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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작가 Jun 01. 2022

<범죄도시 2> 동석이 형, 저는 그냥 벨 누를게요.

<범죄도시 2 / The Roundup> (2022) 리뷰

※범죄도시 2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을 수 있습니다※

길가메시의 뒷모습

범죄 도시 2편이라고?

5년 전, 범죄도시 1편이 개봉했지만 나는 보지 않았었다. 당시 나는 수능이 막 끝난 터라 정신이 없었고, 왠진 모르겠으나 딱히 끌리지 않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1편의 포스터가 문제였던 것 같다.) 범죄도시는 내게 그냥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영화가 될 줄 알았는데, 1편 개봉 이후 '니 누기야!' '내 돈 받으러 왔는데 그것까지 알아야 되니'와 같은 수많은 유행어가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닌 내 친구가 범죄도시를 굉장히 재밌게 보았다길래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뒤늦게야 감상했다.


스트레스 팍팍 풀리는 마동석의 액션. 살벌함 물씬 풍기는 장첸 역의 윤계상. 주연 배우들과 명품 조연 배우들의 환상적인 케미까지. 더불어 곳곳에 자리 잡은 유머 포인트는 완벽하게 취향저격이었다. 복잡하지 않은 실화 기반의 플롯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면 스트레스 풀며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기에, 이번 범죄도시 2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2편이 나온다고 했을 때 의아했던 것도 사실이다. 가리봉동 조선족 검거 사건을 마동석을 잘 활용하여 재치 있게 풀어냈는데 무엇을 더 보여줄 게 남았을까 싶었다. 범죄도시 2 감상 후 내가 어리석었음을 깨달았다. 세상에 범죄는 많고 동석이 형은 진짜 겁나 세구나.


크리스토퍼 놀란, 톰 크루즈, 마동석

동석이 형.. 헤드폰 부러질 것 같아..

이름만 들어도 하나의 장르로써, 그 분야의 일인자로 인정받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톰 크루즈가 그러하다. 놀란 감독은 매번 독특하고 창의력 넘치는 소재로 관객들에게 매번 경이로움과 놀라움을 선사함으로써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됐다. 톰 형은 6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탑건 등 그가 출연한 영화들의 스턴트들을 거의 직접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직접 스턴트 장면을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그를 보고 '제발 자연사하길 바란다.'라고 하겠는가. 이렇게 하나의 장르이자 일인자로 인정받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과 톰 크루즈 뒤에 마동석이라는 새로운 라이징 스타가 떠오르고 있다.


사실 마동석이라는 패대기 액션 장르가 탄생한 건 꽤 됐지 싶다. 아마 '이웃 사람' 때부터였을 것이다. 팔에 난 여섯 개의 칼자국을 보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뭐 육 학년이냐?'라고 물으며 이웃집에 사는 살인마를 패대기치던 동석이 형은 부산행에서 좀비까지 패대기쳤고, 악인전, 성난 황소에서 또 사람 여럿 패대기치다가 이터널스에서는 외계 종족 데비안츠까지 패대기치는 경지에 도달했고, 그의 패대기 액션은 범죄도시 2까지 완벽하게 이어진다. 아니, 더욱 진화했다. 범죄도시 2에서 그가 흉악범들을 패대기칠 때 나는 사운드를 극장에서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소리가 아니라 흡사 총소리 같았다. 실제로 영화에서 마동석의 펀치를 맞으면 샷건을 맞은 것 마냥 가볍게 날아가버린다. 실제로 영화를 보며 길가메시와 마석도가 붙으면 마석도가 가볍게 이기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1편에 비해 한층 강화된 타격감과 탄력 있는 액션 연출을 통해 마동석이라는 패대기 액션 장르가 이제 확실하게 자리 잡은 듯하다.


마석도 앞에서는 호랑이도 살쾡이로 변한다.

이번 편의 빌런 역시 살벌하다.

'범죄 도시'하면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빌런인데, 1편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캐릭터를 보여준 '장첸'에 이어 2편의 '강해상'을 연기한 손석구 또한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장첸이 살벌한 독사 같은 느낌이라면, 강해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나운 호랑이다. 근데 그러면 뭐하나, 마석도는 그리즐리 베어인데.

작품 속에서 마석도가 범죄자들을 상대할 때 카메라는 마석도의 아래쪽에서 위를 향해 구도를 잡는다. 이는 마석도의 위압감을 증폭시키기 위한 연출이다. 동시에 강해상을 화면에 잡을 때 역시 아래에서 위를 향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마석도를 만나기 전까지다. 마석도에게 T.K.O패를 당해버린 강해상을 화면에 잡을 때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마석도의 시점이자 아무리 강해상이라도 마석도에겐 상대가 전혀 안된다는 걸 나타낸다. 그리즐리 베어 앞에서 호랑이는 그저 귀여운 살쾡이일 뿐이다.


나쁜 놈들은 그냥 잡는 거야!

금천구 경찰 식구들

마석도가 입고 있던 자켓을 벗어 어깨에 걸치고 터널을 쭉 걸어 나가는 결말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 속 마석도는 흉악범과 싸울 때 절대 자켓을 벗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게 좀 답답하다고 느껴졌다. 그리즐리 베어처럼 덩치도 산만한데 꽉 끼는 자켓을 입고 싸우니 얼마나 불편할까 싶었다. 강해상 무리를 검거하고 모든 사건이 일단락되고 나서야 석도는 자켓을 벗는다. 드디어 자켓을 벗어 어깨에 걸치고 걸어 나가는 그의 뒷모습은 한층 편해 보인다. 그가 불편하게 계속 자켓을 입고 싸우는 건 아무리 힘들고 불편해도 나쁜 놈들은 그냥 잡고야 말겠다는 그의 의지, 나쁜 놈들을 잡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지는 그의 심리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3편도 나온다며?

현재 '범죄도시 2'는 700만을 넘어 1000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개봉 13일 만에 이 정도 성적이면 1000만 돌파도 충분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5세 이상 관람가'로 바뀐 만큼 영화의 전반적인 톤도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었던 1편보다 살짝 가벼워졌고, 코미디가 더욱 추가됐다. 이 정도로 흥행 성공할 줄 알았던 건지, 이번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3편 제작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애초에 '범죄도시 1' 제작 초기 단계에서부터 8편까지 염두에 두고 제작에 임했다고 한다. 2편을 보기 전에 '8편까지 제작을 염두에 뒀다.'라는 소리를 들었다면 난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전편에 준하는 훌륭한 속편을 보고 나니 '8편까지는 아니더라도 4, 5편까진 충분히 인기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3편에 이준혁, 이범수, 김민재가 캐스팅 확정되어 곧 크랭크인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또 어떤 흉악범이 얼마나 불쌍하게 패대기 쳐질지 벌써부터 설렌다. 마동석의 이 논스톱 패대기 액션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추후 행보가 기대되는 바이다.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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