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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성교수 Dec 02. 2023

쉬어가는 코너: 인도 결혼식

오늘은 조금 쉬어가는 코너로, 인도 첸나이에서 있었던 가족 결혼식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시다시피 인도는 인구가 많고 영토가 넓은 만큼 다양한 문화와 화려한 전통으로 가득 차 있다. 이번에 약 2주간 방문한 첸나이(Chennai)는 인도의 남부 주 타밀나두(Tamil Nadu)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로, 영국 식민지 시절에는 마드라스(Madras)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첸나이는 정보기술(IT), 자동차 산업, 의약품 제조 등에 있어 인도의 중요한 경제 중심지로 3번째로 부유한 도시라고 한다. 아울러 첸나이는 코로만델 해안에 위치해 있는 해안도시로, 세계에서 2위로 긴 13km의 마리나 비치 (Marina Beach)를 자랑하며, 많은 문화 유적지와 건축물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일하는 가족 중 한 명이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인도 출신 남자와 3년 전 팬데믹 시절  결혼하였다. 여행이 자유로와 진 작년에 한국의 가족 친지 중심으로 한국 전통 결혼식을 하였다. 올해는 인도에서 그 나라의 전통 결혼식을 하게 된 것인데, 인도의 가족 친지가 한국 결혼식에 많이 올 수 없어서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 참고로 2021년 미국에 사는 인도 출신은 270만 명 (미국 총 이민자 4천5백3십만 명의 6%)이라고 하며, 대부분 전문직에 있고 교육 수준이 높다고 하며,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기업 (특히 IT 기업이나 파이낸스 분야)에 많이 근무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2번째로 미국 유학생이 많은 국가이며,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도로 보내지는 송금액은 89.4 billion dollars로 인도 GDP의 약 3%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이민자가 104만 명 정도 (총이민자의 2%)이며, 역시 높은 교육 수준과 높은 수입을 가진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인도에 이어 3번째로 미국 유학생이 많은 국가이다. 미국에서 한국으로의 송금액은 7.4 billion dollars로 한국 GDP의 0.5% 정도라고 한다.


인도 결혼식은 예전에는 온 동네잔치로 5일 정도 계속되었으나, 3일로 줄고, 하루로 줄다가 요새는 2-3시간 정도로 줄었다고 하였다. 이미 결혼을 한 커플이고 한국에서 결혼식을 한 번 하였던 터라 비교적 조그만 결혼식 전용 레스토랑에서 친지 120여 명 정도만 초대한, 인도 기준에서 보면 조촐한 결혼식으로 진행하였다. 우리는 결혼식 하루 전에 도착하여 그다음 날에 결혼식 참석을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신랑 신부는 이틀 전에 첸타이에 도착하여 결혼식 준비를 하였다.


결혼식 준비로 가장 재밌었던 경험은 헤나로 타투를 하는 메헨디 (Mehndi 혹은 Mehendi) 디자인을 한 것이었다. 신부는 손과 발에 하고 (7시간 정도 걸렸다고 함), 가족이나 손님들은 손에 하였다. 나는 사진과 같이 예술적 감각을 가진 디자이너가 다 알아서 해 주었는데, 2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보통은 가족들이 모여서 메헨디 파티 형식으로 재밌게 이야기해 가면서 한다고 한다. 메헨디를 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헤나가 쿨링 효과가 있어 결혼식 때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래는 신부만 하였으나, 가족들까지 재밌는 행사로 다 하게 되었고, 요즈음은 생일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도 한다고 한다. 헤나로 하는 타투라 한 열흘 정도면 없어지니, 아름다움도 즐기고 재미도 있는 한국에서도 가끔 하고 싶은 그런 경험이었다.

내 양손에 한 메헨디 디자인으로 디자이너가 즉석에서 그림 없이 하였음. 놀라운 솜씨!

결혼식 당일, 신부는 인도의 전통 의상인 사리 (saree)를 입고, 신랑은 쿠르타 (kurta)와 도티 (dhoti)를 입는다. 인도 남부에서는 터번이나 모자는 안 쓰는 것 같았고, 신랑 신부 모두 맨발이었다.  신부의 사리와 장식들은 매우 화려하였다. 사리와 장식들은 결혼식 용품을 파는 부티크가 많이 있어서, 예산과 선호에 맞추어 살 수 있는 것 같았다. 아래는 우리가 간 부티크의 한 층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신부와 나의 비싼 실크 사리는 신랑의 부모님이 준비해 주었으며, 나머지는 이 부티크에서 샀는데, 화려한 장식들이며 신랑의 쿠르타와 도티 등등을 모두 합쳐 약 30만 원 돈에 살 수 있었다. 인도 기준으로도 그리 비싼 것은 아니라고 했다.

