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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성교수 Apr 01. 2024

2. #처음이라 겁나? 시작 전에 알아둘 모든 것

“작년에 시작한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필요한 데이터도 모두 수집했어. 통계 처리도 잘 마무리되고 있고, 다음 단계는 어디에 발표할까?” “지난 2년간 연구하고 쓴 박사 논문이 성공적으로 통과돼서 곧 박사 학위를 받게 됐는데, 이제 이 논문을 어디에 내야 할까?” 연구가 끝나가거나 끝날 즈음이면, 우리 연구자들은 보통 자신의 소중한 결과물을 어떤 국내학술지나 국제학술지에 투고할지 고민하게 된다. 특히, 연구 결과물을 영어로 작성해 국제학술지에 투고하려고 하면, 특히 처음이라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이 장은 처음 국제학술지 게재를 준비하는 사회과학분야의 연구자가 논문 쓰기 여행을 하기 전에 가질 만한 질문들을 중심으로 하여 꼭 알아두어야 할 몇 가지 팁을 제공하고자 한다. 잘 준비만 되면, 이 여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고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위의 그림은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he_beginning_of_a_journey.jpg 에서  무료 이미지를 사용한 것임.)

 

English competencies: 영어를 못해도 가능한가?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워왔고 이 국제학술지 논문게재 가이드를 읽을 정도로 관심이 있는 당신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영어 논문을 읽을 능력이 모자라다면 쓰기 능력이 모자란 것보다 단기적으로는 더 큰 문제가 된다.


첫째, 우선 영어 논문 쓰기보다 읽기 능력을 먼저 길러야 한다. 왜 쓰기보다 읽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인가? 결국은 쓰기 능력을 길러야 한다. 하지만 영어 논문을 잘 쓰지 못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많으나 읽기는 그렇지 않다. 쓰기 영역에서는 영어 번역을 도와주는 전문가도 있고, 생성적 AI인 ChapGPT 혹은 그 유사한 프로그램도 있고, 구글 번역기도 있다. (이들 도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상세히 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번역해 온 영어 논문을 읽고 이 번역문이 제대로 되었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읽기 능력이 필요한데, 이것은 누가 대신해 주기 어렵다. 내가 의미한 대로 잘 번역되었는 가, 영어 표현이 이상하지는 않은 가, 논문에 적합한 문체가 아닌 너무 화려한 문체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등을 평가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제학술지에 보내온 논문들을 평가하다 보면 이상한 표현이나 앞뒤가 맞지 않는, 잘못 번역한 것이 드러나는 논문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영어 논문을 제대로 읽기에 자신이 없다면, 방법은 한 가지. 이미 수준 있는 국제학술지에 출간된 관련 분야의 논문을 꾸준히, 많이 읽어서 영어 읽기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영어 논문 읽는 연습을 시작하고 매일 일정 시간을 정해서 계속 읽는다면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내 대학원 시절을 이야기하자면, 자기 전에 1시간씩 논문을 읽기로 계획을 세웠다. 아침에 침대를 정리하면서 논문과 필기도구를 베개 위에 올려놓고 학교에 가곤 했다. 자기 전에 읽을 논문을 찾아야 한다면 끝내 귀찮아져서 잠들거나 다른 일을 하게 되니까 미리 준비하는 게 편했다. 매일 빠짐없이 이를 실천해서 일주일에 2-3개 정도의 논문을 읽게 되었고 어느정도 지나자 진도도 더 빨리 나아갔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는 정말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만약에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내 방법을 한 번 시도해 보는 건 어떨지?


학술지 논문은 일반적인 영어 책이나 에세이 등과는 다른 특징과 문체가 있다. 그래서 학술지 논문을 잘 읽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표 1을 참조하길 바란다.                     

표 1: 영어 논문 읽기 연습 전략

## 당신이 영어 논문 읽기를 오늘부터 진지하게 시작했다면, 당신은 이미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라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당신의 환한 미래가 보인다.


둘째, 이제 쓰기 능력을 키울 차례이다. 영어를 읽다 보면 나도 잘 쓰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읽을수록 어떻게 잘 쓰는지 알게 되는 감이 들 것이다. 실제로 읽기와 쓰기 능력을 함께 키우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들이 있다. 그렇다면 내 바쁜 일상 속에서 어떻게 생산적인 영어 논문 쓰기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작은 습관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걸 기억하며, 몇 가지 쓰기 능력 향상 전략을 알아보자.


