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의 분위기에 대하여
친구들을 만날 시간이 좀 남아있었다.
혼자 시원한 생맥주 한 잔 할 장소를 기웃거렸다.
Old pop을 들려주는 LP 바를 발견했다.
혼술 하기 적당한 곳이다 생각하고 들떠 들어갔다.
흰머리가 많으신 잘생긴 남자 사장님이 혼자 계셨다.
내 기분을 아는지 ‘ But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가 흘러나왔다.
저녁 술 약속이라 식사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리에 앉고 사장은 십 분 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목마름과 허기짐에 참지 못하고 카운터로 갔다. 하지만 사장은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나타난 사장은 ’ 벨을 누르시지 그러셨냐 ‘고 말씀하셨다.
가게에 손님은 나 외에 중년 커플뿐이었다.
나보다 스무 살은 많아 보이는 사장님을 벨로 오라마라 하는 건 왠지 좀 그랬다.
북촌을 산책하다 한 생맥주 가게에 들어갔다.
작은 한옥을 멋지게 생맥주 가게로 꾸민 집이었다.
평상에 걸터앉아 찻상에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직원과 불과 오 미터도 떨어지지 않았고 가게의 낮술 하는 손님은 나뿐이었는데 헌팅포차에서나 쓰는 타치스크린으로 주문을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딱딱한 터치스크린을 꾹꾹 눌러 겨. 우.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직원과 나는 아무런 대화나 교감도 없었다.
아무리 편리해도 서빙 보는 분과의 교감은 좋은 애피타이저가 된다. 아무리 잘 꾸며놓은 가게라도 자칫 잘못하면 식욕을 잃기 쉽다.
직원호출벨, 주문용 터치스크린.
아무리 생각해도 아재력이 높은 나에겐 너무 멋없고 맛이 없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