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알게 된 것들
오늘은 번외 편으로 석사과정에 써 보려고 한다.
많은 개발자들이 이직을 통해 연봉을 높이고,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조금 더 좋은 회사로 옮기고 싶어 하기 때문에
누구나 3년 차 이상이 되면, 현실을 직시하고, 그저 그런 대학을 나온 개발자들은
나처럼 석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꽤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석사과정에 만난 동기들도 모두 같은 고민을 하는 처지였고,
회사에서는 좀처럼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는데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동기들과는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어쨌건, 직장인들의 석사과정은 돈으로 가방끈을 늘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가방끈을 늘리는 이유는 몸값을 높이기 위함이기도 하다.
물론, 나도 그에 대한 기대치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게 전부도 아니었다.
우린 일반대학원에 속해, 나름 전공과목 이수학점 및 어학 성적, 졸업시험 통과 등이
의무였고, 마지막 논문 완료 후 졸업장을 받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변한 건 없다.
다만, 석사과정이 내게 남긴 건 학문은 학문이란 것과
연구란 걸 어떤 절차와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 난 퇴사를 하였지만 석사가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본다.
다만, 만약 서류전형에서 통과가 된다면,
대면 면접 시 대기업 자회사의 경력과, 석사학위가 조금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것 외에는..
아직 딱히 체감되는 건 없다.
나의 경우는 7년여를 대학원을 갈까 말까로 고민하였는데,
그 이유가 다들 똑같을 텐데, 드는 비용 대비 효용성에 대한 부분이다.
보통 한 학기 6,7백 넘는 학비와 기타 비용에
회사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면서 받게 되는 낮은 업무평가가 연봉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총 합치면 드는 실질적 비용 5천, 잠재적인 비용 5천으로 봤던 내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러던 차에, 참 운이 좋게도 중소기업 인력에게 정부 70%, 회사 15% 지원을 해주는
계약학과라는 프로그램을 중소기업청에서 운영하였고, 전 회사도 지원을 했다.
그렇게 난, 15% 한 학기당 약 1백만 원의 학비만을 부담하며 대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이 경험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논문 발표 후 모든 과정이 끝나고 집으로 가던 길,
왠지 모를 가슴 벅참에 눈물 흘렸던 그 쾌감을 잊지 못하는 건지,
학교서 시험 치고 다시 고객사로 돌아가 밤새며 테스트하던 힘들었던 시간을 추억하는 건지,
일요일마다 카페에서 과제를 하며, 2년간은 휴일이 없던 그때가 좋았다고 추억하는 것을 보면
나는 좀 변태 같긴 하다.
그래서 지금도 박사과정을 꿈꾸고 있다.
그래도 돌이켜 보면, 그냥 그런 지방 대학의 경영정보학과를 졸업한 내가,
일 하나로 상사와 고객에게 인정받아 회사를 옮길 수 있게 된 것도,
끊임없이 대학원 정보를 검색해가며 고민하다 온 기회를 잡은 것도,
운이 아니라 그 운을 준비하고 있었던 내가 있어서라 생각한다.
팀원들이 왜 그렇게 계속 공부하고 즐기지 못하고 사냐고 묻곤 한다.
나는 그렇게 지내와 현재의 자리와 지위를 얻었고,
앞으로도 끝없는 꿈이 있기에, 힘들지 않다.
또 내년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다고 해도, 많은 일들을 준비하고 있을 나를 알기에
그 공백의 기간이 두렵지 않다.
석사를 꿈꾸는 개발자들이 있다면,
비용 대비 효용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길 바란다.
석사가 지금의 위치를 변화시켜 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보다는 경력직은 이력이 더 중요하다.
다만, 얻을 수 있는 건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약간의 자신감 정도일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