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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다원 Oct 12. 2017

9. 12만 코끼리가 살고 있는 '초베국립공원'

'11개국 친구들과 떠난 20일간의 아프리카 횡단기 아홉 번째 이야기'

DAY-17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사륜 트럭을 타고 40분간

이동 해 우리 트럭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짐을

싣고 트럭에 올라타 곧바로 나미비아 입국신고서

를 작성했다. 오늘 나미비아 국경을 넘은 후 캠프

사이트에 머물다 내일 *'초베 국립공원(Chobe

National Park)'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초베

공원은 보츠와 나에 있는 공원이라 내일 다시 한번

보츠와나 국경 을 넘어야 한다. (여기서 입출국

도장이 여권에 쌓이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일은 이동 거리가 상당할 것 같다.


나미비아 국경에 도착했다. 더블비자를 받아 두었던

터라 정해진 기간 내에 다시 재방문이 가능했다.

아프리카에서 트럭킹 기간 중 방문하는 국가는

4개국 뿐인데 여권에 입출국 도장이 수북하다.



캠프 사이트에 도착하기 전 림슨은 큰 마트에 들려

점심, 저녁에 사용할 음식 재료를 구매하고 우리도

30분간 쇼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이럴 땐 대부분 시원한 콜라를 한 캔 구매해 원샷

하고는 했다.)


*’Rainbow Lodge’에 도착했다. 구매해야 한다고

했던 와이파이는 무료였으나 신호가 약해서 사용

불가였다. 아프리카의 해가 강하게 내리쬐니

뜨거 운 공기 때문에 숨이 '턱' 하고 막혀왔다. 점심

메뉴로 나온 빵이 맛있게 느껴질 수 없는 날씨였다. 


샤워장에서 빨래를 해 건조대에 널어두었다. 이후엔

할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낮 12시부터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날씨는 더워 누워서 쉴 수

없고 수영장은 엄청 더럽고 와이파이는 되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내일은 500km 이상을 이동해야

해서 새벽 3시에 일어나 4시 30분에 출발해야 할

정도로 긴 거리인데 오늘 이런 말도 안 되는 여건의

숙소에서 여유를 부리는 거냐고 일행들이 불만이

생기고야 말았다. (이 부분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기 캠프 사이트는 트럭킹 여행자들이 시간을

보내기엔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Bar에서 판매하는 음료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빈트후크부터 쵸베 국립공원까지 이동하고 머물렀

던 포인트들을 구글에서 확인해보면 쓸데없이

빙빙 돌아서 이동한 게 보인다. 그래서 빈트후크

이후 일정 은 프로그램들이 전반적으로 성의가

부족한 게 확실히 느껴진다.


오후 3시쯤 되자 노매드 트럭 2대가 더 도착했다.

(그 순간 확신했다. 이 쓸데없는 일정은 숙소와

노매드 간의 유착관계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들은 나이로비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30일간

이동하는 일정인데  여행자들 중 한국분 한분이

포함되어 있어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분위기가

참 좋아 보였다. 서로 분담해서 일을 진행하고

하하호호 즐거운 분위기에서 캠핑 준비를 하는

모습이 살짝 질투 날 정도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불만이 생기기 시작하고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이유도 즐겁지 않은 게 큰

이유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함께

여행하는 구성원들 간의 협동, 단합의 중요함을

또 한 번 느낀다. 그리고 그것을 조율하는 입장

에서는 절대 방관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게

또 다른 배움이다. ‘관계는 사소한 불편함과

열악한 상황을 이겨내는 강력한 힘이 있다.’


DAY-18

캄캄한 새벽 누군가 텐트를 거칠게 두드렸다.

림슨이 일어나야 한다고 여행자들을 깨우고 있었다.

국경을 자주 넘다 보니 보츠와나 시간과 나미비아

시간 사이에서 실수로 공지를 잘못해 일어나야

하는 시간임에도 다들 깊은 잠에 빠져있던 것이다.

15분 만에 텐트를 정리하고 아침 식사를 했다. 이럴

땐 씻는 것은 포기하는 게 옳다. 일어나자마자 새벽

에 빵이 먹힐 리 없었다. 삶은 계란 하나를 먹고

하나는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정신 차리고 나면

배가 무조건 고프게 된다.) 해가 뜨기 전 최대한

많은 거리를 이동해 나미비아 국경이 가장 한산할

때 넘어가야 했다. 쉼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국경에 도착했다. 오늘 이동거리가 500km가

넘는대 서울 에서 부산이 350~400km정도 된다고

한다. 비포장도로 500km는 이제는 먼 거리라고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나미비아를 나가서 다시 보츠와나로 입국했다.

큰 규모의 마트에서 장을 보고 마트 뒤편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 먹었다. 식사의 질이 점점 성의

가 없어지는 게 느껴졌다. 더위가 심해서 입맛도

없을뿐더러 점심에 먹는 빵은 텁텁함 때문에 시도

하고 싶지도 않다. 


