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다원 Oct 08. 2017

5. 야생 동물의 성지 '에토샤 국립공원'

'11개국 친구들과 떠난 20일간의 아프리카 횡단기 다섯번째 이야기'

DAY-8

따듯한 빵과 커피를 먹을 수 있는 몇 번 안되는

기회를 만끽하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어젯밤

미리 짐을 정리해 둔 덕분에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트럭에 짐을 실었다. 우리가 숙소에

머무는 동안 트럭은 세차장에서 세차를 하고

모래먼지를 털어내고 왔는지 말끔한 모습이었다.

또다시 시작되는 여정이 설레기도 하면서

걱정도 되었다. 오늘 저녁 머무를 

*‘Spitzkopf Community Campsite’는

전기와 물이 없는 그야말로 오지와 같은 곳이다.

화장실도 야외에서 ‘부시부시’로 해결해야 하고

텐트칠 공간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다.

스와코프문트에서 150킬로 정도 이동하는

거리라서 점심 먹기 전에 도착할 것 같다.


요즘 우리들의 화두는 ‘브라질 사람들’이다.

나와 대부분의 사람들이 브라질 사람들과

오랜 시간 밀접하게 함께 생활해 볼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그들로 인하여 브라질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고 영향을 받는 것이 당연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은 이러했다.

트럭킹 여행 특성상 여행자들이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해야 할 일과 도울 수 있는 일을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한다.

(성인인데 누가 가르쳐 줘야 하는 것도 우습다.)

그러나 우리가 1주일 동안 봐온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일행들이 찬물에

설거지를 하고 의자를 정리하고 있어도 남의 일

보듯 웃고 떠들고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시간

약속도 잘 지키지 않아 가이드가 충고를 해야만

하는 상황도 있었다. 우리 일행 중 5명이 브라질

사람들인데 그들도 우리처럼 각자 여정을 예약해

아프리카에서 우연하게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 중 일부만 그렇게 행동한다면 브라질 사람

전부가 그러하다고 오해하지 않을 텐데 다섯 명

전부다 똑같이 행동하니 우리로서는 브라질

사람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지 가이드와 부시맨의 역사 이야기를 듣고 있다.

스피즈코프 캠프 사이트에 도착해 텐트를 설치하고

점심 식사를 했다. 캠프 사이트는 화강암이 높게

솟은 거대한 바위들이 곳곳에 있고 큰 바위 사이에

텐트를 쳐서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만 알 수 없는 동물들의 똥냄새가 곳곳에서

심하게 진동했다. 마치 그들의 화장실에 우리가

침범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식사를 마친 후 현지 가이드와 부시맨의 흔적을

따라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햇빛이 워낙

강하다 보니 햇빛 아래서 걷는 게 쉽지 않았다.

우리뿐 아니라 가이드 또한 의욕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당시 진행했던 투어 자체가

별로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스피즈코프는 아프리카에서 보았던 밤하늘

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을

선물해주었다. 자그마한 인공 불빛조차 없는

시골이어서 그런지 별이 이렇게까지 많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담아내 보고 싶어 모드를

바꿔가며 셔터를 몇백 번은 누른 것 같다.

그런 인고의 시간을 보상해 주듯 별이 그나마

잘 나온 사진 2장을 건질 수 있었다.


DAY - 9

간밤에 너무 더워 입고 있던 옷들을 벗어던질

정도였다. 일출을 보기 위해 바위에 오르자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낮동안 아프리카의

태양열을 온몸으로 맞아 달궈진 화강암은

밤새 뜨거운 열을 분출해 텐트까지 후끈하게

달궈준 것이었다. 몇 명의 친구들은 어젯밤

매트릭스와 침낭을 들고 바위에서 잠을 잤다.

등이 따듯해 춥지도 않고 별똥별이 떨어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잠들었다고 생생한 후기를

전해주었다.


나미비아의 유난히 굴곡이 많았던 오프로드

오늘은 거의 500km를 달려야 하는 일정이다.

길 상태 또한 여태 지나온 길 중에서 가장

최악으로 하루 종일 내추럴 마사지를 받아야만

한다. 덜컹거려 맥주가 다 터질 정도의 길을

지나 힘바 빌리지 앞에 도착했다. 식사를 한 후

현지 가이드와 함께 기본적인 현지 인사말을

배운 후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힘바부족원들이 팔찌와 목거리를 늘어놓고 판매하고 있다.

인터넷에 아프리카 부족의 자녀가 부모가 옷을

벗고 외국인들에게 관광상품이 되어 번 돈으로

대학을 다녀야만 했던 안타까운 사연을 이야기하는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어 여기도 혹시나 연출된

곳은 아닌지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부족원들은 그들만의 특별한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멋과 신념을 한껏 표현하고 있었다. 옷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진을 찍기가 나 스스로

굉장히 편치 않았다. 그러나 카메라는 자신의

모습을 본 아이들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마을을 떠나 한참을 달려 캠프 사이트

*'Etotongwe Lodged'에 도착했다. 

Bar에서 와이파이가 잘되는 편이어서 밀린

소식들을 거의 다 업데이트할 수 있었다. 


