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를 지향하는 교양교육 중심의 우수한 사립대학들이 있다
국립대학들이 전반적으로 우수하고 선호도가 높지만, 이와 함께 교양교육 (Liberal Arts Education; 리버럴 아츠 교육)을 실시하는 규모가 작은 사립대학들이 일본의 고등교육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 대학들은 국제화를 지향하고 영어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일본인 학생들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아 다양화된 교육 환경이라는 장점이 있다. 한국의 경우 규모가 작은 교양교육 대학으로는 한동대학교가 있으며, 그 외의 대학에서는 교양교육을 단과 대학이나 프로그램으로, 대학 내 학생 대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오래되고 우수한 교양교육 대학으로 알려진 곳은 국제기독교대학 (International Christian University 혹은 ICU)이다. 동경에 위치한 ICU는 학부생 2,800여 명의 사립대학으로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두고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시민 정신, 봉사 정신 등을 길러 온 대학이다. 특히 모든 학생들이 일본어는 물론 세계 언어인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국제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왔다. ICU를 졸업한 학생들 중에는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일하거나 예술, 언론, 방송 등에서 창의적, 비판적 활동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외국인 유학생은 15% 정도로 한국을 포함하여 50여 개국으로부터 온다.
또 다른 교양교육 대학은 미야자키현의 사립대학인 미야자키국제대학으로 학부만 운영하며 학생이 250명이 채 안 되는 대학이다. 국제적 시민을 기른다는 목적으로 설립되어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영어 수준이 안 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영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공은 별도로 없으나 일본중고등학교의 영어교사 자격증과정, 테크놀로지 향상 과정 등을 함께 운영한다. 외국인 유학생은 10% 정도이며, 일본인 학생들은 미야자키현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오고 있다.
이외에도 야마나시현에 있는 사립대인 야마나시가쿠인대학, 교토에 있는 명문 사립대학인 리츠메이칸 대학, 동경에 위치한 릿쿄 대학, 와세다 대학, 소피아 대학 등이 국제교양교육으로만 학위를 딸 수 있도록 국제화된 교양교육 중심의 과정을 영어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과정들에서는 다양한 문화적 언어적 배경을 가진 외국인 학생들과 국제화를 지향하는 일본인 학생들이 영어로 함께 공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놀랍게도 지방도시에 의외로 좋은 대학이 숨어 있다
또 하나 독특한 일본 대학의 특성 중 하나는, 그리 알려진 도시가 아닌 시골이나 작은 지방도시에도 좋은 대학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대학들 중의 하나는 토호꾸 지방의 아키타현이 재정지원을 하는 공립대학인 아키타국제대학 (Akiata International University)이다. 이 대학은 소인수 자유교양교육의 전 과정을 영어로 가르치며, 영어가 약한 외국학생에게는 별도의 영어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외국 학생들이 많으며, 모든 학부생들은 해외의 자매 대학에서 1년간 공부하도록 되어 있다. 공립이기 때문에 학비가 저렴한 편이다. THE 랭킹의 국제화 분야에서 아주 우수한 점수를 받았으며, 2022년에는 일본 대학들 중 17위를 하였다. 또 다른 특이한 대학은 홋카이도 하꼬다테시에 있는 하꼬다테 미래대학 (Future University Hakodate)이다. 이 대학은 공립대학으로 발달된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캠퍼스 곳곳에 다양한 교육 및 연구 공간을 갖추고 있다. 정보화와 커뮤니케이션 관련 분야가 강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프로젝트 기반의 교육을 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서 동경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도시의 2개 공립대학 만을 소개하였으나, 이 외에도 분야마다 좋은 국공립 대학과 사립대학을 많이 찾을 수 있다.