마트 옆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던 시아봉가는

계좌에서 돈은 빠져나갔는데 실제로 돈이 인출

되지 않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짐바브웨나 보츠

와나에서는 카드 사용을 자제하라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Fnb라는 큰 은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돈을 먹는다는 게 이상했다. (짐바브웨나 보츠와

나 에서는 카드 사용을 자제하고 나미비아에서

현금을 미리  인출해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오후 1시 30분쯤 *’Thebe River Safafi’에 도착

했다. 텐트를 설치하고 와이파이를 확인했다. 리셉

션에서 겨우 메시지를 주고받을 정도의 신호가

잡혔다. 빈트후크 이후 와이파이가 원활한 숙소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게임 드라이브와 크루즈투어

참가자 명단에 본인 확인과 서명을 한 후 직원이

가져온 샘플을 보고 트럭킹 기념 티셔츠를 신청했

다 오늘 주문하면 빅토리아 폴스 숙소에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티셔츠 색상과 앞뒷면에 새기고 싶은

그림을 선택하고 팔뚝 쪽에 입국 스탬프 그림과

4개국의 국기를 넣을 수도 있다. 가격은 25달러

였고 나는 베이지색으로 주문했다.


오후 2시 45분에 초베 국립공원 크루즈 투어를

위해 출발했다. 우리 트럭으로 10분 정도 이동하여

보트가있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보트 위에 우리

아이스박스를 실어 투어 중에 시원한 음료나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해주었다.


초베 국립공원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많은

동물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보츠와나에서는

두 번째로 큰 국립공원이다. 초베공원엔 세계에서

가장 큰 집단을 자랑하는 대략 12만 마리의

코끼리가 무리를 지어 살고 있다. 


초베국립공원 크루즈 투어는 한마디로 사파리의

‘끝판왕’이었다. 잠자는 악어와 하마 그리고 

버팔로가 풀을 뜯어 먹고 이름모를 각종 희귀한 

새들은 코끼리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의 연속이었다. 

그토록 가까이서 보기를 열망했 던 코끼리 무리를

구경하고 물놀이도 하고 줄지어 강을 건너 집으로

돌아가는 귀한 장면도 감상했다.

보기 어렵던 악어와 하마의 수영 실력까지 전부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어 기분이 좋아졌다.

(하마는 실제로 수영을 못한다고 한다, 숨을

오래 못참는다고...잘하는 척만 한다.)

실제로 본 동물의 왕국은 그간의 피곤함을 싹

잊게 만들었다. 보트에서 일몰까지 감상 하고

투어는 오후 6시 30분에 종료되었다.


저녁을 먹고 다음날 일정을 공지받았다. 오전 6시에

게임 드라이브를  한 후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빅토리

아 폴스로 이동한다고 한다. 짐바브웨 국경을 넘은

후 빅폴 액티비티 업체를 방문해 예약을 진행하고

대망의 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한 후 숙소에 체크인

할 예정이라고 했다.


DAY- 19


오전 6시에 포바이포(4륜자동차) 두대가 우리를

픽업하러 왔다. 해가 뜨기 전 달리기 시작하니

이가 달그닥 거리며 서로 부딪힐 정도로 추웠다.

히트택에 후리스, 바람막이와 점퍼하나를 더

입고도 추위 때문에 벌벌 떨었다. 털모자와 목토시

를 사용해 얼굴을 전부 가리고 가슴팍엔 어젯밤

터뜨린 핫팩 2개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추위가 물러가지 않아 업체에서 준비 해 준 담요를 

발끝부터 허리까지 둘러 최대한 바람이 안들어오게 

했다. (그래도 추웠다.) 



숙소에서 쵸베국립공원 게이트까지는 2~3km의

거리다.  어제 보트투어의 감동이 진하게 남아

오늘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른 아침엔 동물들이 더욱 활발히 움직이기

때문에 일행들 모두 게임드라이브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리고 드라이버의 부담감도 커져갔다.



그렇게 구석구석 열심히 돌아본지 2시간이

지났지만 주위엔 바분(원숭이)과 쿠두, 스프링벅

만 넘쳐났다.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세 녀석들을

원 없이 보았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을 받기엔 

부족했다. 2시간이 넘어서 부터는 드라이버가

굉장히 초조해 했다. 운전대를 잡은 그의 어깨는

큰 한방을 갈망하는 듯 긴장되어 보였다.



3시간동안 진행된 투어는 사실 상 별 소득없이

끝이 났다. 가이드도 아마  가슴이 조마조마 했을

것이다. 그래서 중간중간 별 것도 아닌데 괜히

중요한 단서를 잡았다는 듯 진지한 분위기로 시간

을 끌고는 했다. 투어를 마친 후 숙소에 돌아와

텐트를 정리하고 아침겸 점심식사를 했다.



NEXT : 트럭킹 마지막 이야기,

            5600km의 종착점인 세계에서 제일

            긴 빅토리아 폭포를 소개합니다.




*세계여행중 (17.3.31~)

*네이버뉴스 여행기 연재 (9.22일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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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5600km 횡단 완료

*18번째 국가 태국 치앙마이에서

  2달살기중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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