내일은 에토샤 국립공원에 들어가는 날이다.

일행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이 *‘Big 5’

전부 만날 수 있을 지다. 빅5는 버팔로, 코뿔소

사자, 치타, 코끼리를 말하는데 버팔로는

현재 시즌에는 활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에토샤에서 운이 좋다면 

빅4를 만나 볼 수 있게 된다. 림슨은

‘운이 좋다면’을 유난히 강조했다. 

에토샤 국립공원은 쉽게 생각해서 나미비아 

최대 자연동물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TV에서만 보던 아프리카 야생동물들의

집에 들어가는 내일이 너무나 기대된다.


DAY - 10

어젯밤 따듯하게 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역대급

추위를 선사했다. 핫팩을 두 개나 터뜨렸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깨질 것 같은 발가락들은 경험상

낮에나 돼서야 녹을게 분명하다.


림슨이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텐트를

정리하고 식사 준비를 거들었다. 자신이 사용한

매트릭스는 트럭 내에 있는 사물함에 차곡차곡

잘 넣으면 되는데 중간에 몇몇 사람들이 던져

두고 가면 다시 전부 다 빼서 다시 넣어야 한다.

중요한 건 20일 내내 그랬는데 그 중심엔  역시나

브라질 친구들이 있었다. 심지어 어젯밤 초콜릿

수프를 해서 맛있게 먹고는 조리도구들을

설거지를 해놓지도 않았다. 도대체 누구보고

하라는 건지 이러한 책임감 없고 피해 주는

사람들은 같이 여행하기가 참으로 불편하다.


크리스틴(미국)과 에토샤 국립공원 입구에서 찍은 기념사진.

100km 남짓 달려 드디어 에토샤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이 거대한 공원이 야생동물원

그 자체이기 때문에 너무나 기대되었다.

공원 내에는 물웅덩이가 뷰 포인트 역할을 하며

코스 또한 물웅덩이들을 기준으로 짜여 있다. 

물 웅덩이에 각종 동물들이 물 마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데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무리 지어

물 마시는 모습을 처음 보니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길에서 보았던 녀석들과 달리 경계심이 심하지 않았다.

공원 내에서 야생동물들을 보기 위해 양면의

창문이 열려있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걸

‘게임 드라이브’라고 한다. 우리 트럭도 그동안

한 번도 열지 않았던 넓은 와이드형 창문을

에토샤 공원에서 만큼은 다 열어놓고 이동했다.


얼룩말들이 놀라지 않게 길 건너는 것을 기다려주고 있다.

코끼리와 기린을 만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긴

차량 행렬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엄청난 녀석이

있다는 걸 직감했다. 그렇게 보기 어렵다던

사자 4마리가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다.

너무 멀리 있어 핸드폰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게 너무 아쉬웠다.


게임 드라이브를 마치고 캠프 사이트에 도착했다.

에토샤 국립공원에는 *Okaukuejo, *Halali, 

*Namutoni 3개의 캠프 사이트가 있다. 

우리가 2일간 머무를 곳은 ‘Halali Campsite’ 

인데 캠프 사이트 대부분 여행자가 항상 많은

편이라 때에 따라 숙박할 수 있는 곳으로 매번

바뀌는 것 같다. 마켓에서 만난 한국분들은 공원

근처에서 숙박하고 다시 들어와야 할 정도로

공원 내 캠프 사이트는 인기가 대단했다.


캠프사이트에서 시간만 나면 빨래를 했다.

점심을 먹고 오후 게임 드라이브는 선택사항이어서

캠프 사이트에 남아 빨래를 해놓고 수영장에

다녀왔다. (동물들이 뜨거운 낮에는 잘 움직이지

않는다.) 다녀왔던 친구들이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걸 듣고는 제때 잘 휴식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프 사이트에서 10분 거리에 물웅덩이가

보이는 전망이 좋은 테라스가 있는데

일행들이 코뿔소가 나타났다고 가보라고 했다.

급하게 뛰어 올라가 보니 네 마리의 코뿔소가

물을 마시고 돌아서려던 찰나에 도착했는지

금방 사라져 버려서 얼마 보진 못했다.

몸집이 정말 육중하지만 뛰는 건 엄청 빠르다는 게

사실이었다. 어쩌다 보니 오늘 운 좋게 빅4중에

치타를 제외하고는 다 만났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맞이 할 준비를 한다.

낮에 빨래를 다 해두었고 온몸 구석 모래먼지를

씻어내니 개운했다. 게임 드라이브는 창문을

열어 놓고 하기 때문에 내일도 엄청난 모래먼지가

예상되지만 이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걸 보니

적응한 게 분명하다. 동물들이 활발히 움직이는

아침 일찍 돌아볼 계획이라 빅 4중에 보지 못한

치타와 사자를 조금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세계여행중 (17.3.31~)

*네이버뉴스 여행기 연재 (9.22일 종료)

  *유럽 세계여행기 바로가기  

*아프리카 5600km 횡단 완료

*18번째 국가 태국 치앙마이에서

  2달살기중 (~11.16)

* 인스타그램 세계여행 계정 바로가기

작가의 이전글 14. 태국에서 가장높은 산 '도이 인타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