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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작가 Jun 14. 2022

예고편도 하나의 작품인가요

예고편(Trailer)에 관한 고찰

영화나 드라마의 예고편을 보고 '어머, 저건 꼭 봐야 해!'라며 개봉하면 꼭 극장에서 봐야겠다고 굳은 다짐을 한 경험이 다들 한 번씩 있을 것이다. 아예 영상 콘텐츠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유감이지만, 나는 자주 그런 경험을 한다. (너무 자주 그래서 문제다.)  자주 기대하고, 자주 실망한다. 오늘, 난 또 그 경험을 했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이 출연하는 '비상선언'의 메인 예고편이 오늘 공개됐다. 무슨 출연진 라인업만 보면 이건 거의 뭐, 오션스 일레븐 급이다. 초호화 캐스팅 라인업만으로도 사람을 이렇게 들뜨게 만드는데, 예고편까지 쌍으로 미쳐 날뛴다. 감각적인 음악 활용과 연출이 매우 돋보이는데, 필자가 올해 본 영화 예고편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잘 만들었다. 한재림 감독의 전작들을 본 분들은 알겠지만, 그는 음악 활용 감각이 꽤나 준수한 편이다. 그의 가장 최근작 '더 킹'에서 그 감각이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비상선언' 예고편을 보고 나니 그 생각이 8월에 바뀔 수도 있겠구나. 아니, 90%의 확률로 바뀌겠구나 싶다. 정리하면 이번 비상선언의 예고편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는 얘긴데, 여기서 더 하면 광고 글처럼 보일까 봐 비상선언 예고편 칭찬은 여기까지 하겠다. 이거 광고 글 아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너무 인상 깊어서 생각날 때마다 주기적으로 찾아보는 예고편이 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로건'인데, 내겐 지금까지도 가장 완성도 높은 예고편이다. Johnny Cash의 Kaleo의 끝내주는 음악과 함께 나오는 로건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날 울컥하게 만든다. 2분 남짓 되는 영상에 로건의 고통과 인생사가 다 드러나 있다. 로건은 본편도 걸작이지만, 예고편도 굉장했다.


이렇게 기깔나게 만들어진 예고편들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야.. 이쯤 되면 예고편도 하나의 예술작품 아닐까?' 예고편이 만들어지는 목적은 하나다. 작품이 개봉하기 전에 많은 이들에게 노출되어 그들의 기대감을 한 껏 끌어올리고, 그것이 매출로 이어지게 하는 것. 물론 예고편이 기깔나게 뽑혔어도 그것이 영화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그건 영화 문제다. 대표적인 예로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꼽을 수 있다.(제임스 건꺼 말고 데이비드 에이어꺼!!)  이 영화만 생각하면 혈압 오른다. 당시 이 영화의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나는 히어로 영화의 판도를 바꿀만한 작품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정말이지 예고편 하나는 끝내줬다. 워너브라더스는 그 예고편 만든 사람 책임지고 승진시켜줘야 한다. 그 인재 절대 놓치지 말라.


예고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굉장히 흡사하다. 첫째, 큰 틀에 맞게 영상 컷 편집을 한다. 둘째, 음악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셋째, 초안을 보고 다듬는다. 마지막,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끝. 어떤가? 똑같지 않은가? 영화가 점점 발전하고 있듯이 예고편들의 수준 또한 눈에 띄게 올라가고 있다. 예고편들의 퀄리티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온 지금, 예고편도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Copyright 2022. 인턴작가 All rights reserved.


P.S-예고편 시상식 있었으면 어땠을까. 예고편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인정받고 시상까지   있다면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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