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spiriter Aug 19. 2023

북미, 캐나다에서 개발자로 홀로서기

1년짜리 워크퍼밋으로 북미 Tech 스타트업 취업

페이토 호수, 캐나다


저는 언제나 해외취업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낯선 곳에서 여행하면서 사는 기분을 느껴보고,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사회 구성원으로써 스며들듯이 알고 싶고, 북미는 더더욱 IT의 본고장이기때문에 이 업계의 최전선을 이끄는 IT&기술 트렌드를 누구보다 빨리 접하고 싶었거든요.


무경력으로 취업에 도전하는것 보다는 2년이라도 경력을 쌓고 가는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해서,

한국에서 2년간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다가 1년짜리 워크퍼밋(일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받고 작년 초 캐나다로 출국했습니다.


저는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아닙니다. 공학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프로그래밍을 접했고 흥미와 적성을 발견해 일까지 연결시킨 케이스였죠. 즉 요즘 흔하게 보이는 비전공자출신 개발자였습니다. 그래서 북미에서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니고, 경력도 애매한데 어떤 점을 어필해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처음엔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그 결론으로 한국에서 스타트업 개발자로 일하고, 일하는 동안 최대한 많은 도메인과 프로젝트를 경험해보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2년동안 밥먹듯이 이직을 하고, 프리랜싱도 했어요.


내가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로 북미 IT기업 취업에 성공한 이유


한국에서의 첫 회사는 시리즈 D까지 투자받은 헬스케어 스타트업이었는데, 이쪽 도메인은 보수적으로 제품 개발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프로덕트 자체가 7년 이상 유지보수되어 레거시가 많은 편이었고, 2023년 기준 누적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이 넘는 헬스케어 서비스다보니까 신기능 출시보다는 기존 제품의 부분적인 migration과 유지보수로 안정성 있는 프로덕트를 만들어야했습니다. 두번째 회사는 인지도가 아주 높고, 영어 회화 인터넷 강의 서비스를 셀링하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이었어요. 이 회사는 프로덕트 개발 사이클이 아주 빠른 편이었습니다. 유저 피드백을 중요시하고, 새 기능에 대한 로드맵이 갖춰지면 그 로드맵을 각 팀 매니저뿐만 아니라 팀 구성원까지 모두 불러 스프린트 미팅을 했죠. 결정된 업무 사항을 바로 쪼개서 최대한 빨리 릴리스하고, 유저들의 반응을 보는 방식으로 프로덕트를 만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이제 막 첫 런칭을 앞둔 스타트업의 코드 베이스를 혼자 다 짜보기도 하고, 클라이언트가 서울시인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메인페이지와 어드민 플랫폼의 주요기능을 담당하고 런칭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도메인과 실무 경험을 쌓고나서, 캐나다에 올때쯤 튜터링을 시작해보기도 했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취업 준비중인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리뷰해주면서 멘토링을 해줬습니다.

제가 개발외적으로도 프로덕트의 가치를 향상시키는데 관심이 있고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라는걸 이때 처음 알게 되었죠. 그리고 북미에서 유명한 부트캠프인 Brainstation에서 UX 디자인 파트타임 과정을 수료하면서 최신 UX트렌드도 숙지하고, UI툴(Figma)도 다룰 수 있게끔 노력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 능력이 있고, 수많은 도메인과 프로젝트를 경험해본 개발자'로 포지셔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부분을 인정받아 취업한 캐나다 첫 회사에서 UX Engineer라는 포지션을 받았습니다.


북미에서는 첫 인터뷰를 따내는 것 부터가 엄청난 노력이예요.


캐나다에서 홀로서기는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터프했습니다. 문화적인 차이가 한국과 너무 컸기 때문이예요. 북미에서는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터뷰를 따내는 노력, 프로필 관리, 그리고 꾸준한 인맥관리와 네트워킹. 이 세가지가 제일 중요한것 같아요. 


우선 북미는 레퍼런스 체크 문화가 있고, 레퍼럴(추천인)로 인터뷰를 따내는게 가장 일반적인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인맥관리를 잘해야하고 네트워킹을 열심히 해야합니다.


개발자라면 보통 테크 밋업을 참여하거나, 취업 박람회를 가거나, 컨퍼런스를 참여하는 식으로 네트워킹을 할 수 있겠죠. 인맥은 보통 같은 회사나 학교 출신이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거라서, 링크드인에 가입하셔서 학력과 회사를 넣으면 관련 리퍼럴이 뜨게 됩니다. 이 리퍼럴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내가 관심있는 회사에 재직하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먼저 인터뷰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셔야 합니다. 물론 Job board에서 어떤 개발자를 뽑는다했을때 지원서를 넣어보는 방법도 있지만, 이걸로 인터뷰를 따고 취업하기까지 레퍼럴을 통해 들어온 지원자에게 우선순위가 계속 밀리게 됩니다. 채용 과정은 길고 험난하고 힘들어지죠.