결혼식에 입을 예복을 파는 한 부티끄

결혼식은 식장 앞에 설치된 단에서 힌두 프리스트 (Hindu priest)가 진행하였는데, 우리가 결혼식의 기본 식순이 있듯이 여기서도 식순을 따라 진행하였다. 신부가 외국인이고, 신랑도 인도 전통을 잘 몰라서인지 몇 가지 식순을 생략하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신부 아버지가 신부를 신랑에게 넘겨주는 의식으로 신부가 아버지의 무릎에 앉는 의식인 칸야단 (Kanyadaan)이라는 부분은 생략되었다. 신부 아버지가 무릎 근육을 기르는 운동을 하였다는 뒷 소문을 들었는데… 아쉬웠다. ㅎ


옆에 앉은 신랑의 고모에게 결혼식 의식을 물어보자, 쿨하게 '다른 것은 몰라고 되고 하이라이트인 하나만 이해하면 된다'라고 말하였다. 그 하이라이트는, 만갈수트라 반드한 (Mangalsutra Bandhan)라고, 결혼을 알리고 신랑과 신부가 하나로 합쳐지는 의미로 서로의 손목을 묶는 의식이었다. 우리의 보통 결혼식에서 혼약 서약과 성혼 선언을 하는 것과 유사한 의식이랄까? 결혼의 신성한 부분이었다.

서로의 손목을 묶는 만갈수트라 반드한 의식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이 의식 이후에 신랑의  큰 어머니가 만갈수트라 목걸이 (결혼반지와 같은 의미를 갖는 것)를 신부에게 걸어 주었다. 원래는 신랑이 걸어 주는 것이라는 데 신랑이 고리를 잘 못 걸어서 그렇게 된 것 같았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손님들은 식을 구경하면서 소곤소곤 이야기도 하고 인사도 하고, 잠깐 나가기도 하고…. 꽤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었다. 옆에서 힌두 결혼식 음악이 계속 라이브로 연주되고 있었다. 춤을 춘다고 들었었는데 그런 행사는 없었다. 춤과 거리가 먼 나로서는 다행.

악기 연주 도중 잠깐 휴식하는 모습

결혼식이 끝나갈 무렵, 손님들이 가족 단위로 신랑 신부에게 축하 인사를 하고, 축의금이나 선물을 전하면서 사진을 각각 찍었다. 한국이 축의금을 한 곳에 내고, 가족단위, 친구단위로 사진을 크게 몇 장 찍는 것과 달리 소 그룹이나 개인별로 각각 인사를 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 좀 더 정겨워 보였다.  


식사 시간에는 다양한 인도 남부의 채식 요리를 즐길 수 있었다. 남부 요리는 북부 요리에 비하여 좀 마일드하고 아주 매운 것은 없다고 하였다. 커다란 바나나 잎에 인도의 다양한 향료와 맛이 어우러진 음식들을 조금씩 놓아주었는데, 요구르트와 렌틸 콩이 사용된 요리가 특히 맛있었다. 나는 포크와 스푼을 쓰면서 가끔 손을 이용하여 먹기도 하였다. 또 하나의 즐거운 경험이었다.


식사 후 한국인 신부 근처로 레스토랑의 직원들이 와서 한국의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하면서 사진을 같이 찍어 달라는 모습도 보였다. 인도의 많은 젊은이들이 K-드라마를 보고 K-음악을 듣는다고 하고, 현대차가 첸나이에서 인기여서 인지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가 높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국제결혼이 그리 많지 않은 지, 한국인과의 결혼이 흔하지 않아서 인지 타밀나두 미디어에서 나와서 결혼식을 찍고 신랑 신부를 인터뷰하였다. 비디오 뷰가 순식간에 만 명을 넘었다고 후에 들었다. 이것도 재미있던 경험.


결혼식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신랑 부모님이 마련한 조그만 선물을 받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식장의 직원들이 청소를 하고 다음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니 한국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도 결혼식에 처음으로 참석하면서 느낀 점은 적어도 대도시에서의 인도 전통 결혼식은 예전에 비하여 훨씬 자유로운 결혼식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간도 짧아지고, 사이사이 의식도 생략할 수 있고, 결혼 복장도 현대식으로 변형된 것으로 입을 수 있고, 결혼 장소도 템플이 아닌 레스토랑에서 할 수도 있고 등등.


이제 막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벌써 다시 가서 찬찬히 첸나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호텔에서 보이는 첸나이 시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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