시간 (when)과 장소 (where)를 정해서 꾸준히 쓰는 것이, 작지만 중요한 습관이다. 매일이 어렵다면 일주일에 1-2번이라도, 특정한 요일과 특정 장소를 정하고 시작하라. 그냥 일주일에 몇 번 쓰기 연습을 하자고 하면 지속되기 어렵다. 무슨 무슨 요일,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디에서 할 것인가까지 정해 놓았을 때 쓰기 연습이 성공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고 하면 그다음엔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영어로 학술적인 논문을 쓰는 것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많은 학자들에게 도전적인 과제이다. 뇌 과학과 학습이론에 근거하여 영어로 논문 쓰는 능력을 기르는 3가지 전략을 간단하게 제시할 것이다. 나중에 논문 쓰기 여정이 시작되면 그때 각 섹션별로 쓰기 전략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하려고 한다. 물론 이 전략들을 당신에게 맞게 수정하여 사용하거나, 당신에게 효과적이었던 방법을 더해 볼 수 있겠다.


혹자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일기나 블로그를 가벼운 글을 써보라고 권하지만, 나는 직접 지금 준비하는 논문으로 쓰기 능력을 향상할 것을 추천한다. 가벼운 글이나 에세이 등과 학술 논문은 그 목적은 물론 문체, 어휘 등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먼저, 논문을 잘 쓰기 위해서는 구조화된 상세한 계획이 필요하다. 쓰기 전에 전반적인 구조를 할 수 있는 만큼 자세히 만드는 것이다. 먼저 큰 목차를 만들고 각 섹션에 어떤 내용을 포함할지를 결정한다. 대략 두세 페이지 정도가 될 것이다. 미리 구조화된 계획을 세워 각 목차와 섹션의 주요 내용을 열거해 놓으면, 논문에서 작성할 내용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면서 그다음에 오는 내용들을 조금씩 더해 갈 수 있다. 구조의 상세화 전략은 여정 2주 차, 8장에서 자세히 다룬다.


다음으로는 관련 논문들을 읽는 것이다. 읽는 것이 쓰는 것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논문들을 한 페이지 정도로 요약해서 영어로 써 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논문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관련 문헌을 조사하고, 비슷한 주제의 논문을 읽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논문을 작성하기 전에 해당 주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내 논문 쓰기에 큰 도움이 된다. 관찰 학습에서 보면,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살펴보고 그들이 어떻게 주제를 다루는지를 보는 것은 학습에 큰 도움이 되듯이 말이다. 이렇듯, 남의 잘 쓴 글들을 읽으면서 자신의 논문 구조와 계획을 개선해 갈 수 있고, 논문의 문체, 논리 전개 등에 익숙해진다.


쓰고, 또 쓰고 또 써서 글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자이고 영어를 잘하는 연구자라도 한 번에 좋은 논문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렵다. 논문을 처음부터 완성하는 대신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논문을 점점 더 좋게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는 첫 번째 초안을 작성한 후에 문장 구조, 표현, 논리 등을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반복적인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당신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통합하고 다른 시각을 보게 되면서 주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당신의 글쓰기 능력은 향상될 것이다. 논문의 본격적인 여정을 설명한 챕터들에서 더 구체화할 것이다.

 

When: 시간이 부족한데 언제 하지?

논문 쓰기는 결국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써야지, 주말마다 써야지, 매일 조금씩 써야지, 무조건 써야지 하는 식으로 애매하게 계획을 세워서는 논문 완성이 어렵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불타오르는 의지로 며칠은 진척이 될 것이나, 급한 과제가 생기고 친구 결혼식에 가야 하고 아이가 아프고 직장에서 예정에 없던 출장을 가게 되고… 바쁜 일정 속에서 이 의지는 흐지부지 되기 십상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당신의 현재 일상의 시간표와 습관을 살펴보고 논문 쓰기 활동이 당신의 루틴 한 생활 속에 자리 잡도록 시간 관리 체제 (system)를 만들어 보자. 먼저 당신이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을 확인하여 달력에 기록해 본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꼭 해야만 하는 일들만 적는 것이다. 여기에 이미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활동들을 더해 보자. 그러고 나서, 남는 시간을 찾아보자. 논문 쓰기 활동을 당신의 루틴 속에 넣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꼭 하는 활동의 바로 전이나 바로 후에 논문 쓰기 활동을 넣는 것이다. 그 활동이 논문 쓰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더 좋다. 이전략은 스탠포드 대학의 BJ Fogg 교수에 의하여 널리 퍼진 habit stacking (습관쌓기) 원리로부터 온 것이다. 매일 잠자기 직전에 1시간 논문 읽기, 논문 읽기 후 100자씩 영문 쓰기, 매일 그것이 어렵다면 주말 이틀간 아침 식사를 한 후 2시간씩 쓰기, 격일로 영문 200자 쓴 후에 점심 먹기 등. 이미 자동적으로 하고 있는 습관에 논문 쓰기를 연결함으로써, 기존의 루틴을 활용할 수 있다.

