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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학 개요 1: 국립대학 우선

사립대학이 많으나, 국립대학이 우수하고 선호도가 높다

by 정인성

일본은 인구 대비하여 한국보다 대학이 많은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일본의 상위권 대학들은 동경에 모여 있지 않고 전국 여러 도시에 흩어져 있으며, 먼 산골에도 좋은 대학들이 있다. 일본대학 개요 1과 2에서는 일본 대학의 구성 및 특징, 특히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학부 및 대학원 교육 및 대학 랭킹과 관련된 특징 등을 한국과 비교하면서 전반적인 소개를 하고자 한다. 독자들에게 거시적인 관점에서 일본대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일본대학개요 1과 2는 일본의 국제기독교대학 정주영교수와 함께 준비한 것이다.


한국과 유사하게 사립대학이 많다.

일본의 고등교육 기관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대학 (4년제, 의대는 6년제), 단기대학 (한국의 전문대학, 2-3년제), 전문학교 (2-3년제), 고등 전문학교 (5년 제로 유학생은 3년째부터 입학가능), 대학원 (석, 박사과정) 등이 외국인 유학생의 입학이 가능한 종류이다. 이에 더하여 2019년부터 신설되어 실용 기술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4년 제인 전문직 대학이 있다. 여기서 한국과 유사한 점은 4년제 대학과 단기대학이 주가 되는 구조와, 국공립에 비하여 사립대학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표 1은 일본과 한국의 고등교육기관의 종류와 숫자를 보여준다.

한국과 유사하게 대학이 민간 재정에 크게 의존한다.

일본 중앙정부에서 보조받는 국립대학과 지방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받는 공립대학을 합쳐 22%가 조금 넘고, 사립대학은 75% 정도로, 사립대학이 4년제 대학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한국의 국공립 대학 21%와 사립 대학 79%의 비율과 유사한 구조이다. 즉,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등교육은 국가 재정보다는 민간 재정에의 의존율이 훨씬 높다고 하겠다.


한국과 달리 인구 대비하여 4년제 대학 수가 많다. 왜?

앞서 말한 대로 유사한 점도 있으나 대학 숫자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난다. 2022년 자료로 일본 전체에는 782개의 4년제 대학이 있고, 이는 한국 (190개)의 네 배가 넘는다. 일본의 인구가 한국의 2.4배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에는 인구대비 4년제 대학수가 한국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나,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일본이 한국에 비하여 빨리 현대화되면서 대학 설립이 19세기말부터 시작되어 보다 오랜 세월에 거쳐 많은 대학들이 생겨난 반면, 한국은 6.25 전쟁 이후에 대학 설립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겠다.


한국과 달리 4년제 대학 진학률은 낮다. 왜?

일본은 4년제 대학 수가 많은 데, 대학 진학률은 56.6% (2022년 일본 문부성 자료)로 한국의 73.3%에 비하여 많이 낮은 편이다. 4년제 대학에로의 진학률은 낮은 이유는 대체로 2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하나는 일본 시장이 크고 빈부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아서 꼭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학생들이 4년제 대학을 가지 않고 실용적인 기술과 학문을 단기 (2-3년)에 가르치는 단기대학이나 전문학교, 혹은 고등전문학교로 진학한다는 점일 것이다. 일본의 단기대학과 전문학교는 합쳐서 3,087개로 한국 전문대학 (134개)의 23배가 넘으며, 2022년에 73만 명 이상이 재적하고 있는 데 이는 4년제 대학 재적생 (263만 명)의 약 28%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한국과 비교하여 남녀 간 진학률 차이가 조금 큰 편이다. 왜?

국공공립대와 사립대의 진학률을 보면, 대부분의 학생 (약 79%)은 사립대에 진학하고 그 나머지 학생들이 국공립대 (21%)에 진학한다. 이는 한국과 유사하다 (사립대 77%, 국공립대 23%). 남녀 대학 진학률 차이를 보면, 4년제 대학의 경우 남성 (약 54%)의 진학률이 여성 (약 46%) 보다 높다 (2020년 일본 내각부남녀공동참여국 자료 https://www.gender.go.jp/about_danjo/whitepaper/r03/zentai/html/honpen/b1_s05_01.html). 한국의 경우도 4년제 대학 진학률이 남성 (약 51%)이 여성 (약 49%) 보다 높으나 그 차이는 일본보다 작다. 이는 한국에서 대학은 꼭 가야 한다는 인식이 남녀 불문하고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한국과 달리 대학 랭킹과 선호도에서 국립대학이 앞서고 있다. 왜?