독특한 학기 제도를 가진다
일본은 정부 회계연도가 4월에 시작하는 것에 맞추어 대학도 4월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대부분의 일본 대학들이 학기제 (semester)로 수업을 하고 보통 두 학기로 나누어져 있다. 한국이 3월에 1학기를 시작하여 6월에 마치는 것과는 달리, 일본 대학들은 1학기가 4월에 시작하여 7월에 마치. 2학기는 10월에 시작해서 1월에 끝마친다. 한국과 1달여 차이가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 정부의 국제화 정책으로 여러 국가로부터 외국인 유학생을 받기에 좀 더 편리하고 유연한 쿼터제 (1년에 3-4학기 제 운영)를 도입하여 학사 일정을 바꾸고, 9월 입학제 등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극소수 대학 (예를 들어, 국제기독교대학, 소피아대학의 국제교양학부, 릿츠메이칸대학 글로벌교양학부 등)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4월 입학제와 학기 제도가 대세이다.
이공계 전공자가 적지만 다양한 지원이 늘고 있다.
일본에서 이공계로 입학하는 학생은 17%로 OECD 국가들의 평균인 27%보다 낮으며, 특히 한국의 이공계 진학률 40%에 비하면 매우 낮다. 일본은 한국과 같이 고등학교 때 이과와 문과를 정해야 하고, 대학 입시도 이과와 문과가 다른 시험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전공을 미리 정해서 지원하는데, 이때 이공계 쪽 전공으로 지원하는 학생 비율이 문과와 비교하여 월등히 적은 것이다.
졸업자를 보아도 그렇다. 대학 졸업자의 35%가 이공계와 농학, 의학, 치의학, 약학, 보건학을 합친 분야에서 졸업한다. 이는 영국 (45%), 독일 (42%), 한국 (42%) 보다 낮은 숫자이다 (자료: 아사히 신문 2022년 7월 18일 자. 이공계 50% 정부 목표. https://www.asahi.com/articles/ASQ7G52YTQ7CUTIL02L.html).
이공계 분야의 전공자가 적다는 데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본 정부는 5-10년 안에 그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공계 교육의 중요성 및 매력을 어필하면서 동시에 대학의 이공계에 더욱 많은 지원을 하기 시작하고자 한다. 아마 이공계 전공으로 일본 대학에 유학을 간다면 장학금이나 학비 면제, 연구비 지원 등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학부 교육의 독특한 점은 학부 세미나와 졸업 논문이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의 학부 교육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중시되고, 스승이 정하는 커리큘럼을 중심으로 교육을 받는 독일식 도제교육을 따른다는 점이다. 물론 졸업을 위하여 필요한 강의와 자신이 선택한 강의를 듣는 것은 유사하지만, 대학교 2학년부터는 특정 교수의 “제미” (seminar의 독일식 발음의 줄임말)에 속하여 교육을 받게 된다. 즉 대학의 2학년부터 4학년까지 제미 중심의 교육이 되는 것이다. 이 제미 제도는 일본의 집단주의 문화도 반영되어 있다. 학부생은 일찌감치 특정 교수의 제미에 소속되어 선후배 관계를 형성하고, 그 커뮤니티가 대학 생활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제미에서 함께 공부한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선후배 네트워크가 이어져서 취직 등을 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정보도 교환하면서 평생에 걸친 장기간 동안 중요한 커뮤니티로 이어지게 된다.
일본 학부 교육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학부의 졸업논문이 많이 사라진 한국과 미국과는 달리 졸업논문이 졸업의 필수 조건이다. 4학년 때 쓰게 되는 졸업논문은 몇 년간의 제미 교육의 결과물로 인식된다. 한 명의 교수 아래서 몇 년의 제미 공부를 통해 졸업논문을 작성하고 졸업하는 과정이 일본 학부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이 제미 제도는 한 사람의 교수 밑에서 학부생들이 충분히 교류하면서 깊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과 관심이 유사한 선후배 간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장점을 가진 반면, 학부 교육의 범위가 너무 한정된다는 단점이 있다고 인식된다. 때로 교양 수업이나 전공과목보다는 제미가 중시되는 경향 때문에 학생들이 학부 교육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지식과 정보들을 소홀히 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학원 교육, 강의보다는 스스로의 연구 활동과 발표가 중요하다.
