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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태 Oct 03. 2020

남극 통신 외전-2

남극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7가지

남극에 대한 오해들


1. 겁나 춥다.


2. 그래서 바이러스가 못 산다.


3. 눈이 자주 온다.


4. 펭귄 먹어요?


5. 펭귄 맛있어요?


6. 펭귄은 귀엽다.


7. 통조림만 먹고 산다.



이번 글에서는 남극에 대해 제가 가졌던, 혹은 주변에서 질문받았던 내용을 토대로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다만 저는 장보고 과학기지에 2019년 11월부터 2020년 3월 까지만 있었고, 따라서 남극의 다른 공간과 시간은 경험하지 못했기에 어느정도 한정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것임을 밝힙니다.


1. 겁나 춥다.


이 문항부터 맞는말만 써놓은 것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는데, 반쯤 맞습니다. 일 최고기온 순위를 보면 영상 7.9도를 찍은 적도 있거든요. 제가 있었던 시기도 여름이라 영상으로 올라간 적이 꽤 있었고요. 12월엔 서울보다 따뜻했을 겁니다. 서울 영하10도 찍을 때 여긴 영상이고 그랬으니.. 그리고 실내는 발전기 폐열로 난방을 하는데 무지 따뜻합니다. 가기 전엔 선풍기 챙겨간다는 분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도착 하고 나서야 그의 선견지명에 탄복했습니다.. 물론 추울땐 겁나 추운 거 맞습니다. 요즘은 영하 30도를 왔다갔다 하는데 여기에 바람이 20~30m/s 로 분다고 생각하면 체감온도는 –60.. 극값은 41m/s가 넘습니다. 저럴때는 영하 10도만 되도 장갑 벗으면 30초만에 손가락이 떨어져나갈 것 같습니다.


2. 그래서 바이러스가 못 산다.


이건 저도 어디서 들어봤고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기도 합니다. 근데 제가 장보고 과학기지에 처음 갔을 때 한 3주? 정도 감기가 엄청 유행해서 다들 콧물을 달고 살았습니다. 이게 무슨말이냐 하면 위에 썼듯이 여름엔 기온이 그리 낮지도 않고, 특히나 실내는 20도가 넘어가기 때문에 만약 외부에서 감기에 걸린 사람이 들어온다면 옮길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그런데 외부인 유입이 없다면 감기가 한번 유행한 후엔 다시는 감기가 유행하지 않습니다. 주변에 숙주가 될만한 동물도 많이 없고.. 그래서 나중엔 영하 15도에 상하차를 하고 밖에서 깨벗고 있어도 감기는 안걸립니다. 아무리 추워도 자고 일어나면 말-끔한 몸상태가 되죠. 다만 동상이 걱정될 뿐. 물론 영하 60도인 남극점 근처는 바이러스가 아예 못 사는 환경이긴 할겁니다.



3.눈이 자주 온다.

이건 음 제 오해인데, 가서 3주동안 쌓인거 말고 내리는 눈을 구경하지 못해서 참 신기했습니다. 오죽하면 첫눈이 온 게 신기해서 일기에다가 ‘눈이 왔다. 일종의 첫눈 이랄까. 예뻐서 울컥. 망원경으로 보면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라고 써놨겠습니까. 그럼 사진들에 나오는 저 하얀것들은 뭐냐고 하실텐데, 적어도 제가 있던 기간엔 내린 눈보다는 어딘가에서 날아와 쌓인 눈이 훨씬 많았습니다. 많이 쌓이면 건물 문이 안열려서 당직서다가 갇히는 경우도 있구요. 겨울인 지금은 눈이 많이 내릴지도 모르겠네요.


4. 펭귄 먹어요?


음 어 되게 잔인한 생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건 어린이들과 화상통화 하면 꼭 나오는 질문입니다. 일단 먹을게 펭귄 말고도 많아서(해표를 먹는단 소리는 아닙니다.) 굳이 힘들게 야생동물을 사냥할 필요가 없고, 또 20세기초 섀클턴이나 아문센 탐험대처럼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잡아먹으면 안 되기도 합니다.



5. 펭귄 맛있어요?


가끔 위에 질문을 건너뛰고 바로 이 질문부터 하는 경우가 있는데(먹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건지) 먹어보지 않아서 맛을 모르겠습니다만 조류니까 조류의 맛이 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6. 펭귄은 귀엽다.


음 어 이거 논란이 되겠지만,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귀엽지 않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도 있는데 일단 얘네도 새다 보니 모여있는데선 닭똥 냄새가 진동하고, 회색인 아기 황제펭귄도 털갈이 직전엔 꽤나 크기 때문에 그렇게 귀엽지 않습니다. 아델리펭귄은 크리피하게 생겼고.. 아장아장 뛰는건 귀엽긴 하지만. 또 한국 와서 영상이랑 사진 다시 보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습니다. 사진발 잘 받는 친구들이에요 정말.



7. 통조림만 먹고 산다


이건 영화 ‘남극의 쉐프’ 때문에 생긴 오해인 것 같습니다. 저도 가면 막 통조림이랑 인스턴트만 먹고 살아야 되는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하계 연구팀으로 오셨던 분이 평균적으로 4kg 정도는 쪘다며 불평할 만큼 먹는건 잘먹습니다. 대게, 랍스터, 전복, 티본/안심스테이크, 양갈비 등등.. 다만 야채나 과일같은 신선식품이 4월부터는 귀해지긴 하는데, 온실이 있어서 상추는 월동대가 샐러드 해먹을 정도는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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