## 여기서 잠깐, 1시간 읽기나 1시간 쓰기 등 내가 얼마나 노력하느냐 (Input)로 정하는 것보다는 그 1시간 동안 200자를 쓴다든지, 논문 하나를 읽는다든지 등 어느 정도의 결과 (Output)를 내려고 하는냐로 목표를 정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내 경우는 이 둘을 적절히 섞는 편이다.


둘째, 가능하다면 일주일에 하루는 글 쓰는 날 (writing day)로 정해 놓고 논문 쓰기에 집중해 보자. 이때 요한 것은 그 하루를 몇 단위로 쪼개어, 시작 시간과 끝나는 시간을 각각 정해 놓는 것이다. 하루 종일 그냥 하려면 몸도 힘들고 일의 진행도 잘 되지 않는다. 나의 경우는 아침 식사 후부터 1시간 쓰고, 운동하고 간식 먹고, 다시 1시간 하고, 점심 먹고, 1시간 정도 오전에 쓴 것 한번 검토해서 조금 고치고, 가벼운 산책하고, 저녁 전까지 1-2시간 정도 다시 쓰고… 하는 방식으로 느슨한 계획을 짜서 하는 편이다. 이렇게 하면 대개 계획보다 많이 달성하여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난다. 쓰는 도중에 읽기도 하며, 쓰지 않고 있는 시간에도 머릿속으로는 쓰는 것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읽으면서, 걸으면서, 먹으면서 얻은 생각들은 다음 쓰기에 반영할 수 있어서 좋다.


셋째, 해야 될 일을 몇 분 이내에 완성할 수 있는 작은 단위로 나누어 보자. 큰 목표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각 작은 목표를 일정 시간에 달성하도록 해 본다. 예를 들어, 10분을 정해 놓고, 논문의 차례를 구성해 보거나, 논문의 개요를 리스트해 보거나, 서론의 처음 두 문장을 쓴다. 그다음 10분은 각 차례를 구체화하거나, 문장으로 개요를 써 보거나, 다음 두 문장을 쓰는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당신의 준비도에 따라 더 작은 단위로 쪼깰 수 있다. 시작이 가장 어려운 것이지, 한 번 시작하면 작은 단위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계속하기가 점점 쉬워진다. 한 번에 할 수 있는 시간도 점차 늘어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은 목표가 몇 개 달성될 때마다 당신에게 보상을 준다. 10분마다 작은 단위의 일을 마치고 1시간 정도가 지나 몇 개의 목표를 달성했다면 좋아하는 간식을 먹거나 음악을 듣거나 친구한테 온 카톡을 읽거나 잠깐 산책을 가거나 등등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논문의 한 섹션이 완성될 때는 나에게 축하를 하면서 조금 큰 보상을 주었다. 예를 들어 논문 서론의 초안을 완성한 후에는 그동안 가고 싶었던 레스토랑에 가거나,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가거나, 사고 싶었던 옷을 사거나, 시내 미용실에 가서 염색을 하거나 했던 기억이 난다. 논문 하나 다 쓸 동안 몇 번의 축하를 하는 것이다. 논문 쓰기 (꼭 해야 하는 일)를 즐거움이나 보상 (원하는 일)과 함께 묵어서 하면 해야할 일을 미루는 확률이 확 줄어든다.  미국 와튼 대학의  Katherine L. Milkman교수가 temtation bundling (유혹을 묶어주는?) 전략으로 명하였는데, 이는 생산성을 높이면서 정신적 육체적인 건강도 증진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Where: 집중할 장소가 없는데 어디서 하지?

