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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다원 Oct 11. 2017

8. 마르지 않는 습지, 오카방고 델타

'11개국 친구들과 떠난 20일간의 아프리카 횡단기 여덟 번째 이야기'

DAY-15


텐트 옆이 강가라서 벌레와 강바람에 대비하기

위해 벌레 퇴치제로 텐트를 도배하고 옷도 최대한

여러 겹 껴입고 잠에 들었다. 텐트 주변 대형 나무

들이 바람을 막아 줘서 인지 예상과 달리 너무

더워 침낭에서 나와 잠을 잤을 정도였다. 아프리카

날씨는 도저희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바닥이 온통

모래인 곳에선 너무 건조해 습기는 올라오지 않겠

지라고 생각한 날에는 텐트에 물이 맺힐 정도로

습기가 올라와 엄청 추웠고 강바람에 시달릴 것

같은 어젯밤 같은 경우엔 반대로 엄청 더웠다


아침 식사시간이 8시라서 6시쯤 일어났는데 간만

에 대낮까지 잠을 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씻은 후 짐을 트럭에 실어 놓고 텐트를 정리한 후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먹기 위해 앉은 의자 옆

모래 언덕들이 눈에 띄었다.


땅 곳곳에 개미들이 집을 짓기 위해 파놓은 모래가

작은 언덕을 형성했다 어디선가 새들이 날라 오더

니 큰 부리를 개미집에 처박더니 개미들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새들도 이 시간에 개미들이 활동

한다는 걸 알고 온 듯했다. 개미집이 워낙 많다

보니 새들도 무리를 형성해  날아들었다. 언제

어디서 공격당할지 모르고 사는 개미들의 모습이

불쌍해 보였다. 그리곤 또다시 그 근처에 땅을

파서 집을 짓고는 그래도 이번엔 최대한 멀리 도망

쳤다고 열심히 이동한 게 새들한텐 날개 짓 한번

이면 닿을 거리라는 게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오늘부터 2일동안 오카방고 델타(Okvango Delta)

에 들어가 습지를 체험하는 투어에 참여하게 된다.

기본 액티비티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는 오카방고

델타 투어는 5,040랜드, 한화로는 43만원의

비싼 투어다. 2일간의 숙박, 식사, 보트 투어,

MOKORO(나룻배)투어 간단히 말해 팁과

개인 음료를 제외하고는 43만원에 전부 포함돼

어 있다. 숙소와 투어를 동시에 운영하는 곳으로

현지 가이드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림슨은 같이

들어가긴 하지만 일정을 함께 하진 않았다.


오카방고는 보츠와나의 응가밀란드에 있는 삼각주

의 습지대를 말한다. 오카방고 델타는 앙골라 고원

에서 시작하여 나미비아를 거쳐 보츠와나로 흘러드

는 오카방고 강 하류에 형성되어있다. 오카방고강은

원래 칼라하리 사막을 관통하여 남아프리카 중북부

를 거쳐 인도양으로 흘러드는 강이었지만 200만년

전에 지각변동으로 생긴 역단층으로 강물이 막혀

더 이상 바다로 흘러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습지의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

이다. 오카방고 강의 상류인 앙골라 고원에서 흐르

기 시작한 물이 삼각주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우기인 1월에 상류

에 내린 비가 건기가 최고조인 6~7월에 삼각주에

도착하여 서서히 전역으로 퍼져 나간다. 이러한

조건의 습지 대는 수많은 동물들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 습지보호 지역으로 지정되어

2014년엔 유네 스코 지정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부시부시’(자연을 화장실 삼는 행위)를 위해 두어

번 정차한 것을 제외하고는 한참을 이동했다. 열한

시가 조금 넘자 갓길에 트럭을 정차하고 점심 식사

를 했다. 보츠와나는 소아 염소 당나귀들을 전부

풀어 놓고 키우다 보니 길이 온통 동물들의 대변으

로 가득했다. 여기서 점심을 준비하고 그위에 의자

를 놓고 밥을 먹어야 한다니 대부분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이런 상황이

조금 짜증 났다. 음식을 접시에 덜어 트럭에 올라타

점심 식사를 했다.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면서 주변

환경에 예민했다.


점심을 먹고 한 시간 반쯤을 더 이동했다. 길 상태가

좋지 않아 덜컹거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아스팔

트 중간에 생긴 구덩이들은 트럭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었다. 우측에 정차해 있던

사륜구동(4X4) 트럭 옆에 정차했다. 여기서 부터는

오카방고 델타 근처에 있는 캠프 사이트까지 길이

험하고 모래가 깊어 우리 트럭으론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숙소 측에서 준비해 놓은 사륜구동으로 짐을

옮겨 탑승했다. 우리 드라이버인 파지는 2일 동안의

휴가를 얻은셈이다.


비포장 도로 40분을 열심히 달려 숲 속 깊은 곳으

로 들어갔다. 예상과 달리 텐트 상태는 너무 좋았

고 심지어 1인용 간이침대가 텐트 안에 준비되어

있었 다. 화장실에 따듯한 물도 잘 나오고  BAR도

잘 갖 춰져 있었다. 깊은 산속 캠핑 콘도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어제 여행 책에서 봤던 것으로는 완전

깡촌에 땅을 파고 화장실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시설이 열악하다고 보았는데 오히려 평소 우리가

쓰는 텐트보다 시설이 좋아 기분이 좋아졌다.


