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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윤 Oct 10. 2024

1박 5만원, 발리에서 만난 천국

50만 원 풀빌라 vs 5만 원 민박

"발리 뭐가 좋아?"


"발리 우붓 풀빌라는 꼭 가봐야 해. 마치 정글 속에 파묻힌 느낌이랄까. 눈 떠서 문을 열면 눈앞에 정글뷰가 펼쳐지는데 그 풍경을 보면서 수영을 하는 거야! 아무도 없는 개인 수영장이니까 밤에는 나체수영도 가능해. 자유로움 그 자체지."


자고 일어나 문 열고 나가면 펼쳐지는 정글 같은 세상과 개인 풀(발리 우붓, 2018)


2015년 첫 발리 여행 때 '풀빌라'라는 걸 처음 알았고 정글 같은 우붓에 반해버렸다. 우붓은 꾸따나 짱구와 달리 바다보다는 숲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다. 숲보다는 정글에 더 가깝다. 실제로 우붓에서는 원숭이를 흔하게 볼 수 있으니, 정글이라 불러도 과장이 아닐 듯싶다. 그리고 우거진 정글 곳곳에 풀빌라가 있다. 1박에 30~50만 원 정도인 고급 숙소가 많다. '정글 뷰'와 '*인피니티 풀'이 특징이다.


*지평선이나 수평선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디자인된 수영장


우붓 풀빌라 로비 풍경
방으로 가는 길


우붓 풀빌라에서 바라본 풍경은 쥬라기 공원 같다. 태초의 지구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날 것 그대로의 정글을 바라보고 있자면 알 수 없는 자유와 해방감이 느껴진다.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새소리와 온갖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야생의 느낌을 더해준다. 정글에 둘러싸여 쏟아지는 별 아래에서 나체로 밤수영을 즐기고,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꿀잠을 자고, 서라운드 새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는 아침. 이보다 황홀한 경험이 또 있을까.


방 테라스에서 바라본 풍경
메인 풀장


탁 트인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조식도 훌륭하다. 신선한 과일과 요거트, 커피, 다양한 브런치 메뉴까지, 이렇게 즐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음식과 서비스 퀄리티가 좋다.



'허니문 패키지'를 예약하면 크고 작은 사랑스러운 이벤트를 누릴 수 있다. 풀빌라에 따라 고급 마사지가 포함되는 곳도 있다. 일회용 팬티도 없이 태초의 상태로(?) 받았던 마사지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렇기에 발리에 처음 가는 친구들에게 풀빌라는 꼭 추천한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 바로 가격. 우리도 6년 전에는 신혼여행이기에 풀빌라에서 2박을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물가 비싼 다른 나라를 생각하면(한국만 해도) 이런 분위기에, 서비스에, 음식이라면 가격도 합리적인 듯 하다. 하지만 비행기 값도 2배 이상 올랐기 때문에 총 여행경비를 고려하면 고민이 될 법하다. 그럼에도 한 번쯤은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이왕이면 1박보다는 2박 정도는 누려줘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또 한 가지, 풀빌라는 주로 우붓의 깊은 숲 속에 있기 때문에 우붓 시내와 거리가 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셔틀이 있긴 하지만 셔틀 시간에 맞춰서 시내를 오가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발리여행할 때 늘 오토바이를 따로 빌려서 다니기 때문에 깊은 숲 속에서도 자유롭게 시내를 오갔지만, 그 외 택시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우붓 깊숙한 숲 속의 풀빌라를 선택한다면 교통수단도 함께 고려해 보시길!



5만 원의 파라다이스


만약 여건상 풀빌라를 가지 못한다고 해도 슬퍼할 이유가 전혀 없다. 발리에는 1박 5만 원으로 즐길 수 있는 파라다이스가 곳곳에 숨어있으니까!



우리도 올 9월 발리여행에서는 1박 5만 원 현지인 민박에 열흘 내내 머물렀다. 이곳은 6년 전 신혼여행 때 운 좋게 발견했는데, 1성급 민박이지만 우리에게는 5성급 풀빌라보다 더 마음 편한 곳이다. 발리 현지인 가족이 직접 이 집에 살면서 숙소로 운영하고 있다.



풀빌라와 같은 정글뷰는 없지만 생동감 있는 발리 분위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자그마한 수영장도 있다.