이런 식으로 오게 된 기회를 잡고 싶다면 내가 어떤 지원자인지 궁금하게 만들고, 기억에 남는 지원자가 되도록 프로필을 잘 관리하는게 좋아요. 되도록이면 몇년 이상의 실무 경험이 풍부한 개발자, 라는 프로필보다는 나의 강점과 할 수 있는 일에 관련한 스스로의 셀링 포인트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필해야합니다. 저는 이걸 몰라서 기껏 열심히 노력해서 따낸 첫 인터뷰에서 아무말도 못했어요. 한국에서처럼 상대방이 질문 리스트를 짜와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인터뷰를 들어갔는데, 제 생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우선 너에 대해서 짧게 소개해봐라(Tell me about your self), 라는 첫 화두를 던지면 소개 할때부터 이미 나의 셀링 포인트에 대해 PR하면서 상대방이 관심 생길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 심층 면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spoon feeding해줘야해요.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는 이 screening interview를 통과한 다음에 있습니다. 우선 첫 인터뷰를 따내는 것 부터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북미, 캐나다에서의 근무 경험 회고


저는 경험주의자예요. 일단 뭐든 경험해보고 결정하자는 주의죠.


그래서 작년에 캐나다를 처음 갈때 영주권을 무조건 딸 생각으로 왔다기보다는 1년짜리 워크 퍼밋이 있으니, 우선 살아보고 결정하자고 생각했었습니다. 캐나다는 경험이민(CEC)이라는 express entry 카테고리가 있어요.  1년만 직종 상관없이 풀타임 근무를 하게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생깁니다. 카페에서, 식당에서 1년 일해서 영주권을 딴 케이스를 많이 봤습니다. 아니면 2년 이상의 컬리지과정을 입학해서 PGWP를 받고, 일을 하면서 영주권을 따는 케이스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두개 다 해당이 안되는 사람이었어요. 


첫번째로, 2022년 하반기 북미 IT기업 대규모 해고사태때문에 2023년 2월쯤 저희 회사도 투자 부족으로 인해 재정이 어려워졌고, 결국은 제 잘못이 아닌 회사의 재정 부족으로 인해 저도 다른 팀원들과 같이 해고를 당했거든요. 심지어 회사에서 영주권을 준비해주겠다고 계약금도 낸 상태인데도 해고당했어요. 주변에서는 어느 회사는 팀 하나가 공중분해 되었다더라, 또 어느 회사 어떤 팀이 2천명이 잘렸다더라 등등 무서운 소식만 들려왔던 때입니다. 그때가 9개월을 채워갈때쯤이라, 1년을 풀타임 근무 해야한다는 조건을 채우지 못했죠. 또한 제 경우는 딱 1년짜리 워크 퍼밋을 가진 외국인이었기 다른 회사가 영주권 준비를 바로 해주지 않는 이상 3개월이 남은 시점에서 이직이 수월하지 않았어요. 두번째로, 이 차선책으로 컬리지 입학을 알아볼까 했었는데, 보통 2년 과정은 9월 입학이 대부분이라 현실적으로 체류비 문제도 있지만 이미 경력이 어느정도 있는 상태에서 2년짜리 과정을 다니는것은 시간낭비가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마무리를 하고 왔지만, 캐나다에서 직장인으로서 살아봤던 경험은 앞으로도 저한테 있어서 정말 값지고도 귀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인맥이 없으면 인터뷰 따는 것조차 쉽지 않는 캐나다에서 제 다양한 실무 능력과 프로젝트 경험을 인정받는다는것을 확인했고, 앞으로 몇년 간 어떤 식으로 커리어를 설계할 지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수평적인 직장 문화와 개인주의, 그리고 워라밸이 지켜지는데에서 오는 편리함과 여유있는 삶은 비교할수도없을정도로 좋았습니다. 또한 보수적인 이민자 사회에서 홀로서기를 한다는건 생각보다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캐나다로 다시 살러갈 수 있게 된다면 정착을 목표로 값진 경력도 쌓고 경험도 쌓아서, 가족과 함께 가고 싶네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인 리틀 포레스트에서 이런 메시지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두 사람, 잘 돌아오기 위한 긴 여행의 출발선에 서 있다고 생각하자'


저는 캐나다에서 이제 막 돌아왔지만 다시 긴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고, 그 과정은 즐거울것이 분명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도파민중독자의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