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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다원 Oct 10. 2017

7. 아쉬운 작별, 우린 아직 더 달려가야 해

'11개국 친구들과 떠난 20일간의 아프리카 횡단기 일곱 번째 이야기'


DAY -13

조식을 먹고 12일 동안 함께 했던 7명의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한국인 2명,

미국인 2명 이탈리아인 2명 스위스 1명)

그리고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온 한 커플이

새로 합류해 우리는 21명이 되었다


빈트후크에서 보츠와나 국경을 넘어 300km

이상을 달려야 한다. 중간에 고바비스를 들린다.

고바비스는 보츠와나 국경을 넘어가기 전

큰 상점들이 있는 작은 소도시다. 림슨은

나미비아 돈은 보츠와나의 작은 상점에선

쓸 수 없을 것이고 간혹 가다 랜드를 받는다

하여도 환율을 좋게 쳐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미비아 돈과 랜드는 딱 맞춰서

다 사용했기 때문에 ATM기에서 보츠와나

돈으로 현금을 인출했다.


나미비아 국경에서 출국신고서를 제출하고

출국 도장을 받았다. 그리고 차를 타고 조금

이동해 보츠와나 입국 심사를 받는다. 직원이

갑자기 여권을 들고 가더니 무언가를 조회하기

시작했다. 도착비자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왔는데

긴장과 함께 당혹스러웠다. 잠시 후 직원이

북한과 헷갈렸다며 여권을 돌려준다.

 

“그들은 아마 아프리카 여행을 할 수 없을걸?”


나미비아 시간으로 12시에 국경을 넘었고

보츠와나 시간으로는 1시가 되었다.

한국과 시차를 기준으로 남아공은 7시간,

나미비아는 8시간, 보츠와나에서 다시

7시간이 된다.


국경을 넘자마자 주유소 뒤편 공터에서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한 후 ‘Ganzi’ 로 출발했다.

오늘 헤어진 일행 7명 중 6명이 여성이었다 보니

트럭 안이 조금 허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것 또한 다른 장점과 매력이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오후 늦게 Ganzi 캠프 사이트에 도착했다. 험난한

길을 지나 도착한 만큼 전기 사용도 제한적이었다.

곳곳에 작은 움막집이 있었는데 10달러에 하룻밤

지낼 수 있다고 했다. 움막 내부가 쾌적한 상태가

아니어서 일행들과 텐트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어제 하루 숙소에서 잤다고 텐트가 왠지 모르게

내 집 같은 반가움이 들었다.


샤워를 마친 후 BAR에 들려 맥주를 한잔 할 동안

보조배터리와 핸드폰을 충전했다. 사이트에서

유일하게 충전이 가능한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전에 최대한 빨리 충전을 하는 게 좋다.


BAR에서는 나미비아 달러를 제외한 랜드, 유로,

달러 모두 사용이 가능했다. 맥주 한 병에 2달러를

냈다. 잔돈을 달러로 주는 유일한 캠프 사이트였다.

확실히 나미비아보다 물가가 조금 높은 게 실감된다.


저녁 메뉴는 닭고기 간장조림과 비슷하게 생긴

음식이었다. 모닥불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따듯하게 저녁 식사를 했다. 오후 8시부터는

부시맨들의 전통춤을 보는 시간이어서 조금

서둘러 식사를 마쳐야만 했다.  어느새 모닥불을

BAR앞 두 곳에 설치하여 여행객들이 불 주위로

둘러앉아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현지

가이드가 나와 전통춤 각각의 의미와 내용을

설명한 후 부시맨들이 노래와 춤을 추는 순으로

공연은 진행되었다.


남자 부시맨들 다리에 소리를 내는 물건을

발목부터 종아리까지 양쪽 다리에 칭칭 감은

후에 여성들이 박수를 치며 노래하기 시작하면

그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보다는

박자에 맞춰 발을 구르며 소리의 합을 맞추는

형태에 가까웠다. 노래 박자를 조금 더 빨라지면

발을 더욱 빠르게 움직여야 하므로 부시맨들의

움직임이 얼마나 가볍고 빠른지를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배가 부르고 몸이 따스해지자 잠이 솔솔 오기

시작했다. 파지 말로는 우리가 잤던 곳 중

3번째로 가장 추운 곳이라고 했는데 바닥에

모래가 따듯해서 체감하는 온도는 춥지 않아서

긴가민가 했다. 그래도 경험상 아프리카 날씨와

온도는 믿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추위에 단단히 대비했다.


하루 300~500km 이상을 달리는 트럭킹은

12일 차가 지나자 창 밖 풍경이 초반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비슷한 땅과 나무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따가운 햇빛 모든 게

반복적이었다. 12일차 이후로는 델타 방고와

쵸베 국립공원 그리고 빅토리아 폭포가 가장

큰 볼거리라고 할 수 있다. 빅토리바 폭포는

아프리카에 오고 싶도록 만든 이유이기 때문에

긴 시간 이동도 참고 이겨내고 있다.


DAY-14

새벽에 너무 추워 잠을 설쳤다. 올라갈수록 더

추워질 것 같아 핫팩을 아껴보려 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새벽에는 확실히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

졌다. 움직이려 하니 얼었던 뼈마디가 비명을

질렀다. 트럭킹 중 가장 고난의 시간이 바로 이런

순간이다. 뻐근한 몸을 일으켜 세면도구를 챙겨

겨우 씻고 와서 차가운 손으로 로션을 바르고

따듯한 옷을 벗고 차디찬 옷으로 갈아입은 후

가방을 정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매일 아침

반복된다.


