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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다원 Oct 09. 2017

6. 아프리카니까 오전엔 '사자' 오후는 '클럽'

'11개국 친구들과 떠난 20일간의 아프리카 횡단기 여섯번째 이야기'

DAY-11

같은 캠프 사이트에서 2일을 숙박하기

때문에 아침에 텐트를 정리하지는 않았다.

오늘은 나무토니 캠프 사이트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게임 드라이브 일정뿐이다.


7시쯤부터 게임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그나마 선선한 날씨로 동물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부지런할수록 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다.(운도 필요하다)


지도에 보면 에토샤 국립공원 중앙에 큰 호수가

있는 걸로 나타나는데 현재는 건기라서 그런지

물은 하나도 없고 끝없이 펼쳐진 건조한

바닥뿐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바다 수평선을

보는 듯 착각하게 만드는 이곳에선 하늘이 너무

이뻐 카메라 셔터를 끊임없이 눌러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린 가족을 만났다. 큰 키를

이용해 열심히 아침밥을 먹는 중이었다.

스프링복과 지브라 그리고 쿠두는 너무 많이

봐서 별로 감흥이 없어 진지 오래다.

우린 아프리카 야생동물에 환호하 던 초반과 달리

어느새 치타나 사자만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어젯밤 워터홀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던

코뿔소가 멀리서 성큼성큼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어릴 적 그림책에서 보았던 코뿔소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아 더욱 반가웠다.

튼튼한 장을 갖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배변활동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는 쇼맨쉽까지

갖춘 녀석이었다.


나무토니 캠프 사이트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했다. 카레맛이 나는 야채비빔밥과 샐러드가

점심 메뉴다. 아침은 항상 빵이라서 점심이 채

되지도 않아 늘 배가 엄청 고프다.  그리고

왠지 요즘 계속 음식의 양과 질이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림슨도 지친 걸까?


창문으로 바람이 솔솔 불어 졸음이 쏟아지던 중

트럭이 멈췄다. 이번엔 어떤 녀석일까?

길가까지 나와있는 코끼리 가족이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것이 나이가 좀 들어 보였다. 어제는

너무 멀리 있어 형체만 보았던 코끼리를 가까이서

보게 되자 어느새 숨죽여 바라보게 되었다.

발로 밟고 코로 뜯어가며 식사 중인 녀석은 귀여운

반면 덩치는 엄청나게 컸다. 튼튼한 상아를 가진

녀석이 갑자기 차로 돌진할까 살짝 겁이 날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우리의 목표인 치타를 만나기 위해 구석구석

열심히 돌아다녔다. 지나가는 다른 투어차량

운전기사들에게 정보를 계속해서 얻어보았지만

오늘 치타를 봤다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결국 치타를 만나지 못하고 오후 4시쯤 숙소에 

도착해 저녁식사 전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샤워를 하고 텐트 앞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흐르는

음악소리가 퍼지자 일행들이 하나 둘 모이더니

마치 작은 MUSIC BAR처럼 되어버렸다.


오늘이 캠프 사이트에서의 마지막 밤인 사람들이

있다. 내일 빈트후크로 이동하면 그들의 12일간의

트럭킹 여행에 마침표를 찍는다.

아쉽지만 작별해야 한다. 12일간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다 보니 그새 정이 많이 들어서 아쉬운

마음이 컸다.


DAY - 12

05:30 팬케이크와 시리얼로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무조건 든든히 먹어야

점심까지 버틸 수 있다. 아침을 항상 일찍 먹다보니

점심시간 전에 늘 배가 고파 과자나 음료수를

먹어야만 했다.


오늘도 식사 후 마무리를 베키와 데니스가 했다.

둘은 독일에서 함께 온 커플인데 서로를 너무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자아낸다. 늘 뒷정리와 궂은일을

나서서 하는 걸 보면 참 착하고 배려할 줄 아는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들이 가장 좋았다.)


모래 먼지를 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6:00 캠프 사이트를 떠난다. 어젯밤 양말까지

두 겹을 신고 잠들어서 인지 엄청 춥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늘도 빈트후크에서 숙소 숙박이라서

한 번 더 체력을 충전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오늘도 300km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일정으로 스와코프문트처럼 여유 있지 않고

잠만 자고 나와야 할 것 같다.


장거리 이동에 적응을 했는지 의자에 엉덩이만

닿으면 잠이 솔솔 오기 시작하고 흔들리는 리듬에

맞춰 웬만해선 깨지도 않는다. 거침없이 밀려

들어오는 흙먼지는 목토시를 눈밑까지 덮으면

그만이었다.


폴란드에서 유로를 달러로 힘들게 바꿔왔는데

쓸 일이 정말 없다. 트럭킹을 안 해본 사람이 조언을

남긴 게 틀림없다. 캠프 사이트 Bar나 레스토랑에서

카드 사용은 어렵고 달러는 거의 받지 않는다. 

액티비티를 결재할 때도 카드 사용이 가능하지만

환율이 너무 좋지 않아서 액티비티가 있기 1~2일

전에 마트에 들린다면 ATM에서 미리 인출

준비하는 게 가장 좋다.  케이프타운에서 하고 싶은

액티비티를 미리 결정하여 해당 요금만큼 랜드를

인출해 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듯하다.