일본 대학원은 어떠할까? 일본 문화의 특성상 대학원에서는 학부보다도 스승과 제자 관계가 더욱 중시되고, 지도교수의 수업과 지도교수의 제미에서 하는 세미나가 석박사 과정의 핵심이다. 도제식의 대학원 과정이다 보니 대개 모든 석사와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석사나 박사 공동 연구실 내에 개인별 책상이 있고 때로는 컴퓨터도 제공한다. 물론 어느 정도까지는 무료로 쓸 수 있는 프린터와 복사기 등도 있다.
지도교수 중심의 제미가 대학원 교육의 핵심 방법이기 때문에 대학원 입학 전에 미리 지도교수를 정하여 연락을 하고 연구 계획서를 마련하게 된. 미래의 지도교수의 제미에 학생이 너무 많으면 신입생을 더 받기가 어려우므로 우수한 신입생이더라도 그 특정 지도교수하에서의 입학이 거부될 수 있다. 참고로 일본의 대학 교수는 한국과 비교하여 볼 때 그렇게 많은 지도 학생을 그렇게 많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석박사 지도 학생을 10명 이내로 하는 교수들이 많다. 교수와 제미 학생들과의 관계는 연구 활동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이어져 매우 가까운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수가 자신의 일을 학생들에게 시키는 일은 없으며, 세미나를 위한 복사 등도 교수나 조교 등이 하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 한 누구도 개인적으로 시키는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최소 2년을 다녀야 하는 석사과정은 한국의 석사 과정과 유사하게 졸업을 위하여 들어야 하는 강의가 있고, 석사 논문을 써야 한다. 한국과 좀 다른 점은 자신의 연구 진행 내용을 지속적으로 강의를 통하여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과 지도교수의 제미에서 하는 세미나 참여하면서 또 지속적으로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미 멤버들과 함께 국내외 학회에 참여하면서 공동 발표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연구 발표와 제미 활동의 결과물이 석사 논문으로 마무리된다.
최소 3년의 박사 과정에서는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강의가 거의 없고, 지도교수와의 연구 및 세미나 활동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몇 개의 필수 강의를 듣도록 규정하는 대학들도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교토대학의 교육학 박사과정에서는 해외의 대학원생들과 함께 국제 필드워크나 글로벌 수업을 필수로 지정하였고, 국제기독교대학에서는 연구 방법과 연구 논문 작성법 등을 필수로 지정한 바 있다. 이렇게 최소의 강의를 듣고 필기와 면접시험을 1 년 정도 준비하여 치르고 나면 논문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다. 물론 논문을 쓰기 위한 주제는 이미 입학 전에 지도교수를 정하면서 대개 결정되고, 연구도 지도교수와 함께 지속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논문 제출의 과정은 한국 대학과 유사하게 연구계획서, 중간보고서, 최종보고서를 내면서 완성해 가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할 점은 학생들 자신이 이러한 연구 및 논문 제출 과정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강의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연구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시간 계획을 잘 세워 지키는 학생들은 최소 3년에서 4년 정도면 박사 학위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 관리를 잘 못하는 학생이거나 직업을 가진 학생인 경우는 이 보다 오래 걸리게 된다.
일본대학개요 1과 2의 요약
일본과 한국의 대학 구조는 유사하나, 대학 수에 있어서는 한국의 네 배 이상이다. 그러나 대학 진학률은 한국에 비하여 17% 정도 낮고 이공계 진학률도 23% 이상 낮다. 또한 국립대와 사립대의 비중은 두 나라 모두 비슷하지만, 상위권 대학에서는 일본은 국립대, 한국은 사립대가 우세하다. 특히 일본의 우수한 국립대는 전국에 흩어져 있고 지방 이곳저곳에 좋은 대학들이 있어서 꼭 동경이 아니라도 좋은 대학, 좋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부, 대학원 과정에 지도교수 중심으로 운영되는 제미 (세미나)가 중요한 교육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학생들이 발표와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미리 학습 준비를 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학습 시간 관리가 어려운 학생들은 이런 일본 대학 교육에서 성공적으로 배우기가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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