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문장 작법 강의를 들었다. 과제는 원고지에 글을 써서 내는 것. 교수님은 빨간펜으로 띄어쓰기, 비문 등을 첨삭해 돌려주셨다.
어느 수업 시간, 좋아했던 노교수님은 "너희 젊은 애들은 너네 감정에도 자신이 없니? 왜 그렇게 '기쁜 것 같다', '슬픈 것 같다'라는 문장을 쓰니? 기쁘면 기쁘다. 슬프면 슬프다. 배고프면 배고프다. 그렇게 말하는 게 어렵니? 요즘 보면 참 모지리들 같다" 라며 혀를 차셨다. 웃기게도 비싼 등록금 들여서 4년 동안 배운 것들 중에 기억에 남는 건 이런 장면들뿐이다.
그치만.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하고, 아픈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허전한 것 같기도 해서 "배가 고픈 것 같아"라고 말하고, 그 사람을 보면 마음이 간질간질하고, 자꾸 보고 싶고, 가끔은 야속하기도 하고 이런 걸 사랑이라고 하나? 싶어서 "사랑하는 것 같아"라고 말하고,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면서 서운한 것도 같고,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서 "속상한 것 같아"라고 말하는 이런 복잡한 심경을 교수님은 모르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