논문 쓰기는 장소가 필요한 일이다. 만약 영어 논문을 쓴다면 어디서 읽고 쓰고 생각하게 될 것인가? 대학원 연구실에 있는 당신 책상? 집에 있는 개인 방의 책상 앞에서? 침대에서? 아니면 카페에서? 시간이 부족하고 바쁜 사람들이 어려운 과제 (행동)를 하기 위해서는 특히 집중력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 몇 가지 조언은 나의 경험은 물론, 학습공간 디자인 영역과 심리학에서 효과를 인정받은 전략들이다. 이들 전략들을 잘 생각해 보고 당신의 영어 논문 작성을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주변 환경을 설계해 보기 바란다.


첫째, 일어나자마자 침대 혹은 이불부터 깨끗이 정리한다. 침대 정리가 논문 잘 쓰는 환경 구성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루의 시작을 침대 정리에서 시작한다면 당신은 이미 하루의 첫 과제를 성공적으로 한 것이다. 나는 대학원 때 처음 침대 정리를 시작했다. 결혼하자마자 유학을 가서 수업 듣고, 리포트 쓰고, 식사 준비하고, 거기에 어린 아기까지 키우면서 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치워놓은 집안이 어질러지는 것은 순식간. 밤에 또 자러 가면 어질러질 텐데 하고 침대로 그냥 몸만 살짝 빠져나왔다. 집이 복잡해서 속만 시끄럽고 그냥 먹고 자는 공간으로만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애가 자는 저녁시간에 집에서 공부할 필요가 생기면서 집을 정리하여 앉아서 공부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제일 쉬운 일부터 먼저, 일어나자마자 침대 정리를 먼저 했다. 겨우 20-30초 걸렸는데 이불보를 빳빳하게 해 놓고 베개를 예쁘게 세워 놓으니 일단 기분부터 상쾌했다. 그다음 차차 집안의 다른 곳의 환경 정리가 자연히 따라왔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특성을 조사한 연구들이 밝혀 낸 간단한 진실. 그들의 대부분이 일어나자마자 침대를 깨끗이 정리한다는 것. 여기서 잠깐 영어 듣기 연습 겸 다음 비디오를 들어보자. 2014년 텍사스 대학 졸업식에서 했던 해군 제독 맥크레이븐의 연설 (https://www.youtube.com/watch?v=pxBQLFLei70)이다. 특히 4:45 – 6:14 분 사이를 들어보라. 그는 매일 아침 침대를 정리하는 것이 하루의 첫 번째 과제를 완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것이 작은 자부심을 주고, 또 다른 일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그 결과 하루 종일 많은 일들을 완수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아침에 처음으로 침대를 정리하는 것이 극적인 변화와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행동 중 하나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의 2017년 발행한 "침대를 정리하라: 이 작은 일들이 당신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아마 세계까지 (Make Your Bed: Little Things That Can Change Your Life... And Maybe the World)"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둘째, 당신의 논문 여정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보자. 물론, 이전에 사용한 공간이나 대학원 연구실의 책상이나 당신의 개인 방의 책상이든,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논문 작성에만 집중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보자. 나의 경우는 논문이나 책을 쓰는 공간은 다른 활동과 구분하여 꾸미고 있다. 연구실의 책상과 컴퓨터는 수업 준비나 다른 일을 하는 곳으로 사용하고, 그 옆에는 관련 자료를 두어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집에 있는 책상과 컴퓨터는 오로지 논문과 책에만 집중하는 공간으로 정의했다. 그곳에는 현재 작업 중인 자료만 두어 나중에 앉아서 연속해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일정량의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개인별로 효율성을 높이는 주변의 소음 수준은 다를 수 있지만, 잡동사니가 없는 깔끔한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이 집중력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환기가 잘 되어 산소가 잘 공급되는 공간에서 뇌의 활동이 왕성하게 지속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하기 바란다.

