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고 종종 엄마한테 여쭤봤다. 왜 남극 가는 걸 말리지 않았냐고. 어떻게 그렇게 흔쾌히 보내줄 수 있었냐고. 그리고 가장 최근에 들은 대답이 바로 저 문장이다. 왜 저런 질문을 했냐면 무슨 트라우마가 생겨서 왔다거나, 후회가 된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또 가고 싶다 정말!) 궁금해서였다. 나라면 자녀가 멀쩡히 대학을 다니다 소설을 하나 읽더니 갑자기 중도휴학하고 남극에 가겠다고 한다면 일단 앉혀놓고 진득하게 이야기를 해봤을 것 같은데. 그것도 늦둥이로 태어나 온갖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자란 만23세의 자녀라면.
그리고 무엇보다 출국 날 공항에서 찍은 영상에서 엄마의 얼굴이 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내 일기장엔 내가 심란해하고 엄마가 평안해한다고 적혀있고, 내 기억에도 그랬는데 귀국해서 돌려본 영상은 달랐다. 엄마의 얼굴은.. ‘자식을 남극에 보내는 어머니의 얼굴’ 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약간의 슬픔, 착잡함, 기대 그리고 그걸 드러내지 않으려는 노력까지. 내가 눈치 채지 못한 건 그날 정신이 없어서도 있겠지만 이런 이유도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
“너가 해온 선택들을 보면 인도하심이 있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처음 요리를 하겠다고 했을 때도 그렇고 반대하시기보단 말없이, 뒤에서 묵묵히 기도하고 응원하고 걱정해주셨던 것 같다. 내가 남극에 있는 동안 엄마도 정년퇴임을 하시는 등 많은 일을 겪으셨다. 예전엔 그냥 ‘남극’ 이니까, 캄보디아나 칠레 정도면 말리겠지만 ‘남극’ 이니까 말리지 못하신 게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나 부모의 마음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은가 보다.
원래는 그날의 감정들만 짧게 정리하려고 했는데 영상을 보면 볼수록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 엄마의 말씀을 기록해 둔다.
그래도 그날의 일기장을 옮겨보자면
“출발이 다가오면 마냥 신날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가까워지자 심란해졌다. 이상한 기분. 먹먹. 막막. 착잡. 입대전 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른. 오히려 어머니가 평안해 하시고 내가 심란해 하는.”
“실감이 안 난다.”
출국 후부터 남극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10번쯤 전 글인 ‘남극엔 어떻게 갈까?’ 에 정리해두었으니 아마 다음 글은 언 바다를 처음 보고, 기지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의 기분을 적은 글이 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