초반에 설명했다시피 트럭킹 투어는 숙소 투어와

캠프 투어 두 종류가 있다. 중간에 일정이 맞아

캠프 사이트에서 숙소 투어 여행자들을 만날 때면

솔직히 조금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숙소 투어에

20~30대 여행자가 많다고 하면 당연히 참여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40대 이상의 여행자들이 대부분

이기 때문에 선뜻 예약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20일 동안 긴 거리를 이동하는 트럭킹은 구성원들

의 나이 때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여행 분위기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느낀다.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공감대를 형성해 밀접한 분위기에서

여행하는 것이 5600km를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부시맨과 캠프 사이트 근처 워킹투어가

있었는데 선택사항이라서 나는 모닥불에 몸을

녹이며 따듯한 차를 마시는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

는 것으로 택했다. 출발 한 시간 전부터 떠날 채비에

분주했다. 누군가는 트럭 안의 모래를 쓸어내고,

누군가는 조리도구를 설거지하고 누군가는 피우고

남은 나무를 트럭에 실었다. 그러는 와중에 자기가

사용한 매트를 트럭 앞에 세워두고 가는 것도 모자

라 햇빛이 잘 드리우는 곳에 누워 있거나 먼발치에

서 팔짱 끼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당연 브라

질 사람들이다.


브라질 사람들 개인의 문제인지 나라 전체의 문화

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젠 그들에게

공동을 위한 봉사는 바라지도 않는다. 자기가

사용한 것조차도 책임지지 않으니 심각했다.

림슨은 불공평하다는 구성원의 불만사항을

들었음에도 아무런 조율을 하지 않는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트럭킹 투어가 구성원들 간에

관계와 분위기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안전하고

재밌는 여행이 될 텐데 중간 역할을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상황이 이 정도임에도

가이드로써 방관자의 역할을 선택한 건 책임감이

많이 부족한 모습이라고 생각되었다.


오늘은 ’Maun’까지 200~300km 정도를

이동하는 일정이다. 나름대로 작지 않은 도시를

형성하고 있어 환전과 와이파이 마트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오후에 경비행기 액티비티가

있는데 선택사항이어서 나는 개인 자유시간을

선택했다. (결론적으로 이미 1~2달 전에 경비행기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그런 사전 정보도 없이

일정에 포함시켜 여행자들에게 광고한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늘 머무를 ’Sedia Riverfront Hotel’

도착했다. 햇빛이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빨래할

생각부터 든다.  매일 빨아도 매일 흙먼지가 상상을

초월한다. 와이어에 빨래를 널어놓고 일행들과

BAR로 향했다. 레스토랑과 함께 운영되고 있었고

수영장도 있었지만 물 색깔이 온전치 못해 수영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가장 마음에 든 건 보기 드물게

와이파이가 무료였다. 대부분의 캠프 사이트가

와이파이를 돈을 받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이런 날은 운수가 참 좋은 날이다.


3~4시간의 자유시간 동안 맥주를 마시며 밀린 사진

을 정리하고 일행들과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내일부터는 델타 방고에 들어가기

때문에 대형 가방은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어서

작은 가방에 2박 3일용 짐을 다시 꾸려야 했다.


저녁 메뉴가 점심에 남은 파스타, 샐러드와 밥,

소고기 양념조림 같은 게 나왔는데 너무 질기고

비린 냄새가 올라와서 조금만 먹고 레스토랑에

서 저녁을 다시 먹었다. 치킨 반 마리와 음료수

를 한잔 시켜서 먹었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높게

나와서 놀랐다. 알고 보니 음식 사진 밑에 표기된

것이 가격인 줄 알았는데 사진 위에 표기된 게

해당 음식의 가격이라고 한다 의도치 않게 치킨

반 마리를 1만 4천 원에 먹는 엄청난 사치를 부려

버렸다. (얼마 전 한국 치킨회사에서 치킨 한 마리

기준 평균 1만 5천 원도 부족하다며 가격을 더

인상한다고 해서 국민들에게 온갖 질타를 받고

정부에서 세금 조사까지 한다고 했던 것이 떠올

랐다. 반마리에 1만 4천 원이라니...)


며칠 전부터 피부가 간지럽기 시작하더니 긁으면

피가 터져버리는 이상한 피부병 같은 게 생겼다.

열 군데가 넘는 곳에 똑같은 모양의 트러블이

생겨서 림슨에게 물어봤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기에 불린 거라고 한다. 나도 모기한테

물릴 만큼 물려본 나이인데 그걸 몰라서 물었겠냐

라고 속으로만 이야기했다. 무조건 100%확실하게

모기란다. 같은 텐트에 3명 중에 나만 이렇게 물린

게 말이 되냐 라고 했더니 


“너 피가 제일 달콤해서겠지." 


라는 어처구니없는 말만 남겼다. 물이 안 맞는 건지

물을 적게 마셔서인지 모르겠고, 몸 구석구석 살도

다 트고 갈라질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베트남에

서 잘 먹고 잘 바르면 나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베트남에 도착해 2~3일 만에 트러블이 다 사라졌

다.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 노출돼서 생겼던 것 같

다.)



*세계여행중 (17.3.31~)

*네이버뉴스 여행기 연재 (9.22일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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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5600km 횡단 완료

*18번째 국가 태국 치앙마이에서

  2달살기중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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