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빠는 이방인인가
육아휴직 아빠의 적응기
맞벌이를 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거치는 동안, 아이 엄마와 나는 아이의 생활에 대해 공동으로 같이하거나 또는 균등한 수준으로 분담을 하며 지내왔다.
그 말인즉슨, 나 혼자 아이의 등하원을 돕거나 행사 등에 참여할 때도 상당히 있었다는 뜻인데, 다행히 요즘은 아빠의 공동육아 또는 전담육아가 제법 늘어난 덕분에 아빠 홀로의 등장을 이상하게 여기는 분은 보지 못했다.
그런데 어린이집, 유치원을 겪는 5년 동안 내가 만난 모든 교육기관 선생님들은 여자였다. 내가 상냥하게 인사하고 말을 많이 붙이고 대화하면 거기에 맞는 상냥한 응대는 다들 해주시나, 선생님과의 친밀감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여자 어른들 간에 시시콜콜한 수다를 통해 형성되는 친밀감은 언감생심이었다. 애초에 아빠로서 그걸 바라는 게 이상하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도 엄연히 다른 엄마들과 동일하게 아이의 보호자이자 부모인데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근데 이건 선생님들의 잘못이 아니라, 여러 아이를 담당하는 선생님 입장에서 엄마들과 친해지는 게 편하고 익숙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생각해 보면 등하원이나 행사 때 간혹 보이는 다른 아빠들의 표정을 보면, 엄마대신 끌려온 느낌이 너무 많이 나거나(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딘가 표정), 핸드폰에 얼굴을 박고 주변과 대화하지 않거나, 아이를 채근하여 얼른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려고만 하는 아빠들이 많았다. 선생님들 눈에는 나도 그런 아빠들 중에 하나였으리라고 쉽게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론 나 또한 생님이 기본적인 아빠역할 외에 친밀감 형성에 대해 부담스러워할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실제 몇 분의 선생님들에겐 그러한 눈치도 좀 느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주관적인 내 의견이고, 괜한 자격지심이 다소간 섞여 있다 해도 부인은 못하겠다.)
어찌 되었던 이러한 환경에서 선생님들이 간혹 "자세한 건 엄마한테 연락드릴게요." 라거나, "내일은 엄마가 오시죠?"와 같은 말을 하시면, 나는 어느새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두고 육아휴직하는 아빠라는 눈총 따위의 걱정은 전혀 없었으나, 그간 아이 곁에서 느껴왔던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앞으로의 1년간도 얼마나 느끼게 될 것인지에 대해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이제는 분담이 아니라 내가 아이의 매일을 함께해야 하기도 하고, 초등학교 엄마들의 끈끈한 유대와 커뮤니티 같은 이야기를 주변에서 종종 들어왔던 터라 더욱 그렇기도 하다.
내가 이방인이 되는 것은 그냥 그렇구나 하겠지만, 이방인 아빠를 둠으로써 아이까지 혹시 학교 친구 사이에서 이방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이건 좀 다른 차원의 고민이 되니까.
이제 시작이니, 계속 겪어보게 될 거다.
내년 2월엔 나 스스로 이 글을 보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