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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작가 May 27. 2022

<나비 효과> 희생은 행복의 필요조건이다.

<나비 효과 / The Butterfly Effect> (2004)

※ '나비 효과'의 주요 전개와 해석을 담고 있습니다. ※


나비 효과-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

모든 사진의 출처-네이버, 구글 이미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너무나 유명하고, 그 자체로 진리인 말이 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뜬 순간부터 밥을 먹을 건지 말지, 씻을 건지 말지 등과 같이 사소한 선택부터, 탕수육 소스를 부어먹을지 말지와 같은 굉장히 중요한 선택까지, 하루에 수십 번의 선택을 한다. 이렇듯 인생은 연속된 선택의 집합체와 같다. 우리는 이 선택이라는 것을 함으로써, 그의 결과에 따라 웃기도 하고, 안도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후회 또한 한다. 그리고 하나의 선택은, 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연쇄작용을 일으킨다.

나도 갖고 싶다, 이 능력

영화 '나비 효과'는 '선택'에 관한 작품이다. 주인공 에반은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능력을 가졌다.  본인이 나왔던 영상이나 일기장과 같이 과거의 기억을 되새김할 수 있는 매개체만 있으면 그 당시로 돌아가 선택을 달리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다. 에반은 이 능력을 사용해 모두에게 이상적인 현실을 만들려고 했다.

처음 과거를 바꾼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그저 과거 자신의 베프 레니와 첫사랑 케일리가 예전의 트라우마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고쳐주려 했을 뿐이다. 이를 위해 에반은 과거로 돌아가 선택을 달리했다. 에반은 그 선택 하나만 달리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지만, 현재로 돌아와 보니 '나비 효과 이론'처럼 너무 많은 것들이 달라져있었다. 바뀐 현실도 받아들일 수 없던 에반은 다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일기장을 집었고, 몇 번이고 과거로 돌아갔다.

선택을 달리 했을 때의 결과는 너무나 달랐다

나비 효과는 타임 슬립 스릴러 장르를 활용한 주인공 에반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상적이지 못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계속해서 과거로 돌아가는 에반의 모습은 우리들의 속마음이 투영된 듯 하다. 우리 모두 현실에 불만을 품으며 '그때 내가 그러지 않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과 같은 생각을 한 번씩 해보지 않았는가. 나는 요즘도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그냥 살면서 계속하는 것 같다. 살아가며 항상 옳은 선택만 할 수는 없다. 어떤 선택은 만족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처럼 후회를 불러오는 선택 또한 하게 된다. 인생을 살며 후회는 무조건 하게 돼있다. 우리는 선택과 그에 대한 결과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매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지 않을까.


 

매우 잘생겼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나?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나?'와 같은 운명론적 주제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테넷' 등 타임 슬립 장르의 작품에서 종종 나타난다. 이를 '운명'이라고 칭하느냐, '현실'이라고 칭하느냐는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주제는 '나비 효과'에서도 역시 드러난다. 영화에서 에반이 과거로 돌아가 현실을 바꾸는 과정은 얼핏 보면 운명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에반이 아버지에게 이 능력을 물려받아 태어났을 때부터 일기장을 태워버리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은 예정돼있었다. 이는 유년시절 에반이 기억을 몇 번 잠시 잃을 때를 보면 알 수 있다. 에반은 기억을 잠시 잃는 것이 그저 원인 모를 병인 줄로만 알고 있었지만, 기억을 잃는 그 잠깐의 순간이 바로 미래의 자신이 과거로 돌아와 선택을 달리하는 지점이었던 것이다. 에반이 정신병원에 입원할 때까지가 예정되어 있던 일이었고, 운명이었으며 그 이후는 결말에 따라 영화의 결이 조금씩 달라진다.


결말

나비 효과의 엔딩은 총 4가지지만, 에반이 일기장을 태우고 새 삶을 살아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후 이 둘은 다시 만났을까

1. 에반이 일기장을 태워버리는 결말 (극장판, DVD 판)

감독판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결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에반은 정신병원에서 과거 케일리와 처음 만났던 순간으로 돌아가 아예 그녀와의 관계를 파괴한다. 그리고 바뀐 현재로 돌아와 레니와 함께 일기장을 태워버리며 말한다. '이런 건 이제 필요 없어. 나는 내가 누군지 잘 알아'. 에반은 드디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에 충실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많은 인파 속에서 우연히 케일리를 마주치는데, 여기서 또 결말이 3가지로 나뉜다. 그냥 케일리를 지나쳐 가는 에반, 케일리를 조용히 따라가는 에반, 케일리에게 말을 거는 에반. 과거로 돌아가 케일리와의 관계를 파괴하고, 일기장을 태워버리기까지가 일어날 일이었고, 운명이었다면, 이 3가지 결말은 이후 에반이 스스로 개척해 나갈 현실의 경우의 수일 수도 있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감독판 결말보단 일기장을 태우는 결말을, 에반이 과거에 얽매이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성장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 조금 더 선호한다.

가히 충격적

2. 에반이 태아 때로 돌아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결말 (감독판)

나비가 없으면 나비 효과도 없다. 에반은 정신병원에서 마찬가지로 과거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과거는 케일리와 처음 만났던 순간이 아닌 더 이전의 자신이 태아였을 때다. 자신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에반은 탯줄을 자기 목에 감는다. 스스로 자신의 운명 자체를 없앤 것이다. 그 결과 에반의 엄마는 다른 사람과 재혼해 가정을 꾸리고, 케일리 또한 레니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에반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현생에서 행복을 누리게 됐고, 에반 또한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니 불교론적인 관점에서 행복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겠으나, 운명 자체를 지웠다는 점에서 내겐 너무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희생은 행복의 필요조건이다.

이렇게나 결이 다른 두 결말이지만, 그럼에도 두 가지 결말이 공통적으로 품고 있는 메시지가 하나 있다. 바로 희생이다. 영화 후반부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행복은 희생이 있었기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대사는 두 가지 결말을 모두 관통하고 있다. 첫 번째 결말에서 에반은 자신과 케일리의 관계를 희생시켰다. 이후 케일리와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에반은 과거의 소중했던 관계를 포기함으로써 모두의 행복을 불러왔다. 두 번째 결말에서 에반은 자신의 목숨을 희생했다. 이렇듯 행복은 아무런 대가 없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의, 혹은 타인의 행복을 위해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에릭 브레스 감독은 그때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을 후회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다음 행복을 위해 지나간 일은 잊고 현재에 집중하자는 말을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일기장은 필요 없다. 지금도 지구 어디에선가 자신의 선택으로 후회하고 있을 이들에게 '나비 효과'를 추천한다.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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