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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태 Oct 28. 2020

극지안전훈련 in 부산

남극에 대한 공포 최대치

 합격의 기쁨을 느끼기도 전까지는 아니지만, 합격한지 며칠만에 안전훈련을 받으러 가야해서 어리둥절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출국 며칠 전까지도 '혹시 다리가 부러져서 못가게 되면 어떡하지' 같은 오만 걱정 때문에 친한 지인들에게만 알렸습니다. 그래서 sns상으론 아마 갑자기 휴학하고 부산 내려간 자유로운 영혼으로 보였을 것 같기도 하네요.

 이 또한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온 글인데 훈련 관련해서는 처음으로 쓴 글 같네요. 월동대는 더 길게, 수영을 포함해 다양한 훈련을 받았고 하계 지원인력들은 이틀간의 훈련을 받았습니다.


2020.10.12.

 작년 이맘때쯤 부산에서 이틀간 극지안전훈련을 받았습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진행됐는데 아침부터 시작되는 일정이라 전날 저녁부터 호텔을 잡아주셨습니다. 오션뷰라 황송했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첫날엔 각종 주의사항과 gps 사용법, 크레바스 탈출법, 로프매듭법, 들것 이용법 등을 배웠습니다. 햐 저때만 해도 남극에 대한 공포가 쪼~끔 컸는데.. 현실감이야 남극에 가서도 안났지만,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크레바스에 빠져서 죽기 직전까지 간 이야기들 덕분에 20대 초반에겐 참으로 생의 의지를 북돋아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야외에서 gps도 사용해보고 각종 로프나 도르래 등을 통해 실습을 했는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엄청 열심히 집중했던 기억이 납니다.


맨 위의 사진은 헬기에서 내려 발을 딛자마자 크레바스에 빠진걸 설명하는 사진입니다..



 둘째날엔 화재 대처요령, 소화기 사용법, 심폐소생술 등을 배웠습니다. 각종 사고사례를 듣다보니 역시나 생의 의지가 솟아나더라구요. 남극에서 화재가 나서 기지가 다 불에 탔다? 밖은 영하20도다? 먹을게 없고 구조대는 몇주 후에나 온다? 거참..

 위험할까봐 소화 연습땐 휴대폰을 챙기지 않았는데 그게 아쉬울정도로 생생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소방학교만큼이나 실전적이었는데 각종 소화기로 크고 뜨거운 불을 끄는 연습을 모두가 해봤습니다.

 심폐소생술은 간만에 애니를 보니 반가운 정도였습니다. 일정 주기로 수정 및 개선되는 심폐소생술 권고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실습이 좋았습니다.


 아니 뭔 블로그에 쓰는 운전면허 교육 후기 같은게 되어버렸네요.


 뭐 그 외엔 저녁마다 다같이 회식을 갔는데 형님들이 다 사주셔서 바다보면서 회도 먹고 낙곱새에 감자탕에 샤브샤브에 황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남극에 이미 다녀오셨던 분들은 그 경험을 들려주시기도 했고요. 술을 잘 못마시는 제가 술을 거절해도 하나도 뭐라하지 않으셨던것도 감사했습니다. 남극에선 좀 달랐지만..


 기억에 남는 일화는 호텔 조식 먹으러 가서 조리장을 처음 만난거였습니다. 그때 잠깐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굉장히 어색한 채로 지내다 남극에 와서야 친해졌었죠.

 친해진 뒤에 조리장이 제 첫인상을 얘기해줬습니다. 호텔 식당에서 만나 제 이력을 들었을 때 '아 이사람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하지만 남극에 와서 와구와구 입가에 소스를 묻히며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아 이사람 참 진실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세상에.


 훈련 전날엔 부산국제영화제 갔다가 국밥을 먹었고, 훈련 다음날엔 올라오면서 들른 대구에서 6시간동안 4끼를 먹었는데 그 후기는 시간 나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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