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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브니어 Dave Near Apr 01. 2017

재즈 박살이라고?

'재즈가 알고싶다'란 이름이 정해지기까지


팟캐스트 '재즈가 알고싶다'는 처음부터 이름이 '재알'이 아니었다. 지금도 팟캐스트 '재즈가 알고싶다'의 초반 방송을 들어보면 원래 프로의 이름이 '재즈박살'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당시 데이브니어와 김프로가 함께 만든 프레토(Fretoe)에서 만든 팟캐스트는 '재즈쇼 아몰랑'과 '재즈박살' 2개였다. 이후에 '재즈쇼 아몰랑'은 '뮤직쇼 아몰랑'을 거쳐 '김프로쇼'로 이름이 바뀌게 되어 지금에 이르렀고, '재즈박살'은 지금의 '재즈가 알고싶다'가 되었다. 처음 시작한 '재즈쇼 아몰랑'과 '재즈박살' 모두 청취자에게 친근한 이름으로 세팅을 했고, 윤지희, 고아라 두분을 필두로 예능의 느낌이 한껏 담긴 쇼로 진행했다. 비디오도 시도하고 다양한 노력들을 김프로와 두분의 출연자가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반면, '재즈박살'은 설명으로 틀을 잡았다. 김프로가 재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컨셉으로 날카롭고 적절한 질문들을 하면 지백, 민세정 두명의 연주자가 설명을 해주는 식이었다. 재즈의 용어, 형식, 장르, 리듬 등을 상세하게 설명을 하는 에피소드가 이어졌고 재즈박살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재즈계는 품위있고 고풍스런 스타일의 광고와 홍보가 넘쳤던 터. 당시 팟캐스트의 썸네일 이미지는 꽤 파격적이었다.


'재즈쇼 아몰랑'은 재즈 외에 싱어송라이터들의 홍보도 겸하는 식으로 '뮤직쇼 아몰랑'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가 현재의 '김프로쇼'에 이르렀다. 김프로쇼는 2016년 가을 시즌1을 종방하고 휴지기를 갖다가 2017년 4월에 리부팅을 한다. 한편으로 재즈가 알고싶다는 2016년 가을부터 내가 진행과 편집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재즈가 알고싶다'에 여러 호스트들이 나와서 방송을 하지만 원조격은 '지백, 민세정', 그리고 '윤지희'라고 할 수 있다. 그중 '지백과 민세정'이 이끌어가는 코너는 보통 리얼북에 있는 곡들을 설명하고 연주하는 방식이었다. '리얼북'은 재즈계에 널리 알려지고 많이 연주하는 곡을 모아놓은 일종의 '재즈대백과' 악보집이라고 보면 된다. 처음 이름은 '페이크북'이었는데 버전을 이어가며 여러 권이 나와있다. 이것을 편집한 이도 자주 불려지는 곡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엮으려는 시도였는데 그 노력을 통해 지금 많은 연주자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 셈.


'리얼북'코너는 현재 '스탠다드 재즈 앤 모어'란 이름으로 방송되고 있지만, 사실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는 스탠다드 재즈란 것에 꼭 포함하는 곡만 연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재즈로 편곡하여 소화하고 있고, 주로 리얼북에 있는 스탠다드 재즈를 연주하는 것이다. 스탠다드 재즈는 꼭 3,40년대에 작곡된 곡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그 당시 뮤지컬에 쓰인 수많은 곡들은 당시로서는 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의 사랑을 널리 받은 곡이 재즈로 연주되고 굳어져 지금에 이른 것이 상당히 많다고 볼 수 있다.


'지백'은 중고등학교 시절 예술학교를 다니다가 프랑스로 건너가 교육을 받고 돌아와, KBS단원을 하고 한양대학교 음악대학원에서 석사까지 마친다. 그 이후, 버클리음대에서 재즈퍼포먼스를 전공한, 말그대로 가방끈이 긴 연주자다.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드는 장점을 가진 플루티스트. 지백은 활동명이자 호다. '민세정'은 외대에서 통번역을 전공하고 미국 노스텍사스주립대에서 재즈를 전공했다. 우리가 잘 아는 '노라 존스'의 후배라고 보면 되겠다. 두 사람은 단짝처럼 최상의 연주를 보이고 있으며, 협연하는 연주자들이 종종 바뀌곤 했지만 두 사람이 중심이 되어 탄탄한 실력과 재밌는 입담으로 청취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찌됐든 '재즈가 알고싶다'의 역사를 봤을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연주자이며, 두 사람의 행보가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사실 난 처음에 '재즈 박살'로 이름을 김프로가 정했을 때 너무 센게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다. 근데 제 3자의 시선으로 재즈계 밖에서 볼 때는 정말 불필요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 김프로의 작명 센스가 첨에 적중했던 것. 돌아보면 재즈를 모르는 이들이 들어와서 알기 쉽게 이해하고 어떤 매듭을 지을 수 있다면 '박살'이란 이름이 어울리지 않겠는가.


아무튼, 향후 김프로와 둘이 이름 바꾸는 브레인 스토밍을 하면서 기존 이름들을 나열하고 뒤섞고 꺼내고 넣고 이래저래 뒤집는 와중에 김프로 입에서 '그것이 알고싶다'가 튀어나왔고 우리는 거기서 멈췄다. 바로 이거다! 그렇게 '재즈가 알고싶다'의 이름은 시작됐다. 그 뒤로 이어진 김프로의 고생은 헤아릴 수가 없다. 8개의 에피소드 이후부터, 여러 연주자들이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섭외와 진행과 편집을 도맡아 했고 사람과 사람의 일이다보니 발생하는 여러 미묘한 것들로 에너지가 꽤 들었다. 처음엔 섭외도 쉽지 않았다. 그 어려움을 감내해온 김프로의 노고는 이루말할 수 없다.


또한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기꺼이 참여해준 연주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김프로의 진정성있고 명쾌한 진행과 일처리로 신뢰가 생기기 시작하고, 참여하는 분들이 열과 성을 다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런 열정과 진정성이 만날 때 일이 이뤄지는 것 같다. 재즈계에서 프레토, 그리고 '재즈가 알고싶다'가 대단히 큰 무엇은 아니지만, 노력한 것들이 조금씩 자라가고 커간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아무튼, '재즈가 알고싶다'의 처음은 이러하다.

팟캐스트 녹음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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