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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uk Kwak Aug 29. 2016

개발자, 공무원 도전기

아직은 진행 중

오늘은 누구나 한 번쯤 도전을 상상해봤을 나의 공무원 도전기를 써보려고 한다.

비록 아직 공무원에 최종 합격하지 않았지만, 남편 공시 뒷바라지 3년 한 경험과,

현재 필기 합격만 했을 뿐이어도, 그간의 고민과 경험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공무원에 대한 막연한 첫 시도는, 학원강사를 그만두고 난 직후였던 것 같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앞도 보이지 않고, 안정적인 직업은 가지고 싶었기에

무작정 책을 사고, 한두 챕터를 보다 덮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 학원을 갈 형편도 안됐고, 인터넷 강의는 없던 시절이었다.


그 후,  남편이 하던 카페를 접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기로 오랜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리고 본격적인 시험 준비에 들어가며

공무원 시험 정보 및 수험생들의 생활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남편은 2012년 11월에 시작하여 2013년 시험은 수술로 제대로 시험을 못 보고

2014년에 서울시, 국가직, 서울 교행 9급 필기를 합격하고 최종 국가직을 선택하여

2015년 1월부터 근무 중이다.


이 글은 개발자들을 위한 전산직에 국한하여 얘기를 하려고 한다.

만약 경력이 있다면 민간경력 5,7급 공채를 노려볼 수 있다.

4월부터 부랴부랴 알아보고 준비를 한 내 입장에서 가장 필기를 수월하게 합격한 게 경력 7급 시험이다.


일반 전산직 9급은 국어, 국사, 영어, 정보보호, 컴퓨터 일반 5과목을 치르며

7급은 국어, 국사, 영어, 정보보호, 소프트웨어 공학, 데이터베이스, 자료구조 7과목을 치른다.


2015년까지 합격 컷은 평균 79점이면 되었던 걸로 아는데 2016년은 난이도도 올라가고

합격 컷도 올라갔다고 통계가 나오고 있다. 

자세한 정보를 알기 원하면 다음이나 네이버에 공무원 시험으로

카페 가입 후 확인하길 바란다.


보통 국가직, 서울시 등의 시험은 1월에 접수를 하는데, 

난 올 1월에는 재직 중이었고

퇴사를 할 줄 꿈에도 모르던 시절이라, 

4월에서야 공무원 시험 결정을 하고 접수를 한 것이

지방직 9급(6월 18일), 국회직 8급(8월 13일), 국가직 7급(8월 27일) 시험이었다.


처음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전, 2015년 기출을 풀었을 때

국어, 영어, 국사가 각 50점이었고, 나머지 두 과목은 더 참담했던 것 같다.


즉, 시험은 시험이지 기본 상식과는 좀 다르단 걸 뼈저리게 깨달았고,

공단기 인강을 결제하여 국사부터 준비했다.


한국사 검정능력 시험이 있는데, 공기업이나 공무원 경력 시험에 우대점수를 준다고 해서

따로 준비하기보단 공무원 강의를 들으며 5월 28일에 고급 시험을 쳤는데 

턱걸이로 2급에 합격하였다(요번 경력 공채에 쓰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잘한 일 같다.)


처음 시작이 4월 25일이었고, 국사를 5월 28일 시험 전까지 하루에 4~6시간의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영어, 국어를 1시간씩 꾸준히 들었다.

그렇게 2개월의 짧은 시간 동안 공부 후 처음으로 지방직 9급 시험을 응시하러 내려갔다.


당황했었던 건, 시계가 없어(난 애플 워치만 지니고 있어 시험장에 있을 줄 알았다.

시간 배분을 할 틈도 없어 정신없이 풀었던 것 같다.

결과는 의외로 국어 40점, 영어 70점, 국사 80점이었고 나머지 두 과목은 점수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지만 카페에 올라온 채점기준으로 평균 6~70 점사이지 않을까 한다.

처음 경험치고 나쁘지 않아 충격을 받기도 했고, 국어도 문법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1,2달 수준에 이 정도니 꾸준히만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 또한 가졌다.

그런데, 시험은 시험인지라 당황해서 문제 2개 마킹을 잘못하는 바람에 10점을 날리니

굉장히 허무함도 느꼈다. 

만약 이게 1년 내내 준비했던 시험이라면 웃으며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준비기간인 2개월의 시간 동안 내 평균 공부시간은 하루 10시간 정도였던 듯하다.

예전 같았으면 집중하기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 가능했던 이유가

"공무원 합격"이라는 데 큰 부담을 가지지 않아서였다.


12년간 사회생활을 했고, 지금 당장도 헤드헌터들과 주변에서 일을 하자는 곳은 많다.

it 생활을 너무 오래 해서, 한국 it의 미래에 대해 약간(아니 많이) 회의감을 가지던 중이어서,

나도 공무원을 해볼까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고, 

목표기간도 3년이었기에 그냥 즐기면서 공부하자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불안감 같은 건 다른 사람보다 적었다.


이 시기에 가장 안타까운 건 정보를 얻으러 가는 공무원 카페에서 공시생들의 사연을 읽었을 때였다.

아무 꿈도 없이 부모 등 떠밀려 20대 중후반에 시작하여 30 초중반이 되어 버려

더 이상 다른 대안이 없어 아직 공시생인 사람들.

미래가 불안하여 자꾸 무너진다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참 안타까웠다.


