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30대의 6개월 공유오피스 미적응. 스트레스. 방황기.
서울 한복판
으리으리한 사옥
한 층을 통째로 사용하는 카페와 넉넉한 회의실
모든 것이 좋았다.
그러나 회사가 대기업 계열에서 분사하며, 어쩔 수 없이 강남에 있는 모 공유 오피스에 (급하게, 임시로) 입주를 했다.
대표님은 잠시 참자고 하시며, 그래도 힙한 유명 공유 오피스에 있으며 크리에이티브를 키워가자고 하셨다.
최근 공유 오피스에 대한 광고에서 보이는 인테리어와 다양한 체험 시설, 이벤트 등을 보면서 작은 호기심은 있었으나 입주 전 사전 답사로 맞이한 공간은 (내겐 - 주관적)답답 그 자체였다.
이사 당일 너무 툴툴거리는 내 모습을 보셨을까?
우리 부서만 따로 6인실을 마련해주시는 호의를 보여주시기는 하셨으나, 호기롭게 선택한 강남의 모 공유오피스의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우리는 6개월 만에 떠나게 되었다.
오늘은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잠깐잠깐 스쳐 간 불만 사항들을 한번 정리를 해보았다.
W, F, D, S사 등 다양한 브랜드의 공유오피스가 있으며, 개인적으로 느꼈던 사항이기 때문에 한 업체를 저격하고자 함이 아님을 밝힌다.
(구독자 5명인 나의 브런치에서 큰 영향력은 없을 거라 생각했...)
단, 이 글을 보고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기본 에티켓이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함께 해보셨으면 한다.
여름은 덥고, 겨울도 덮다. 내가 힙합퍼도 아닌데... 왜 겨울에 반팔을 입고 회사를 다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커뮤니티 앱을 보니 역시나 덥다라는 불만이 있는데, 내가 있는 강남 3호점의 문제만은 아닌 듯 하다. 아 그래도 담당 매니저의 댓글을 보고 '해결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덥다...
(난 감기에 걸렸기에 추워야 하는데... 딱 좋은거보니 진짜 더운게 맞나보다... 사무실에 직원들은 다 4층 라운지로 도망을 갔다)
통유리로 된 좁은 회의실
사람들의 심리는 어쩔 수 없이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다. 지나가면서 눈길은 당연히 컴퓨터와 연결된 큰 TV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월에 3~4개의 PT를 준비하는 에이전시의 입장에서는 크리에이티브가 노출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기는 하다.
통유리 회의실
누군가는 분명 컴플레인을 했을 것 같은데... 제발 시선 처리를 막을 수 있도록 비닐 등을 붙여주시는 건 어떨까?
그래... 난 항상 배고프다...
샐러드 먹는 모습만 봐도 힘들다...
밥은 제발 4층에 지정된 공간에서 맘껏 먹어라!!
이제 하다 하다 사무실에 개도 데리고 온다...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이곳은 강아지를 데리고 올 수는 있는 것 같다.
같은 브랜드의 공유오피스라도 지점마다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강아지를 데리고 올 수 있고, 실내에 풀어둘 수도 있다고 한다. (타 오피스에서는 복도에 내려둘 수는 없는 규정도 있다고 한다)
아무리 강아지를 데리고 올 수 있다고는 하지만,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인데... 사람들 앉는 의자에 앉힌다거나, 목줄을 하고 아름답게 함께 걸어간다거나(방울은 좀 떼던가...), 3단 콤보로 짖어대면 인내심은 사라지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Dog + Baby를 부르는 욕이 나올 수밖에 없다.
너한테는 반려견이지만,
공유오피스 내 다른 유저들에게는 그저 개시키일 뿐...
어릴적 우리 집은 나 빼고 다 담배를 피웠다!
그래서 담배 냄새에 민감하다 못해 아침마다 길빵하는 남자들과 사투를 벌인다! 그리고 전자담배의 찐득한 냄새도 너무 싫다.
가끔 남자 화장실의 전자담배 피는 Bird들... 제발 담배는 지정된 공간과 네 방에서만 피세요!!
하루에 똑같은 질문을 엄청 많이 받을 것 같다.
'주차는 어떻게 해요?'
'어플에서 회의실 예약이 잘 안 돼요...'
'사무실이 너무 더워요'
얼마나 지쳤겠느냐는 생각도 들지만, 열에 열은 질문을 하면 잘 쳐다보시지를 않는다...
내가 못 생기고, 보기 싫게 생긴 건 알지만... 그래도 눈을 보고 답변을 해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서로 지나가면 뻘쭘하게 쳐다보기보다는 묵례 정도 하면서 지나가면 좋을 텐데... 뭐가 그리 바쁜 것일까....
그 이외에...
(1) 유명 빌딩 공유오피스는 역시나 엘리베이터는 지옥이다. 6층 쯤은 걸어다녀라고 하시는데... 참 애매하다...
4층이었으면 걸어 다녔을 거다 ㅠㅠ
(2) 과일 가득 들어간 얼음물을 손으로 휙휙 젓다가 나랑 눈 마주치신 매니저님의 당황한 모습
나는 더 당황했고, 그 이후로 그 물을 마셔본 적이 없다... (과일수를 물통 옆에 예쁘게 붙이는게 쉽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컵은 왜 그리 더러운지...
(그래서 텀블러의 생활화)
(3) 우리 건물에는 유독 어르신들이 많았다.
왜 그렇게 기본 에티켓이 없으실까...
(보험회사 3개 입주한 건물이라 그런 걸까... 소리 지르고... 싸우고... 어제는 돼지머리에 소주, 막걸리 드시더라...)
본 글에 나오는 진상들은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그 일부에 들어가게 되면 잘 인지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문화 시민으로 항상 배려하는 자세로 깨어있기 위해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건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