 것이 '재즈가 알고싶다'. 아무튼 변두리 이야기는 나중에 차차 나누려 한다.
자, 그런 데이브니어가 진행하는 '재즈가 알고싶다'에는 재즈 히스토리, 재즈앤비어, 컨템포러리 재즈, 스탠다드재즈앤모어로 4개의 기본 코너가 있다. 오늘은 재즈히스토리 코너를 소개한다.
재즈 히스토리
재즈의 역사가 100년이 남짓 지났다고들 한다. 1800년대 후반 미국 역사와 맥을 같이 하는터, 이 코너는 미국 흑인 노예의 애환, 경제 대공황 등 미국 역사를 자주 언급하게 된다. 블루스에 이어 재즈로 넘어가는 여러 이야기들, 그리고 주요 인물들의 생애와 음악을 정리하면서 가고 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히스토리가 40회 정도 녹음을 마치고 38회까지 방송이 되었는데 1930년대 초반 이야기들을 여전히 하고 있다. 뉴올리언즈, 시카고에 이어 뉴욕으로 시대가 넘어가 1930년대 스윙에 대한 언급만 2,30회는 더 남았다고 하니 청취자들이 스윙에 질려버릴까 걱정이다. 이후 비밥, 하드밥을 지나 다양한 재즈의 형태로 변형되어 현재 팝과 R&B등과 버무려 말그대로 퓨전한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질 예정. 소재와 음악이 무궁무진.
피아니스트 김주헌과 베이시스트 송미호 두 명이 함께 준비하고 있다. 김주헌은 버클리 음대를 걸쳐 뉴욕에 있는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를 석사로 졸업했다. 원래는 전자공학 학사생활을 하다 군대를 다녀와서 바로 도미하여 버클리에서 수학했다고 한다. 그의 피아노는 섬세하면서도 현란한 테크닉을 구사한다. 유명한 사람과 비교하면 누가 좋을까. 음. 그가 누구랑 비교되는 걸 거부할 만큼 자존감이 높은 뮤지션이니 생략하기로 한다. 아무튼 그의 연주를 듣다보면 금새 행복해진다. 그리고 깔끔하게 설명을 해서 귀에 쏙쏙 들어온다. 베이시스트 송미호는 국내 재즈 베이스 1세대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여성 재즈 베이시스트들을 종종 볼 수 있지만 송미호씨가 단연 초기 연주자라 할 수 있다. 국내 재즈 역사를 쓴다면 꼭 들어가야 할 이름. 역시 버클리 음대에서 공부했고 이후 펄체이스 뉴욕 주립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의 소유자이면서 재즈계의 이영애란 별명이 있다. 방송에서는 '미호송'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매주 두 사람이 연주를 하는 것을 들으면 서로 실력자들끼리 존중하며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드럼이 들어간 트리오(Trio) 연주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듀오(Duo)여도 빈 곳 없이 좋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매 에피소드마다 연주곡을 두개씩 한다. 그것은 다른 모든 코너도 마찬가지. 이 두 곡이 히스토리 설명과 연관이 있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최근 시작한 듀크 엘링턴 시리즈에서 두 사람은 듀크 엘링턴이 작곡한 곡을 주로 방송에서 소개하고 연주하고 있는데 청취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재즈히스토리 코너에는 무리해서 연주자 일상이나 위트를 넣으려고 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들어가면 들어가는 것이고 진행자 데이브니어 및 김주헌 송미호 모두 순박한 사람들이다. 얄궂은 농담은 서로 못알아듣는 편. 진지한 스타일들이라 히스토리 소개에 오히려 적합하다. 그리고 콘텐츠를 다루면서 더 깨닫는 점은 애써 웃기려 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좋은 지식을 찾는 분들은 이미 마음이 열려있고 그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본질에 충실하면 족하다. 그런 점에서 모든 콘텐츠를 다루고 전문성을 가진 이들은 본질에 충실할수록 듣는 이가 더 많아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 두 사람과 함께 오프라인 강좌를 열 계획이다. 2017년 상반기에 파일럿으로 알차게 시작한다. 팟캐스트로만 듣는 분들에 국한되지 않고, 두 사람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연주를 감상하고 그들의 설명을 코앞에서 들을 수 있게 준비했다. 곧 개봉박두. 또한 히스토리 코너가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여러 모로 기획을 완료한 상태다. 기대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