이만하면 파라다이스


풀빌라에서처럼 꽃잎이 담긴 욕조에서 목욕을 하긴 애매한 분위기이지만, (욕조는 있다) 깨끗하고, 방과 화장실도 넓고, 테라스도 있어서 딱히 불편했던 기억이 없다. 우붓 시내에서 오토바이로 5~10분 정도 거리이지만, 조용한 동네이기 때문에 캄캄한 어둠 속에서 숙면할 수 있다. 풀빌라와 마찬가지로 아침마다 서라운드 새소리를 들으며 일어날 수 있다.


방 안에서 바라본 풍경
숙소 테라스에서 보는 일출 풍경 (발리 우붓, 2024)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의 장점은,


1. 관리가 잘되어 있다. 숙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발리 가족들이 직접 살고 있는 집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사람을 써서 운영하는 에어비앤비보다 훨씬 안정감이 있다. 가족들이 지내는 공간과 숙소 공간은 건물 자체가 분리되어 있어서 서로 불편할 일은 없다.


2. 현지 문화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풀빌라나 리조트, 에어비앤비와 다르게 발리 가족들의 하루 일과를 알게 모르게 접하게 되고, 그들이 자주 가는 맛집이나 관광지를 공유받을 수 있는 점도 좋다. 우리는 9월에 비행기 티켓과 숙소만 예약하고 아무 계획 없이 갔는데도 발리 가족들 덕분에 알차게 여행할 수 있었다.


3. 발리에 고향집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는 이 숙소 사람들과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발리 가족이고, 우리는 그들에게 한국에서 온 가족이다. 그들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신께 기도하는데 우리를 위한 기도도 잊지 않는다. 참 감사하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진심으로 서로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정 많은 발리 가족들 (2018년)
결혼 6주년 서프라이즈 이벤트 / 호텔 서비스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감동은 더 크다 (2024년)


결론은, 적은 예산으로도 발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오히려 더 진하게 발리의 현지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1박 50만 원 풀빌라 대신 1박 5만 원 민박을 하며, 1일 1 마사지를 했다.


6년 사이 발리도 많이 변해서 우붓 시내에서도 5성급 호텔에서의 근사한 브런치와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또, 우붓의 정글뷰를 즐기고 싶은데 풀빌라에 가지 못한다면 뜨갈랄랑 산책, 하이킹, 래프팅을 가거나 정글 뷰의 카페나 식당을 가는 방법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매력적인 발리를 즐길 방법은 많으니 노 프라블럼!


보고 싶은 발리 가족들 (2024년)



+) 찍짝(도마뱀)은 풀빌라든 민박이든 그냥 옵션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 방 안에서 마주칠 일은 잘 없지만, 마주치더라도 그들도 우리와 그다지 가깝게 교류하고 싶어 하진 않기 때문에, 오히려 모기보다 전혀 성가시지 않은 존재이다. 찍짝은 식당에서도 기본 옵션이다.


1성급이라고 벌레가 많고 5성급이라고 벌레가 적은 건 아니다. 비싼 숙소라고 해도 관리가 미흡하면 개미나 모기가 방으로 들어오기 쉽다. 보다시피 환경 자체가 야생이기에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아주 드물게 왕바퀴벌레(성인 남성 엄지발가락 크기)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들 또한 발리 사람들에게는 흔히 마주치는 존재인 듯하다.


나도 벌레를 좋아하지 않지만 발리를 여행하며 벌레 때문에 괴로웠던 기억은 없다. 찍짝을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그냥 신기하고 귀여운 도마뱀일 뿐.... (그저 가까이 오지만 말아 다오.)




+) 우리가 경험한 최악의 발리 숙소


'화이트 샌드 비치' 근처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숙소가 별로 없어서 2만 원 정도 하는 동네 민박집을 예약했다. 방은 처참했다.... 방바닥과 벽에는 화장실 타일이 붙어있고, 침대는 마사지베드 같았다. 타일에 꾸리꾸리한 냄새까지 더해져 화장실 안에서 자는 듯한 느낌이었다. 에어컨은 없고 천장에서 요란하게 돌아가는 선풍기가 한대 있었다. 자는 둥 마는 둥 잠을 설치다가 동이 트자마자 체크아웃하고 도망 나왔다. 그래도 추억이다.... :)




+) 혹시 숙소 정보 필요하신 분은 아래 블로그 글 비밀댓글로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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