 

셋째, 다음 작업을 위한 물리적 환경과 디지털 환경 및 필수 도구들을 미리 준비해 둔다. 논문을 위한 각종 자료, 필기도구, 노트북, 차/커피 등 필요한 물품들을 사전에 준비하여 작업 도중에 중단되는 일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준비 없이 매번 여기저기 도구를 찾아야 한다면 작업의 흐름이 끊길 수 있고 연속적으로 작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컴퓨터 속의 디지털 환경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바탕화면은 깔끔하게 정리하고, 현재 작업 중인 영어 논문의 폴더를 가장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둔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쓰고 있는 영어 논문 파일을 바탕화면으로 꺼내어 놓고, 클라우드에도 올려놓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백업도 안전하게 되고 언제 어디서나 내 모바일 폰이나 패드에서 읽고 수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작업을 위한 환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문 쓰기에 적합하게 배치해 놓았던 환경도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작업 환경을 다시 정비하고 조정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집안 청소를 하면서 작업 환경도 함께 정리한다. 거의 모든 일을 일상적인 습관 속에 자연스럽게 넣어두면, 그 일들을 기억하지 않고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팁들을 고려하면 논문 쓰기에 대한 준비와 환경 설정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작업 스타일과 환경에 맞게 조정하고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Habits: 어떤 습관을 길러야 유리하지?

이미 앞에서 중요한 습관 몇 가지를 이야기하였다. 나는 특히 그 효과가 크고 즐거움을 주는, 두 가지 습관을 꼭 기르라고 말하고 싶다.


첫째는 일어나자마자 침대나 이부자리를 정리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쉽지만 매일 하면 그 효과가 점점 퍼져서 나타나는 습관, 작지만 강력한 습관이다. 이 습관에 몸에 배이면 주변 환경 정리와 글쓰기에 최적인 환경 설계 등에 대한 욕구가 생기면서 그런 방향으로 당신의 마음과 몸이 움직이게 될 것이다.


둘째는 논문 쓰기 여정을 위하여 특정 시간과 특정 장소에서 읽기와 쓰기를 지속적으로 하는 습관을 기르라는 것이다. 이것도 작지만 논문 쓰기에 가장 강력한 습관이다. 이 습관이 몸에 배이면 당신은 이번 한 번만 국제학술지에 제출할 논문을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당신의 지식을 세계와 공유하는 연구자가 될 수 있다.


이 두 가지 습관에 더하여 긍정적으로 하루를 끝내는 습관을 기르면 자신감이 점차 올라간다. 당신이 그날, 논문 쓰기와 관련되어한 일을 매일 저녁 식사 중 (혹은 일정한 시간)에 자신에게 혹은 가족,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이때 부정적인 문장으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도록 주의한다. 예를 들어 “오늘은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 2개의 초록을 읽었어. 이해하기 어려웠어” 이렇게 끝내지 말고, “그렇지만 초록을 어떻게 쓰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어.” 혹은 “하지만 읽는 속도가 조금 빨라졌어.” “하지만 매일 앞으로 간다는 느낌이 들어.” 등 부정적인 말 뒤에 ‘하지만’ ‘그렇지만’을 붙여서 이야기해 보라. 좀 더 희망적으로 끝냄으로써 매일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매일 좋아지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면서, 당신도 모르게 자신감이 자리를 잡을 것이다. 오랫동안 이렇게 해온 나는 이 간단한 트릭이 내 생활에 활력을 주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습관임을 잘 안다. “아, 오늘은 정말 피곤한 날이었어. 하지만, 새로운 이웃들과 사귀게 되어서 앞으로가 기대되네”, “오늘은 나만 죽도록 일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 하지만 모두 감사하다고 말해주니 그 기분이 좀 풀리던데…” 등. 루를 긍정적으로 끝내는 습관을 하나 더 기른다면 당신은 더할 나위 없이 논문 쓰기 여정에 준비가 되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하여 버려야 할 습관이나 욕심은 무엇일까?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당신이 버려야 할 것들을 이미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습관, 완벽한 논문을 쓰려는 욕심은 과감히 버리라고 강조하고 싶다. 아울러 과도한 걱정, 부정적인 태도는 없애고 다른 사람의 피드백은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도록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이미 앞에서 설명하였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Ethics: 논문 제출 시 지켜야 할 윤리 기준은 뭘까?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대로, 이 가이드북은 이미 연구를 진행하고 있거나 끝내서 결과물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하려는 단계에 있는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연구 윤리를 준수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결과물을 활용할 것이라는 약속을 하고 확인받았을 것이다. 여기서는 연구 시작 전 확인해야 할 연구 윤리가 아니라, 논문을 준비할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윤리 기준을 설명하려 한다.


