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
감정에도 무게가 있다
내가 차마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이
내리막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커져서는
매일같이 빚쟁이처럼 문을 두드리던 한 달이었다
감정이 할부가 아니었다면
내 사인(死因)은 압사였겠지
9월 15일엔 아버지께서
'세상은 내 맘대로보다는 내 맘 같지 않은 일도 왕왕 발생해'
라는 문장을 보내주셨다
어쩌자고 내 맘 같지 않은 일이 한 달 내리 일어났다
불행의 냄새가 나는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좋은 날이 오긴 할까?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점이 있다면
평범하다 싶으면 적당한 불행이 기다렸다는 듯 찾아오더라는 거다
어렸을 때부터 행복하면 불안했다
빈손으로 찾아온 행복이 날 떠날 땐
언제나 양손 가득 절망을 받아 가길 원했거든
그래서 억울했다
요즈음 느끼는 비참함이 마땅할 정도로 행복했던 기억이 없다
오래 휘둘리다 보니 우울을 다루는 나름의 도가 트였다
난 살아야겠으니
오만하더라도 내 맘 편하자고
이 우울을 액땜 내지는 성장통으로 치기로 했다
답답해서 콱 돌아버릴 것 같을 땐
다음에 얼마나 좋은 일이 오려고 이러나-
하고 최면을 걸어본다
엷은 조소 사이로 흘러나간 숨 딱 그만큼 힘듦이 좀 덜어진다
바다가 보고 싶다
내 불안은 늦여름이 제철이었나
불안이 부서진 어깨뼈의 십자가에서 포도송이처럼 열렸던 (/메피스토 왈츠, 진은영)
징그러운 계절에도 마침표가 찍히는 듯해
청기 백기 플레이하듯 여름과 가을이 밀당하더니
오늘 저녁엔 코끝이 시릴 정도로 공기가 차가워졌다
내쉰 숨이 눈에 보이는 유일한 계절이 속도 내어 오길 소망했다
얼마 전에 만난 친구는
살면서 나만큼 다정한 사람을 만나본 적 없다고 했다
정말로
사랑이 많은 건 전혀 나쁜 게 아니었을까?
식물에 물을 많이 주면 말라죽는다지
어떤 마음이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 견딜 수 있는 만큼만 주었어야 했다
의도는 그게 아니었으나
내 솔직한 말들은 누군가에게 닿아 불편이 되었다
되돌려 담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럴 텐데
주고 싶어서 준 마음에
고맙다고 말해주는 친구의 말이 낯설었다
새삼 서러웠다
글을 쓰는 지금은 9월의 마지막 밤이 지나가는 중이다
과감히 흘려보내고 눈 감을 수 있을까
해변에 버려진 것 중엔 내가 가장 쓸모 있었다
로 시작하는 시는
말라 가지 않는 헤엄을 배워 안간힘을 다해서
로 끝난다
시월엔 안간힘을 다해서 쓸모 있어질 거야
이건 결의에 가깝다
어설프게 정신 못 차리기엔
해야 하는 것도, 책임져야 할 것도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