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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미션 May 26. 2021

우리는 언제 만나?

오늘자 신문 기사 중 새로운 업무환경에 대한 기사로, '메타버스'를 집중한 게 눈에 띈다.

가공, 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인터넷, 웹 등의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혼합된 것으로, VR, AR, 아바타 등의 활용이 대표적일 것이다.


실례로, 회사 사무실과 똑같이 구현된 가상 속 사무실에 자신의 아바타가 '로그인' 하는 것으로 출근이 되고, 로그인한 동료(아바타)들 곁에 가면 자연스럽게 대화도, 회의도 가능한 상황. 코로나 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zoom을 통한 화상회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디지털 오피스의 형태다.


사무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임대료를 포함한 고정비의 증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재택근무 확산, 재택근무 실시를 통해 확인한 업무 효율성 증가, 기술의 발전 등의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점차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개척하고 확장하고 있다. 동료, 상사, 선후배 등 직장동료들과의 마찰이 과로만큼이나 회사생활을 힘겹게 만드는 큰 요소인데, 그 스트레스 유발 환경이 조금 덜해지겠다는 생각에 씁쓸한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https://youtu.be/o67td5HFghI

페이스북에서 지속 계발중인, 소셜미디어와 VR을 결합한 메타버스 '페이스북 호라이즌'

무대와 객석이 만나야 완성되는 독특하고 특별한 형태의 예술인 '공연'도 코로나19 상황 속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상업 공연시장의 메카인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도 해가 넘도록 봉쇄령에 공연장 문을 걸어 잠굴 수 밖에 없었는데, 셧다운은 피한 한국 공연계라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계획했던 공연은 무기한 연기되고, 공연 연습 중이었던 배우들은 또다른 일거리를 찾아 뿔뿔히 흩어졌다. 하지만 '공연은 계속 되어야 했'고 그 돌파구로 '온라인 상영'에 대한 집중이 커졌다.


공연장을 찾지 않고도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유명한 시도는 영국 국립극장(National Theatre)이 자신들의 시즌 레퍼토리를 촬영해 영국 내 시네마 극장을 통해 상영하는 'NT Live'일 것이다.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은 공연에 더욱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시도한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대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공연보다 저렴한 값으로 생생하게 촬영한 공연을 감상할 수 있으며, 이는 그간 공연과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잠재적 관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NT Live의 작품들을 국립극장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해외에 직접 가지 않아도, 해외 프로덕션을 데려오지 않아도 완성도 높은 영국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연 애호가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NT Live도 지난해 온라인으로 상영의 공간을 대체했다. 유투브 'National Theatre at Home' 계정을 통해 <프랑켄슈타인>이나 <제인에어>, <아마데우스> 등 유명작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했고, 무료와 후원, 유료 등의 제도를 차별화해 실시 중이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유명 뮤지컬을 작곡하고 제작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도 유투브 채널 'The Show must go on'을 통해 자신의 제작 공연을 일정 기간 무료로 상영하는 서비스를 현재까지도 지속 중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온라인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참가작들을 관람가능하게 했다. 사진출처 : 웨이브
제작 및 기획 공연을 온라인 상영하는 곳이 많아졌다.

한국에서도 공연들을 홈페이지나 유투브 계정을 통해 상영하거나 네이버 등의 플랫폼을 통해 유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자면, 공연의 온라인 관람은 언제나 자신이 멈추고 싶을 때 '일시정지'하고 다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오히려 끝까지 공연에 집중하기 어려워 관극의 맛이 떨어졌다. 하지만 아이에게 아동극 등을 보여줄 때는 극장에 가는 어려움과 주변에 피해를 줄까 걱정하는 마음 없이 편하게 관극의 기회를 줄 수 있어서 좋았다. 공연의 무료 온라인 상영에서 나아가 유료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공연 산업의 파이가 커지고 배우들을 비롯해 공연 제작 및 상영에 녹아든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비용의 문제 등이 공론화되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브런치의 매거진으로 진행하고 있는 '대화의 기록' 시리즈 역시 100% 비대면, 영상통화로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눴다. 직접 만나는 것 보다 물리적인 제약이 훨씬 덜 해 무척이나 편했고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일도, 유희도, 점점 사람을 만나지 않고서도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게 되고 있다.

그럼 우리는 언제 만나야 할까. 만나지 않고서도 지속될 수 있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최성애 박사의 책 <회복탄력성>을 보면, 심장은 우리 몸의 다른 어떤 기관보다 더 큰 강도(뇌의 약 5천배)로 전자기적 에너지의 리듬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몸 밖으로 분출되는 자기장이 무려 1.5m 정도까지 측정가능하다고 하는데(뇌는 약 4.5cm 정도까지만 측정 가능),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느껴지는 '기운'이라는 것이 실제로 과학적으로도 증명 가능한 것이며, 그 기운으로 인한 상호작용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무척이나 중요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겠다.

사진출처 : <나와 우리 아이를 살리는 회복탄력성> 최성애 저

사람의 심장이 내뿜는 기운을 기술이 대체할 수 있을까. 또는 기술이, 기계가 심장보다 더 나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우리가 일하며, 쉬며, 놀이하며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면, 어느 때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일까. '인간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존재'임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겠지만, 조금씩 더욱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 살아도 되는 세상의 모습들이 찾아오면, 서로가 '아이 컨택'해야 는 필요성을 설득하는 일이 우리의 과제가 되는 때가 오지는 않을까. 코로나 시대 단절된 관계 속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마스크 쓰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지금처럼, 우리는 곧 단절에 길들여지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서로의 심장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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