첫째는 표절 (plagiarism)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내학술지도 마찬가지. 어떤 분야든지 연구자들은 다른 연구자의 작업이나 데이터를 자신의 것인 양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이 이미 출간한 논문의 내용도 그냥 사용해서는 안되고 한국말 (혹은 다른 언어)로 게재한 논문을 영어 (혹은 다른 언어)로 조금 고쳐 번역해서 내어도 안된다. 다른 사람의 것은 물론 자신의 글도 적절한 인용을 하여야 한다. 인용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다른 챕터에서 설명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박사 학위 논문을 기반으로 학술지에 2-3개의 논문을 작성한다면, 해당 논문들이 학위 논문에서 파생되었음을 명시해야 한다. 사회과학 분야의 경우, 학위 논문은 아직 출판되지 않은 자료여야 한다. 그러나 학위의 요건으로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대학의 규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학술지 대부분은 표절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Turnitin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사회과학분야 학술지들은 대체로 APA (American Psychology Association; 미국심리학회)의 표절 지침을 따르므로 APA의 관련 가이드라인 (https://apastyle.apa.org/style-grammar-guidelines/citations/plagiarism)을 읽기 바란다.


일단 표절이 밝혀진 저자의 글을 어떻게 처리하는 가는 학술지마다 다르지만 내가 편집위원으로 있는 저널들에서는 일단 그 저자에게 통보한다. 심각한 표절의 경우에는 해당 저자가 속한 학회나 다른 학술지의 편집위원장에게도 공지될 수 있다. 의도하지 않게 표절한 부분이 한두 군데 있을 경우에는 저자에게 연락하여 보완하도록 요청하기도 했으나 그런 친절함은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있으니, 표절 여부는 몇 번 확인하여야 한다. 나중에 설명하겠으나, 선행 연구 자료들을 읽으면서 인용할 것을 대비하여 상세히 기록해 둔다.


둘째는 저자 및 저자 순위와 관련된 윤리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자신이 실제로 연구를 수행하거나 상당한 기여를 한 논문에만 저자로 이름을 올려야 한다. 예를 들어, 연구를 기획, 설계하고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거나, 해석한 경우에는 저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APA (https://www.apa.org/ethics/code#812b)는 규정하고 있다. 학위 논문의 경우에는 학위를 받은/받을 학생이 제1 저자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규정이다. 지도 교수도 함께 학술지 논문의 제2 저자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때 지도 교수는 학위논문을 지도한 것 이상으로 학술지 논문을 쓰는 데 실제로 기여할 것이 요구된다. 공동으로 논문 게재를 생각하고 있다면 일찍부터 지도교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연구자의 윗사람이거나 친한 관계이거나 부탁을 받았다고 혹은 유명하다고 저자로 올리게 되면 이는 연구자의 윤리 기준을 어기는 것이다. 영어를 보아주거나 에디팅을 해 준 것만으로 저자 리스트에 올려도 국제적 윤리 기준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경우라면 Acknowledgements 부분에 언급하고 감사를 표하면 된다. 데이터 수집을 위해 서베이를 배포해 주었거나, 연구자의 요청으로, 특히 사례금을 지불하면서 통계 부분을 자문해 주었거나 처리를 해 주었다면 이도 Acknowledgements 부분에 언급하면 된다. 데이터 수집, 분석과 해석에 직접 참여하여 기여가 크다면 물론 저자 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 저자 리스트에 포함되는 순서는 연구에 대한 기여도를 반영해서 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기여를 많이 한 사람이 제1 저자가 되고, 그 뒤로 기여도가 높은 순서대로 나열된다. 최근에는 각 저자가 기여한 점을 열거하라고 요구하는 학술지가 많다. 저자들의 정확한 실명과, 소속, 연락처 등을 기재하여 나중에 독자들이 해당 연구에 대한 질문이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며, 투명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은 연구에 쓰인 데이터를 웹사이트나 클라우드 등에 게시하거나 필요시 이메일로 제공하여, 다른 전문가들이 재분석하여 검증할 수 있도록 공유해야 한다. 국제학술지에서는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의 공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결과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윤리 규정이 있으며, 이러한 규정은 학술 연구의 질을 유지하고 연구자들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논문을 준비하는 동안 해당 국제학술지의 저자 윤리 규정을 주의 깊게 검토하고 준수하는 것이 좋다.  만약 별도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APA의 윤리 코드 (https://www.apa.org/ethics/code)를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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