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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태 Nov 04. 2020

드디어 남극에 첫 발을

2019.11.04.

 1년 전인 2019년 11월 4일 오후 11시 43분경 남극에 첫 발을 내딛었다. 남극 땅은 아니다. 꽝꽝 언 바다 위 활주로에 비행기가 착륙했고 나 역시 그 위에 내렸으니.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그때 사진을 보면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얼어 있는 바다, 온통 하얀 풍경. 지금 생각하면 내가 어딜 갔다 온 거지, 갔다 온게 맞긴 한가 싶은 생각이 든다. 첫인상도 굉장히 비현실적인 느낌이었겠지 싶어 이번에도 역시 일기장을 뒤져봤다. 특별한 표현이나 감상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너무 예뻐서 눈물이 났다.”     


 이 말밖에 안 써있다. 무척 피곤했나보다. 하긴 원래는 새벽 비행기였던게 미뤄지고, 호바트 공항에서도 몇 시간씩 대기하다 자정 가까운 시간에 도착했으니. 게다가 영하 8도의 밖에서 한시간 가량 짐이랑 물건들 찾느라 기다리고 새벽 1시가 넘어서야 기지에 도착했다. 아 참고로 시차는 GMT+13이라 한국 시간에서 4시간 더하면 된다.


 새벽 두시가 훌쩍 지나서(중간에 있는 노을같은게 새벽 2시에 찍은 사진이다.) 잠자리에 들었다가 7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다. 첫날엔 기지 시설 및 주변 환경 소개를 듣고 주의사항을 전달받았다. 그리고 주방일을 시작하게 됐다. 다른 부서들은 일주일 정도의 인수인계기간을 가지는데 가자마자 보조를 하고, 3일차부터는 온전히 우리끼리 일을 하게 돼서 아쉬운 마음이 없잖아 있었는데 나올 때 쯤 이해하게 됐다. 하루빨리 그만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한데 다음 사람이 왔으면 얼른 손 떼는 게 당연하지.    

 

 그때까지 나는 모르고 있었다. 남극에 간지 삼일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              

 첫 발이라고 하니 무슨 남극 대륙 발견한 사람 같네. 처음엔 하루 종일 해가 떠있는게 무척 신기했는데 적응이 되고서는 하늘이 까만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시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건 저때 분단위로 사진을 찍어대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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