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려고 애쓰다 그르치는 것들이 있다.
나름 하이킹을 잘 준비한다고 계획에 없던 새 신발을 하나 장만했다. '자고로 등산화란 발목이 다치지 않게 잘 잡아줘야 한다'고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얼마라도 더 주고 발목이 올라오는 등산화를 산 거였다. 근데 바로 그 발목 부분이 뻣뻣한 새 것 + 날 것 그대로라 걷는 내내 계속해서 발목을 건드린다. 일부러 뒤축을 구겨 신고, 쉬는 동안은 발로 밟고도 있어봤는데 좀처럼 말랑해지지를 않는다. 아픈 발목에 자꾸 신경이 쓰이고, 그래서 느슨히 풀었더니 이번엔 신발끈을 거는 부분 걸쇠끼리 양 발이 스치며 걸려 바둥댄다. 아주 제대로 대차게 자빠질 뻔 했다.
잘하려고 한 일인데 이렇게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누구의 탓도 아닌 채로 마음과 참 다르다.
그렇게 3일 차가 되니 발목이 너무 아프다. 온통 신경이 거기에만 가 있다. 뭐든 하나가 견디기 힘들게 압도적으로 아프면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리고, 안 느껴진다. 원래 인간의 통점은 한 번에 하나만 구동된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그럴 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 할 수 있는 건 그냥 잠시 멈추는 것. 일이 쉬이 해결되지 않을테니 그럼 그냥 잔소리 말고 잠시 멈추는 것. 그러면 그나마 견딜 힘이 조금 생기니까.
아프고 비싸게 새삼스러운 교훈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