나도 남편이 회사생활을 한 적이 없어서, 공무원 준비기간 2년을 정하였고,

그게 안되면 취업을 하기로 먼저 협의를 한 후 시작하였다.

이도 저도 아니게 나이만 먹고 장수생으로 들어서면, 본인도 마인드 컨트롤이 힘들겠지만

주변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2012년 말에 노량진에서 새벽 6시~밤 11시까지 하는 수업을 2달간 듣고서는 곧 허리디스크로

수술하는 바람에 2013년 시험은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그렇게 햇수로는 2년이 지났기에 2014년에 한 번 더 도전해 보기로 목표 수정을 하고, 

2014년 4월까지 공부를 했었다. 사실 필기 합격 전까지 남편이 2015년에도 시험을 보게 해달라고 했었다.

가채점은 했었지만 합격에 대한 확신은 없는 점수였던 듯하다.


사실 우리 남편은 놀기도 많이 놀았다. 

한때는 합격 부담감에 온갖 sns를 다 끊는다고 하더니, 퇴근하는 나만 기다리는 그 모습에..

그냥 합격 전까지 멘틀 관리 차원에서 너무 공부에만 집중하지 말고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라고 조언해주었고,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친구를 만나 수다 떨거나, 나와 놀기도 했다.


다만 일요일은 나도 대학원 재학 중이어서 둘 다 좋아하는 카페서 나는 논문 준비, 남편은 공부를 했다.

만약 그때, 내가 학교를 다니지 않았더라면 자신도 공부하기 싫고 나랑 놀고 싶었을 것 같다는 걸 보니

배우자가 공부를 한다면, 같이 공부를 하는 것도 의지를 북돋는 방법인 듯하다.


다만 주중에는 목표를 정해 공부했고, 틈틈이 미드도 꽤 많이 본 듯하다.

합격 비결을 물어보면 처음에 노량진에서 집중했던 그 시간에 기초를 많이 잡아서,

그 뒤로는 그 공부를 잊지 않게 인강을 반복해서 듣고,

모의고사를 통해 감을 잃지 않게 유지했다고 한다.


중간중간 우리 남편도 무너지지 않았던 건 아니다.

내가 개발자로 괜찮은 급여를 받기에, 집에서 평생 살림하겠다는 말도 했었다.

그때 진지하게 내가 해준 말은 이거였다.

살림을 해서 너의 인생의 허전함이 채워진다면 찬성하겠다.

그렇지만 내가 본 너는 사회생활을 해야 활기찬 사람이다.

공무원 아니어도 된다. 카페 했으니 바리스타 경력으로 월 백만 벌고 사회생활을 하길 바란다고 했고,

그때 다시 마음을 서로 추슬렀다.


그리고 공부에 대해서 잔소리하지 않았다.

너무 놀아 보이거나 하면 한 마디씩만 했던 것 같다.

불합격의 결과는 책임져야 할 테니 시간관리 잘하라고 했었다.


후에 내가 실제 공시생을 잠시 해보니

멘틀은 우리 남편이 더 강했던 것도 같다.

나는 12년 경력이 있고, 이제 직업 가지지 않고 놀아도 되잖아라는 생각에 퇴사했는데,

나 역시 사회적인 사람이라 결국 집에서 먹고 놀지 못할 걸 알기에 시작한 거였는데,

막상 합격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실패"라는 낙인을 찍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다른 데 가서 일할까 하는 생각도 자주 들었다.


6월 18일 시험 이후, 퇴사 후 놀지 못한 한을 풀러 여행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며 놀던 시기를 보내던 중 

민간 5,7급 공채 시험 공고가 나서 psat 시험을 준비했다.

민간경력 5,7급은 응시자격에 맞으면, 필기시험을 psat이라 불리는 시험에서 10배 수로 합격자를 뽑고,

필기합격자 대상으로 서류전형을 통해 3배 수로 합격자를 추린다. 

그 후 면접에서 최종합격자를 선택한다.


psat 시험은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 3과목이 치러지고,

 경력 5,7급은 각 60분의 시간 동안 25문제를 푼다.

한 문제당 4점으로 배점은 동일하고, 40점 미만이면 과락으로 불합격이다.

행시나 기술고시는 100분간 40문제는 난이도가 굉장히 높고, 경력 공채는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다.


이 시험이 참 오묘한 게.. 별다른 공부를 한다고 점수가 높아질 수 없다는 점이다.

즉 시험 개요를 찾아보면 시간이 무한정 주어지면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로,

 주어진 시간 안에 그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을 가린다고 적혀 있는데..

경험한 바, psat은 추론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어렵진 않은 것 같다.


나의 취약과목은 자료해석이었는데, 계산기를 사용할 수 없어서 문제 중 보기 하나에 계산이라도 들어있으면

시간을 엄청 잡아먹는다. 근데, 시험인지라 정답 아닌 것을 소거해가는 요령 같은 것이 필요하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3주 정도여서 별다른 준비는 할 시간이 없었고 기출만 풀고 가서 합격하였다.




사실, 나의 삶을 뒤돌아 보면 언제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험 역시,퇴사전부터 준비했던 것도 아니고,

고작 2,3달간의 휴식 기간동안 일어난 일이기에,

한편으로 최종합격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쉽기는 하겠지만,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8월 27일 이후 처음 마음 편하게 놀고 있는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인 글쓰기를 마무리 해가며,

언제 어떤 기회가 다가올 지 모르지만

감사히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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