오후 4시부터는 보트를 타고 오카방고 습지를 두시

간동안 둘러보는 시간이다. 직원들이 조금 전 미리

주문받은 음료와 맥주들을 아이스 박스에 넣어

보트에 실어 놓았다. 보트에서 시원하게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해 준 서비스가 참 좋았다. 어제도

느낀 거지만 나미비아보다 레스토랑이나 Bar 직원

들의 전문성과 친절함은 보츠와나가 확실히 훨씬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


보트를 타고 습지를 두 시간 돌아보는데 솔직히

말해 큰 소득은 업었다. 지글거리는 태양 때문에

몸이 너무 뜨거웠고 딱히 볼 것도 없었다. 새 몇

마리와 지나가는 악어를 두 번 본 것이 전부였다.

현지 가이드도 볼게 너무 없으니까 지나가는 새

라도 설명하려는 것 같았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후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는 뷔페식으로 준비되어 있었고 오늘 저녁은

호박 조림, 삶은 감자, 닭고기 양념 조림이 나왔는데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특히 밥의 상태는 아프리카

에서 먹은 밥 중 가장 완벽했다. 저절로 내일 아침

음식이 기대되는 요리 솜씨였다. 저녁을 먹은 후엔

각자 보드게임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에

차와 커피를 준비해줘 따듯하게 밤을 보낼 수 있었

다. 내일 또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긴

하루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텐트 내부는 더울 정도로 따듯해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DAY-16


따듯했던 텐트 안은 3시를 기점으로 온도가 조금

떨어졌지만 비교적 아늑하게 깊은 잠을 자기에

충분히 아늑했다. 매트리스 중간이 움푹 파여서

허리가 약간 아픈 것 말고는 최고였다. 나는 여행

내내 일행들이 기상하는 것보다 30분 일찍 일어

나 준비했었다. 조금 일찍 일어나 준비하는 게 잠은

조금 덜 자더라도 화장실이나 샤워실을 여유 있게

사용할 수 있어서 차라리 그게 편했다. 일행들이

일어나기 시작할 때쯤 나는 식당으로 이동해 따듯

한 커피를 마시며 여유 있는 오타 방고의 아침을

보냈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8시 20분쯤 보트에 올라탔다.

보트로 50분 정도 이동해 2인용 나무배인 모코로

(Mokoro) 액티비티를 시작하는 지점까지 이동

해야 한다. 습지 위의 아침은 공기는 차가웠다.

습지를 달리다 동물이 나오면 잠시 멈춰 설명과

함께 사진 찍을 시간을 줬다. 악어를 두세 번 발견

하기는 했는데 사진 찍을 시간을 주지 않고 금세

사라져 버렸다.


투어에 앞서 현지 가이드의 안전사고 및 주의할

점에 대하여 교육을 받은 뒤 코모로에 올라탔다.

길이 가 긴 2인용 나무 배다. 평평한 바닥에 앉을

수 있는 2개의 좌식 의자가 준비되어 있고 운전수

인 폴라가 배의 꼬리 부분에서 긴 장대를 가지고

배를 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폴라가

힘이 부족하거나 균형감각이 떨어질수록 배가

심하게 휘청 거리게 된다. 초반에는 출렁이는

배가 적응이 되지 않아 폴라에게 ‘믿어요’를

간절히 반복해서 외쳤다.


오타 방고의 습지를 작고 길쭉한 배로 두어 시간

동안을 휘집고 다녔다. 습지라고 해서 더럽고

벌레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물이 투명할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두 시간쯤 지나 작은 섬에 내려 와일드 워킹투어를

진행했다. 작은 섬인데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

고 했다. 사실 크게 의미 있는 투어는 아니었다.

나무에 크게 흥미가 있는 편이 아니라 뜨거운 태양

에 지쳐갈 때쯤 그늘진 장소에 점심을 먹기 위해

도착했다. 


햄 샌드위치를 숙소에서 아침에 도시락으로 포장해

모코로를 타러 올 때 들고 왔는데 그 정성에 어떻게

든 먹어보려 했지만 난생 이렇게 목맥히는 빵은

처음이라 포기했다. 조식 먹을 때 신청해 던 콜라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점심 메뉴 중 콜라가 가장

맛있었다.


식사 후 한 시간가량 배를 타고 이동해 처음 모로코

를 탑승했던 곳에 도착했다. 낮이 되니 강한 햇빛에

습한 공기가 더해져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워졌다.

선착장에서 다시 우리가 타고 온 모터보트를 타고

캠프 사이트까지 50분을 이동했다. 다들 뜨거운

태양 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5시부터는

선셋 투어가 진행되고 그전까지는 휴식시간이었다.

어제 오후에도 보트를 타고 캠프 사이트로 돌아오

던 길에 일몰을 보았던 터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으로 확신하고 한국 친구들과 과감히 휴식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아주 잘한 결정이었었다.)


한국 친구들과 16일 차를 지나는 시점에서 이번

투어의 피드백을 나눠보았다. 노매드 업체를

이용해 트럭킹 여행 시 케이프타운에서 빈트후크

까지 12일의 일정을 예약해 참여하고 빈트후크

에서 빅폴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액티비티를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빈트후크 이후 8일의 일정 중 3일이 이동에 소요되

기 때문에 차라리 빅폴에서 조금 더 여유 있게 보내

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었다.

오카방고 투어 요금 45만원이면 빅토리아 폭포까지

가는 항공권을 구매하고도 남는다. (특히 마운과,

오카방고 투어, 17일 차 머물렀던 숙소는 동선이

매끄럽지 않아 무리하게 끼어 넣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메뉴는 감자 소고기 양념 볶음과 밥 그리고

샐러드다. 저녁 식사 후엔 보드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현지 매니저의 부탁으로 숙소와

투어에 대한 피드백을 남기고 2일 동안 먹었던

음료를 한 번에 계산했다. 전부 합해 74폴라가

나왔다.



*세계여행중 (17.3.31~)

*네이버뉴스 여행기 연재 (9.22일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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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5600km 횡단 완료

*18번째 국가 태국 치앙마이에서

  2달살기중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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