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웬 쇄빙선 이야기냐 싶으실텐데, 제가 2020년 3월 21일에 장보고 기지에서 쇄빙선을 타고 나왔습니다. 원래는 4월 10일쯤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오는 일정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대로 쭉 한국까지 오게 됐습니다. 40일간 적도를 거쳐 1만3천km를 항해한 끝에 4월 29일에 광양항에 도착했죠. 그 여정 가운데 일부를 기록한 글입니다.
2020.04.18
육지는 밟지 못했어도 좋았던 뉴질랜드 전후 며칠.
그나저나 '남극에서 온 쇄빙선이 파푸아뉴기니에 있는 침몰한 배에서 구조된 선원들 구하러 가는'거(선원 중 외국인이 과반), 나름 뉴스에 나올만한거 같은디. 한 층을 비우고 식당도 따로 쓰고 귀국후 자가격리도 해야하고 승조원분들의 희생과 고생이 참 크다.
위 사진은 현실감이 너무 없어서 며칠전 유행하던 합성사진 같지만 1데크인 옆방에서 몸을 내밀고 3데크에서 찍어준 목숨샷이다.
뉴질랜드에 가까이가면서 바다 색이 3단계로 변하는게 참 신기했고 온갖 새랑 물개도 봤다. 돌고래도 있었다는데.
바닷가의 노을은 정말 아름답다. 바다 위의 노을도. 맨날봐도, 5분마다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5개월만에 본 도시의 야경은 묘한 감정이 들게 한다. 은하수나 오로라, 빙하를 볼 때와는 다른 종류의 감동.
헬기 조종사와 엔제니어들과도 작별인사를 했다. 먹여줘서 고맙다는 그들의 말에 '아 나 기지에서 요리사였지' 를 다시금 깨닫는다. 일 안하고 놀고먹는건 너무 좋아.
남태평양의 바다 색은 정말 마음에 든다. 살면서 본 모든 바다들 중 제일 좋다. 남극은 너무 어두웠고 뉴질랜드는 너무 에메랄드여서 이상했거든. 발조차 못담그는게 너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