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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태 Dec 22. 2020

남극의 크리스마스

트리도 꾸미고 캐롤도 틀고 다 했어 임마!

 남극에 머무는 동안 큼직한 명절들을 많이 보냈다. 크리스마스, 신정, 구정 그리고 생일까지. 그중 제일 처음 맞은 명절인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부터 나무에 전구도 달고 각종 악세사리로 꾸몄다. 어차피 몇 주 있다가 치우겠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내면 좋으니까. 트리를 꾸민 날부터는 식사시간을 알리던 음악소리도 캐롤로 바뀌었다. 그래, 연말엔 역시 머라이어 캐리지.


 성인이 되고서는 연말의 그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참 좋아했다. 춥지만 따뜻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면 왠지 모르게 연인이 생길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하는 그 분위기. 남극에서 트리를 꾸미면서 내년 크리스마스는 연인과 함께! 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많은 인파 속에서 따뜻한 연말을 보내는걸 기대했다. 평소처럼 그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집에만 박혀있어야 될줄 누가 알았을까..


 식사는 그 주 내내 꽤나 거하게 준비했던 것 같다. 정작 크리스마스 당일 사진은 없는데 너무 힘들어서 찍을 기력도 없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일기장에도 계속 빡세다 혹은 빡친다라고 써있네.

   

 크리스마스 이틀 전엔 강풍이 불었다. 최대 순간풍속 25m/s. 온전히 서있기 힘든 수준이다. 늘어난 몸무게가 도움이 될 때도 있었구나.


 집에 각종 케이크, 빵, 과일과 슈톨렌을 주문해서 보냈다. 다행히도 크리스마스 당일에 도착했는데, 쓸 곳이 없어 통장의 숫자일 뿐이던 돈의 참맛을 잠깐 느꼈다. 일기장엔

‘내가 가는 게 제일 좋았겠지만, 그래도 좋아하시니까 좋았다.

정말 행복했다. 내가 번 돈으로 사드린 선물에 저렇게 감동하시다니.

돈으론 행복을 살 수 있어 역시.

라고 생각했다가 역시 그 생각하는 마음과 정성이 아닌가 싶다.‘

라고 써있다. 음. 저때까진 순수했네. 어떤 행복은 돈으로 살수 있는 것 같은데. 확실히.

 그리고 좀 웃긴데, 크리스마스 당일에 토플 공부를 시작했다. 리딩 14개를 아주 피곤한 상태에서 풀었는지 생각보다 낮은 정답률이 나왔고, 그래도 처음 공부에 이정도면 괜찮다는 정신승리를 했다. 그리고 귀국할때까지 다시는 토플 책을 펼쳐보지 않았다. 아니, 오늘까지 363일동안 열어본 적이 없다.

  

 제목은 거창하게 달았지만 막상 쓰고 보니 별게 없네.. 그래도 설날은 좀더 많은 이벤트가 있었던 것 같으니 다행이다. 아참, 그리고 일주일 뒤의 나는 꽤나 큰 일이 생긴 채로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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