앞서 본 바와 같이 한국과 일본의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비율은 비슷하지만 소위 말하는 상위권 대학에 일본은 국립대가 많고, 한국은 사립대가 많은 편이다. 한국에서는 국립대학인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울산과학기술대학 (UNIST) 등을 제외하면 상위권 대학들에 사립대가 많은 반면, 일본은 국립대, 특히 제국대학이라고 불리는 7개의 국립대 (도쿄대학, 교토대학, 토호쿠대학, 규슈대학, 홋카이도대학, 오사카대학, 나고야대학) 들이 사립대에 비해 월등히 좋다고 평가된다. 특히 자연과학 및 공학 분야는 국립대학이 연구 대학으로 성장하면서, 사립대와 큰 수준차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과학 분야에서 일본 국적을 가진 노벨상 수상자가 23명이나 있고, 그들 중 외국 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국립대 (동경대, 교토대 등)에 소속된 교수들이라는 것을 볼 때 일본 국립대학에의 연구지원과 그 성과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물론 학생수가 급감하고 있는 한국이나 일본, 두나라 전체의 모든 사립대학과 국립대학을 보자면, 등록금은 낮지만 국가로부터 안정적으로 재정 지원을 더 많이 받고 있는 국립대학들이 일반적으로 더 잘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국내외 대학 랭킹의 상위권 대학의 숫자를 보면, 일본은 국립대, 한국의 사립대가 더 많다.


일본 대학 랭킹을 보면 10위권 순위는 거의 국립대가 차지하고 있다. 표 2는 영국의 타임지 (Times Higher Education 혹은 THE)가 매년 발표하는 일본 대학 랭킹의 2023년 결과이다. 순위 1-9가 다 국립대이고, 오직 10위만이 사립대학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1위 서울대, 3위 KAIST, 6위 UNIST가 국립대이고, 나머지 7개가 사립대학이다. 참고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명문 사립인 게이오 대학이 12위, 와세다 대학이 14위에 랭크되었다. 물론 게이오대학과 와세다대학은 순위 이상으로 전통과 지명도가 있고,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대학들이지만, 일반적으로 일본에서는 많은 국립대학들이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고 이들 국립대학에 대한 선호도도 매우 높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재정지원에 있어서 사립대학 지원과 국립대학 지원의 차별화를 분명히 하여, 국립대학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 특히 7개 국립대학을 비롯한 상위권 국립대학들에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고 교수와 학생의 연구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일반재정 지원은 물론, 학생 장학금 지원, 연구 시설 투자 및 운영비 지원 등 대규모의 지원을 한다. 반면, 사립대학에는 재정 지원을 아주 적게 한다. 일본 중앙 정부는 각 사립대학에 학생 등록금의 최고 한계나 동결 등을 거의 요구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대신 국립대학에 비하여 보잘것없는 정도의 재정지원만을 한다. 한국 사립대학들이 재정의 55 - 60%를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고, 15% - 20% 정도의 정부 지원을 받는 반면, 일본의 사립대학들은 대개개 재정의 70% 정도를 학생 등록금에서 조달하고, 약 10% - 12% 정도 정부 지원을 받고 나머지는 각종 후원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 지원을 많이 받는 일본의 국립대학들은 사립대학보다 학비가 싸다. 또한 국립대학 숫자가 사립대학에 비하여 매우 적기는 하지만 입학 정원이 많은 편이다. 또한 많은 우수 국립대학이 동경에 비하여 대체로 생활비가 저렴하고 조용한 여러 지방도시에 흩어져 있다. 지방에 사는 우수한 학생들이 동경이나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고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좋은 국립대학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과 달리 우수 국립대학은 전국에 흩어져 있다.

위의 표 2에서 10위권 대학들의 메인 캠퍼스 위치를 보면 3개 대학 (동경대, 동경공업대학, 국제기독교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러 지방으로 흩어져 있다. 한 예로 1위를 한 토호꾸대학을 보자. 이 대학은 쓰나미로 어려움을 겪은 미야기현의 현청 소재지인 센다이시에 있다. 동경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 반정도 가야 되는 해산물과 농산물로 유명한 지방이 미야기현이다. 한국 같으면 충청남도 정도에 있는 국립대학인데, 동경대학을 제치고 3년 연속 1위를 한 것이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으나 특히 외국인 유학생이 매년 100여 명씩 증가하고 각종 국제화 노력의 성과를 올린 것이 주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하여 중앙 정부와 대학의 각종 장학금 지원 및 국제화 프로그램 지원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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