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이 되고픈 마음이 이제야 들다
어제 오늘 앨범 마무리를 해가면서, 몇 곡 믹스된 것들을 계속 듣는다. 오늘 한 곡은 정말 맘에 들게 나온 것 같아 진짜 기분이 좋고 눈물마저 나오려고 한다. 제목은 '눈물'이다. 하지만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어떤 부분에서 하늘 날듯 기분이 좋았다가, 어떤 순간에 바닥을 치는 경험을 한다. 이정도면 됐다는 기쁨을 느끼다가 바로 좌절감을 맛보는 거다. 비교를 한다고 레퍼런스할 음원들을 뒤적이다가는 더 큰 좌절을 맛본다. 녹음할 때 더 주의했어야 했던 것들, 뻔히 보이는 편곡의 한계, 디렉팅할 때 안일했던 것들, 미루다가 겨우 했던 것들... 온갖 생각으로 복잡해진다.
누구보다 이 작업을 위해 애쓰고 수고하는 엔지니어 태리오빠는 나와 작업을 한지 벌써 십년이 넘었고,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음악적으로는 너무도 잘 아는 사이다. 그럼에도 아직 작업에 있어 할 이야기들, 함께 넘어야 할 숙제들은 참 많아 보인다. 지금 정도면 뭔가 일가를 이루면서 그 위에 하나씩 산을 넘어야 하건만, 숙제가 더 많아지닌 큰일이다.
다른 곡들을 들으며 느낀 것 중 가장 큰 점은 바로 '디테일의 여부'다. 세부적인 것에 집요하게 매달려 완성도를 높였는가 아닌가가 작품의 차이를 만든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귀에 쏙 박히는 작곡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것을 온갖 악기의 배열과 표현으로 드러내는 편곡의 집요함에 목마르다. 한동안 훌륭한 연주자들과 작업하면서 그분들이 알아서 너무 멋진 연주들을 해줬기에 편곡에 있어서 게을렀던 것을 반성한다.
처음, 첫 앨범을 만들 때를 기억한다. 스튜디오의 분위기도 모르고 열정이 가득해서 엔지니어와 엄청 충돌을 빚었던 때 말이다. 그들도 매너리즘에 빠져 안일한 상태였을 수도 있다. 실력도 명성도 없는 철부지가 멋모르고 활개를 치며 연주자들과 엔지니어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했던 생각을 하면 한편으로는 정말 부끄럽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열정과 집요함이 해를 거듭할수록 성숙한 표현과 함께 더 유지되고 확장됐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음정 튠을 한 것들을 들으면서 잡감이 많아진다. 기술의 힘을 많이 빌어 참 고마운 일이지만 내 안에는 생각이 많다. 내가 부른 것은 진짜인가. 수정해서 바뀌어버린 저 데이터는 과연 나의 것인가하는 따위의 질문들이다. 물론 그건 나다. 그리고 내 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는 이제 매우 부차적인 질문이 되버렸다. 그럼에도 원음 그대로를 제대로 담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탁월한 악기 연주자의 레코딩의 경우, 아주 살짝 앞뒤로 간격조정을 하는 것 외에 크게 손대지는 않으니 말이다. (물론 내 앨범에서도 과거에 색소폰도 튠하는 경우 있고, 일렉 기타는 자르고 붙여서 새로운 릭을 만드는 일 많다)
하물며 노래, 가장 감성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맨 처음 각인되는 보컬은 정말 갈고 닦아야 하는게 아닌지. 길을 걸으며 노래하는 일이 잦아졌는데 그럴 때마다 '소리'라는 것에 대해서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득음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쏟았던 그 혼신의 힘을 다시 주목하게 되는 이유.
말이 많구나. 데이브니어. 잘하는 수밖에. 후후.
정리하고 집으로 가자. Let's call it a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