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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태 Oct 15. 2020

나는 어쩌다 남극에 가게 되었나?

대학교 3학년이던 그는 왜 중도휴학을 하고 남극에 갔나?

 물 들어올 때 노젓기2

 에브리타임 구석에 박아둔 글 일부를 꺼내왔습니다. 문체가 왔다리갔다리 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


2020.08.19.(에브리타임 게시는 2020.02.17.)


2019년 여름방학, 집에 누워서 남극에서 냉면을 만들어먹는 sf? 소설을 읽다가 문득 남극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은 안전가옥의 단편집 ‘냉면’ 중 dcdc 작가의 ‘남극낭만담’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보다 재밌지는 않은데 그냥 이 소설이 방아쇠가 됐어요..)



3년 전쯤 신문에서 20~30년 경력의 요리사만 뽑는다는 기사를 봤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다시 관련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조리보조 분야를 뽑는 공고가 뜬걸 발견했습니다. 두근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연구소측에 전화해서 올해에도 이 분야 채용을 하는지 물었더니 곧 공고가 뜰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세상에!



한달 쯤 후 정말 공고가 떴고 열심히 서류와 소개서를 준비해서 제출한 후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쓰면서는 여기와 관련된 온갖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영화 '남극의 셰프' 는 물론이고 극지연구소 뉴스레터나 신문기사 등을 찾아봤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세종과학기지에 조리대원으로 가셨던 분을 인터뷰한 것입니다. 인스타에서 발견하고 조심스레 간략한 소개와 함께 질문들을 DM으로 보내드렸더니 흔쾌히 답변해주셨고, 지속적으로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저도 여기 오고 싶어하는 요리사분들께 종종 DM을 받는데 제가 도움받았던 것처럼 최대한 도와드리고 있는데 뭔가 선순환같아서 좋더라구요.)



왕복 다섯시간 거리의 극지연구소에서 면접을 보고 며칠 후 합격 문자를 받았습니다. 후아.근데 저는 1~2개월 짜리를 생각하고 2020년1학기에 복학을 할 생각이었는데 5개월동안 가는거에 배정됐다고 해서 아주 잠깐 고민을 했습니다. 근데 지금 아니면 언제 또 가보겠어요!(돌이켜보면 5개월 있었던 덕분에 재밌는 경험을 많이 해서 좋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출국 전에 부산에서 극지적응 훈련을 2박3일 동안 받았습니다. 크레바스 탈출법이나 gps및 로프 사용법, 재난 대응법 등을 배웠네요.간김에 부국제도 보고 오는길엔 대구에서 반나절동안 4끼를 먹고..



또 한 며칠 후에 배편으로 짐을 부치니까 정말 가는구나 싶었습니다. 계약서 쓸 때는 이런게 처음이라 모든게 신기했는데 싸인을 하고 나서야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습니다.혹시라도 취소되면 어쩌지 하는 노파심에 조마조마했었거든요. 부랴부랴 친구들한테 연락하고 환송식도 하고 선물도 받고.



아,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요리한다고 휴학하고 학과장님이랑 상담을 했었는데 그때 제게 "요즘 애들이 도전정신이 없어서 문제라는데 넌 그렇지 않은것 같다. 그런데 그게 좋은 도전인지는 모르겠다." 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저같아도 그리 대답했을겁니다. 아니, 저정도면 완곡한 표현이죠.


근데 이번에 요리로 남극에 가게됐다고 하니 엄청 반기시며 어마어마한 성공을 한 제자를 만난것처럼 축하해주셨습니다. 사람일은 참 모르는겁니다. (지인들이나 엄마 친구분들도 제가 남극에 간다는 소식을 들으면 대단하고 엄청난 성공을 한것처럼 말씀하시더라구요. 왜지..?)



출국날의 일기에 보면 '출발이 다가오면 마냥 신날 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가까워지자 심란해졌다. 이상한 기분. 먹먹. 막막. 착잡. 입대전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라고 써있네요. 이렇게 길게 지인들을 못 보고 미지의 세계로 가는게 처음이라 그랬나 봅니다. 또 입대 전처럼 간만에 연락하고 만나는 사람들도 많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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