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휴가를 보내고 결심한 것
2019년 12월 한 달 안식월을 가지며 두 가지 큰 결심을 했다.
하나는 결혼,
또 다른 하나는 요가 지도자 과정, 그러니까 ttc(teacher training course) 수료다.
원래는 2020년에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싶었는데,
작년엔 요가 ttc를 시작할 몸과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올해 상반기엔 생각보다 결혼으로 바뀐 생활과 삶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또 시작을 미뤘다.
여름의 초입, 요가원에 9월에 개강하는 하반기 ttc 빠른 등록을 받는 것을 보고 망설임 없이 등록했다.
올 초 올해는 꼭 ttc를 하고 싶다 말하는 내게
원장님이 뼛속까지 꿰뚫어 볼 것 같은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물으셨다.
"왜 ttc가 하고 싶어요?"
여러 가지 단어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녀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차에,,
"나중에 알게 되겠죠"
라고 하시며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돌아오는 내내 왜 2019년의 나는 요가 ttc를 하려고 결심했지? 다시 생각해봤다.
2019년 12월, 따뜻한 섬나라에서 보냈던 시간은 어떤 정수 같은 것이었다.
평생 이 사람과 이렇게 요가를 수련하며 살아도 괜찮겠구나.
아침에 일어나 수련과 명상을 하고,
수영 하고, 낮잠 자고, 책 보고,
다시 또 수련 하고,
간단한 저녁을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주 단순한 삶.
부족했지만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도시의 화려함도, 산해진미도, 럭셔리한 그 무엇도 거기엔 없었지만 나는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풍족했다.
그리고 아주 다행히도 여행을 함께했던 구 남자친구, 현 남편도 같은 생각을 했다.
이런 형태의 아주 단출한 삶을 궁극으로 여기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은 결혼을 결심하게 했고,
좋아하는 것을 더 잘 알고, 오래오래 즐기고 싶은 마음은 요가 ttc 수강을 결심하게 했다.
야심차고 흔들림 없이 결정한 것과 달리
9월 ttc 개강을 앞두고 걱정되는 마음이 한가득이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12주 200시간의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벌써 훌쩍훌쩍 울고 있을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12주의 시간이 끝나고,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 궁금하다.
겁을 덜 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9월 ttc 시작 전에 블로그에 적어뒀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