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태 Oct 14. 2020

남극은 어떻게 갈까?

남은 건 북한과 우주뿐.

 

나 : 앞으로 살면서 여기보다 더 특별하고 신기하고 짜릿한 경험을 할 곳이 있을까요? 당장은 우주 정도만 떠오르는데..


동료 : 북한..?


 남극은 어떻게 갈까라는 글을 옮겨오면서 문득 저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기억이 정확하게 나지 않아 약간의 각색이 들어간건데, 남극까지 갔다오니 시상에 못갈곳이 없겠가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풍경과 볼거리가 많고 분명 다 엄청나겠지만 어쨌든 끝판왕을 봤다는 느낌이랄까요.



2020.06.27.


 지리적으론 더 먼 곳도 많겠지만 심리적 거리로는 아마 남극이 한국에서 가장 먼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1만 3천km 정도 떨어져 있으니 지리상으로도 가까운건 아니지만요. 그래서 이번엔 출국부터 입남극에 전까지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세종과학기지 같은 경우는 남미를 거쳐서 들어옵니다.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 라는 곳이 관문도시 역할을 하는데요, 여긴 제가 가보지 않았으니 장보고 과학기지의 관문도시인 호주의 호바트를 중심으로 설명해드릴게요.


저는 월동대는 아니라 여기엔 없습니다..


 출국날부터 설명하자면, 공항에 가니 그간 착잡했던 마음은 줄어들고 그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좀 들뜨면서 '와 진짜 가나? 내가? 남극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들하고 작별인사를 하면서 그 마초같던 형님들이 눈물을 찔끔 흘리시는걸 보니 저도 가슴 한켠이 찡하더군요.


 호바트. 처음 들어본 도시인데 알고보니 남극의 관문도시로 꽤 유명했습니다. 도시에 대한 첫인상으론 "보이는건 백인 외국인" 이라고 일기에 써있네요. 백인들 가득한 곳에 가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이게 가장 크게 느껴졌나봅니다. 또 건물들이 옛날 유럽풍이기도 해서 꽤 멋집니다. 트와이스 노래를 틀고 춤을 연습하는 학생들을 봤는데 우린 한국에서 왔고 잘 춘다고 칭찬해주니 엄청 좋아했던 게 문득 기억나네요.

호바트 도착
미술관 로비. 왼쪽에 놀러온 가족이 보입니다!
웰링턴 산



 가기 전에 잠깐 찾아본 바로는 MONA라는 미술관이 유명하고 아방가르드한 작품이 많다고 해서 꼭 가보고 싶었는데 다른 일정들 때문에 결국 못갔습니다. 대신 가까웠던 Tasmanian Art & History Museum 이라는 곳에 잠깐 들렀습니다. 작품들과 도시 역사도 재밌었는데 놀랐던건 두가지였습니다. 첫째로 인구가 23만명인 도시에서 박물관에 이렇게나 사람이 많다는 거였고, 둘째로 박물관 중앙 로비? 홀? 같은곳 한편에 매트가 있는데 온가족이 아기랑 꺄르륵 거리며 노는게 신기했습니다.

살라망카 마켓



 살라망카 마켓이라고 플리마켓 비슷한 곳도 시간이 맞아 구경하고, 우뚝 솟은 Wellington 산도 놀러가서 경치 구경도 하고 멋진 사진을 좀 건졌습니다. 으 그래도 이거 말고 MONA를 갔어야 하는데.



 음식은 한접시에 3만원도 안 해서 놀란 T본 스테이크와 쌀국수가 맛있었고, Chinese Hot Pot 레스토랑을 의사선생님의 권유로 갔는데.. 세상에나 마라탕 집인거예요..! 햐 내가 호주까지 와서 마라탕을 먹을 줄이야. 다른팀은 항구쪽에서 피시앤칩스 먹는다던데.. 근데 저빼곤 다들 먹기 힘들어하시더라구요. 아맞다 흑당버블티 파는데도 봤어요.



 그중 하루 저녁은 마트에서 양고기 T본 스테이크 등등을 사와서 고기파티를 했는데 고기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억울할 정도였어요. 한국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라니.



 남극 출발 전날에는 탑승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실시됩니다. 수화물 규정부터 동상 예방까지. 바다 위 얼음(해빙)에 착지하는거니까 조심하라는 얘긴데 그땐 엄청 심각하고 진지하게 듣고 걱정했는데 막상 와보면 익숙해지긴 합니다. 저는 이때 피복을 지급받았는데 막 바지가 60만원이고 그랬어요. 근데 와서 한 번도 안입은.. (나중에 반납해야 해요..) 비행기는 일정이 엄청 자주 바뀝니다. 여기 날씨랑 남극 날씨 모두를 고려해야 해서 당일날까지도 바뀌고 공항에서 몇시간씩 기다리다 결국 취소돼서 숙소 다시 잡고 그런 일도 있거든요. 저희도 원래는 아침 7시였다가 출발 전날에 아침10시로 바뀌고, 다시 당일날 12시 반으로 바뀌었어요.


 공항 가서 짐 부치고 티켓을 받았는데 그냥 종이에 이름 적어주고 끝이었던 게 아직도 충격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간단한 티켓발권.. 비행기도 활주로 안쪽으로 들어가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터미널에서 다시 명단 확인하고 대기했다가 탑승했습니다. 기내식은 점심때였지만 원래 아침 비행기였기에 안타깝게도 가벼운 아침이 나왔습니다. 남극쪽으로 들어가면 방한복을 입으라는 안내를 해 주는데 얼어버린 바다와 온통 하얀 땅, 크레바스들.. 이게 남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난생 처음 보는 풍경들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추울지 잔뜩 긴장하고 바라클라바에 고글에 장갑에 중무장을 했지만 막상 내리고 보니 별로 춥지가 않았습니다. 영하 8도 였으니. 다만 바다의 얼음 위에 착륙한다는건 신기했고(얼음 두께가 1~2m) 얼음위를 20분정도 달려서 기지에 도착했습니다. 기지로 가는 차안에서 한분이 "야 이제 볼거 다 봤다. 집가고 싶다." 라고 하셨는데 저도 두달 후엔 집가고 싶다는말을 달고 살았네요

작가의 이전글 남극에선 무엇을 먹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