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빵

달고 쓴 인생입니다.

by Summer Song

잘 익은 바나나 셋만 있으면 참 쉽게 만들 수 있는 바나나 빵. 초콜렛 칩이나 건 크랜베리 같은 걸 넣어 이렇게 저렇게, 조금씩 다르게 즐길 수 있는데다, 살짝 구워 버터를 발라 먹어도 훌륭하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아침 식사나 간식, 때론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무언가와 곁들여 후식으로도 즐길 수 있어 거의 일주일에 한번씩은 만드는 듯 하다. 오븐에서 한 시간 가량 구워지는 동안 집안 여기저기에 풍기는 달콤한 냄새는 기분마저 전환시킨다. 스콘을 상당히 좋아했었데, 요즘은 바나나 빵이 최고인 우리 집.


이번 주 바나나 빵이 거의 다 완성될 무렵, 우체국 차가 들어왔다. 그리곤 곧 “툭”, 무거운 소리가 현관 앞에 떨어졌다. 한국에서 온 우편 박스였다.

이번 여름 이곳에 오실 계획이었던 부모님은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가 수군대던 때, 혹여 비행기가 취소되 미국으로 못 오시게 될 때를 대비, 손주들에게 챙겨주고 싶었던 이것저것을 캐리어가 아니라 박스에 담기 시작하셨다. 그때 “혹시 모르니까…”하시며 부치실 때만 해도, 나는 내심 두 분이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가도, 그럴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했었다. 그렇게 박스 하나에 아이들 장난감이며, 과자와 옷 같은 것들을 싸 부치시고 나서 곧, 온곳에 다 여행 경보가 퍼졌고 두 분의 비행도 취소되었다.


부모님도 동생들도, 그러고선 더 열심히 우편 박스를 싸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게 뭔지 물어보고, 장난감 가게에 가 이것저것 사진을 찍어 “어떤걸 더 좋아할 것 같아?”하고 물었다. 한참 걸려 도착한 그 박스들 중 첫번째 박스는, 반가우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만들어냈다. 커다란 여행 가방을 들고 방긋거리는 부모님 모습이 상상 속에 기억처럼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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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를 열어 보니 잔뜩 알록달록하다. 아이들은 신이 났는데 나는 왠지 코끝이 찡해진다. 혹 깨질까봐 휴지로, 신문지로 돌돌 말려 있던 예쁜 반지 사탕을 보곤 눈물이 났다. 풀어낸 포장지를, 그 쓰레기를 바로 버리고 싶지 않아 괜시리 만지작거렸다. 만지고 있자니 왠지 그 손끝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바나나 빵을 먹으며 아이들과 장난감 선물을 즐겼다. 신이 난 아이들 얼굴 위로 나는 멀리서 온 것들에 고마운 감정과, 너무나 멀어 시간마저 다른 내 옛 땅에 묘한 감정을 느낀다. 아주 생생하면서... 또 저 멀리 아득하다.


베어 물은 바나나 빵 한 입이 왠지 조금 쓰다. 달고 쓰다니, 바나나 빵에 삶이 쓰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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