맥주는 캠프 사이트마다 가격이 상이하지만

대체적으로 20~30 랜드 사이고 편의점에서

과자나 음료 사먹는 걸 포함해 *하루에 100랜드

예산을 계획해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캠프 사이트에서 출발한 지 15분쯤 지났을까

트럭이 다급하게 멈춰 섰다.


사자였다.


그토록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사자가

떠나는 날 아침 우리 앞에 나타났다.

우리를 보고도 여유가 넘치는 발걸음은

마치 자신이 이 구역의 주인임을 설명하는 듯

했다. 사자를 따라서 이동해야 하는데 갑자기

트럭이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당황한

림슨과 파지는 시야에서 사자가 사라진 후

트럭에서 내려 배터리 쪽을 확인해 보지만

시동은 계속해서 걸리지 않았다.

지나가던 4륜 자동차 한 대가 우리 트럭 앞에

멈춰서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본다.


멋짐이란 게 폭발하던 서양 할아버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이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우리도 서둘러 사자가 지나간

방향으로 다시 이동했다. 얼마 가지 않아

사냥을 준비 중인 사자 녀석을 다시 만났다.


한 발짝 한 발짝 신중을 기하는 녀석은

아마 근처에 있던 스프링복을 사냥하려는 것 같다.

오늘도 350km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데 트럭이

방전돼버린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돼 끝까지

보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다. 


12시쯤 *'OKgandja'에 도착했다.

점심을 만드는 동안 현지 주민들이 만든 소공예

상품을 판매하는 로컬마켓을 구경했다.

나무를 동물 모양으로 깎아 만든 조각상과 팔찌,

목걸이, 스카프 등을 판매하는 판잣집 20~30개가

양쪽으로 줄지어 촌을 형성했다.

 

“헬로우 마이쁘렌~”
“저스트 원 미닛”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각국의 모든 인사말을 들을

수 있다. 무언가 기념품을 사고 싶기는 한데 '확'

끌리는 물건이 없어 아무것도 구매하지는 않았다.


오후 2시쯤 빈트후크에 도착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많이 발전되고 규모가 꽤 큰 편에 속하는 도시인데

아무래도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인 것 같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교회 앞에 내려 현지 가이드와

만나 1시간가량 시티워킹 투어를 진행했다.

국회의사당과 대통령궁 그리고 전쟁기념관등을

돌아보는 투어는 뜨거운 나미비아의 태양 때문에

흥미롭기보다는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오늘 우리가 머무를 숙소는 *‘Hotel Safari’다.

저녁 식사 전까지 2시간의 여유가 있어 빨래를

해놓고 잠깐 쉴 수 있었다. 시티투어 시작 전부터

두통이 있었는데 샤워를 하고 나니 조금

괜찮아졌다.


빈트후크의 ‘Joe’s beer house’

뉴욕타임스에도 실렸을 정도로 유명한 식당인데

림슨이 미리 예약을 해둔 상태여서 대기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나미비아의 스테이크들은

대부분 가격이 300g에 100랜드 초반대이고

500g에 150랜드 정도 한다. 고급 요리에

속하는 쿠두, 오릭스, 스프링복 스테이크도

150랜드(1만2천)쯤에 맛볼 수 있어 부담없이

한번쯤 맛 볼만하다. 나는 오늘 돼지 폭립을

먹었는데(우측 사진) 훈제 냄새가 나면서 속은

굉장히 부드러웠다. 나미비아에 있으면서 쿠두,

오릭스, 스프링복을 다 맛보았지만 개인적으로

미디움 레어의 스프링복이 가장 맛있었다. 


절대 익숙해질 수 없을 것 같은 긴 식사시간을

마치고 일행들이 그토록 간절히 소원했던

클럽으로 향했다. 제일 유명한 곳은 문을 닫아서

택시 드라이버의 추천을 받았다. 일행들이

스와코프문트부터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싶었는데 대부분이 Bar의 개념이라서 조용히

술을 마시는 곳 밖에 없어 아쉬워했었다. 

신원을 확인받아야만 큰 철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주차장에 내려 클럽 입구 앞에서

가방검사와 함께 *40랜드의 입장료를 지불했다.

(단체 입장 흥정에 성공해 20랜드에 입장했다)

현지인들을 상대로는 복장 검사를 심하게 하는

편이었는데 우리는 외국인이라서 그런지 쪼리를

신었지만 괜찮다며 입장시켜주었다.


손등에 도장을 받고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넓지 않은 크기지만 한편에는 자그마한 빠와

스테이지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었다.

처음엔 우리 일행끼리 춤을 췄는데 시간이

지나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여기저기서

현지 흑형 흑 누나들이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느낌 충만한 춤사위를 선보였다.

나중엔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아져 축제의 장이 되었다. 중간에 약을 파는

흑형들이 저렴하게 해주겠다며 나의 팔을 잡아

끌기도 했다.(세상 순수한 눈동자로 못 알아

듣는 척을 시전 했다.)

12시쯤 내일의 일정을 위해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일부 친구들은 3시가 돼서야

숙소로 돌아왔는데 다음날 트럭에서 기절한 듯

잠만 잤다.


*세계여행중 (17.3.31~)

*네이버뉴스 여행기 연재 (9.22일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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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5600km 횡단 완료

*18번째 국가 태국 치앙마이에서

  2달살기중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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