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발리 뭐가 좋아?"
"일단.... 음식이 저렴해! 만원이면 둘이 푸짐하게 한끼를 먹을 수 있어."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발리에서도 어떤 식당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새 발리도 많이 변했다.
여행자들의 기호에 맞춰 브런치 카페가 많이 생겼다. 6년 전에는 5성급 호텔의 조식에서 맛볼 수 있었던 근사한 브런치를 이제는 우붓 시내에서 먹을 수 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현지 직원들이 반갑게 맞이해주는 브런치 카페에서 아침식사를 즐기려면, 2인 기준 3~4만원은 예상해야 한다. 한국과 별 다를바가 없다.
하지만 현지식당에서 현지식을 먹는다면 발리 물가는 여전히 믿을 수 없을만큼 저렴하다. 유명한 식당보다 현지인들이 애정하는 식당을 발굴하고 모험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우리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그 흔한 나시고렝도 다 같은 나시고렝이 아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식당 사장님의 손맛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이번 여행에서 운좋게 손맛 좋은 사장님을 만나 입에 챡 붙는 나시고렝을 맛볼 수 있었다. 심지어 푸짐하고 맛있는 나시고렝이 한 접시에 1,700원이라니, 돈을 내고 밥을 먹으면서 오히려 돈을 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NASI CAPCAY 약 1,700원
SOTO AYAM 약 1,300원
NASI GORENG 약 1,700원
ORANGE JUICE, AVOCADO JUICE 각각 약 800~900원
이렇게 다 먹어도 6,500원(!)
인도네시아 음식 중 나시고렝이 가장 유명하지만, 우리가 발리에서 더 자주 먹는 메뉴는 나시짬뿌르와 생선구이다.
나시짬뿌르는 한국으로 치면 비빔밥 혹은 백반 같은 느낌이다. 식당마다 반찬이 다르고 반찬은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 밥과 고기반찬, 채소반찬, 삼발소스와 코코넛향이 나는 양파절임 등을 곁들여 먹는다.
다 비슷비슷해보이지만 나시짬뿌르 또한 사장님 손맛에 따라 감칠맛에 차이가 크다. 한국 식당에서도 된장맛에 따라 된장찌개 맛이 각양각색이듯이. 거의 비슷한 재료로 만든 김밥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듯이.
생선구이는 발리에서 10년 이상 산 지인에게 소개받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발리에서 웬 생선구이인가 싶었지만 한국에 돌아오면 제일 생각나는 음식은 단연 생선구이다. 삼발양념소스를 발라 구운 메뉴도 있고, 코코넛커리향이 나는 촉촉한 양념에 찐 듯한 메뉴도 있다. 흰쌀밥과 먹으면 감칠맛이 폭발하는 맛. 여행자들은 아직까지도 잘 모르는 메뉴인지 혹은 호불호가 강한 메뉴인지 모르겠으나, 언제나 식당에는 현지인들 뿐이다. 손으로 생선을 쏙쏙 발라서 밥과 함께 야무지게 먹는 발리사람들을 보고 우리도 도전해보았지만 처참하게 실패했다.
발리 사람들에게 "맛있는 식당 추천해줄 수 있어요?" 물어보면 어김없이 바비굴링을 말한다. 돼지 껍데기, 수육, 소세지 등 다양한 돼지고기를 밥과 함께 먹는 음식이다. 우리는 아직까지 그 매력에 빠지진 못했지만 발리에 갈 때마다 꼭 한 번씩은 먹게 되는 메뉴다. 오묘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우붓 시내에서 20분쯤 이동하면 논뷰(rice field view)의 바비굴링 식당이 나온다. 이미 여행 중이지만 시내를 벗어나 '외식'하는 느낌으로 즐기는 식사는 또 맛이 색다르다.
발리여행 5일차쯤 되면 새로운 맛에 눈을 돌리게 된다. 우리가 매일 밥을 먹지만 때로는 파스타도 먹고 싶고 짜장면도 먹고 싶듯이. 발리에는 일식, 베트남식, 한식, 양식 등 없는 게 없다. 그중 2024 발리여행에서 우리가 사랑에 빠진 메뉴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피자다.
이미 여행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한 피자집. '피자가 뭐 그리 맛있을까?' 기대없이 먹었는데 눈이 동그래지고 절로 끄덕이게 되는 맛이었다. 심지어 한판에 5,000원~6,000원. 짱구(발리의 다른 지역이름)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 쉐프가 직접 열변을 토하며 추천해줬던 피자보다도 맛있었다.
발리 식당에서 남편이 제일 자주 하는 말은 단연코,
"Orange Juice with sugar, please!"
우리는 한국에서 식사할 때 음료를 시키는 일이 잘 없는데, 발리에서는 식사할 때마다 음료를 꼭 곁들이게 된다. 남편은 'Squized Orange Juice (with Sugar)' 나는 주로 'Squized Lemon Juice (without Sugar)'. 말그대로 착즙쥬스다. 그 중에서도 오렌지 쥬스는 초딩입맛 남편이 특별히 애정하는 음료인데, 우리나라의 귤 혹은 미국의 오렌지와는 다른 발리 오렌지만의 향기가 있다. 짜고 맵고 약간 기름진 발리 현지 음식과 궁합이 아주 좋다.
*식당에 따라 '오렌지 쥬스'와 '오렌지 착즙쥬스' 두 가지 메뉴가 있는 곳이 있는데, 착즙한 오렌지 쥬스여야 그 본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쾌적하고 비교적 위생적이고 서비스가 좋은 레스토랑에서 대중적인 맛의 나시고렝을 먹고 싶다면 그리 하면 된다. 공간은 협소하지만 현지의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나시고렝을 먹고 싶다면 현지 식당에 가면 된다. 저렴한 현지식당이라고 결코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오히려 더 맛있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취향껏 선택하면 될 일이다.
이외에도 소개하지 못한 폭립, 사떼(주로 땅콩소스 바른 꼬치), 바나나튀김(with 아이스크림), 갈비탕, 코코넛크림스프 등등 맛있는 음식들이 줄서있다. 발리에는 나시고렝, 미고렝만 있는 것이 아니니 다양한 음식을 시도해보기를 :)
6년 전에 비하면 발리도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투정 부렸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터무늬없이 저렴하다. 8년 전 발리행 비행기 티켓은 40만원대였고, 6년 전에는 60만원대였다. 무려 직항이었다. 지금은 싱가폴 경유로 가도 120만원이다. 비행기값이 오른 것에 비하면 미안할 만큼 음식값은 거의 그대로이다. 김밥이 4,000 ~ 5,000원인 요즘, 한국 식당에서 메뉴를 선택할 때 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장을 볼 때도 결제하기 전 장바구니를 다시 살펴보며 불필요하게 담은 건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그렇기에 발리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에 저렴한 물가가 큰 몫을 한다. 이후에 발리에서의 '의'와 '주'에 대해서도 다루겠지만 발리에서는 먹고 입고 자는 것에 대한 부담감에서 자유롭다.
여행하는 동안 잠시나마 돈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취향껏 선택할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발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Q. 발리 밸리 ?
발리 여행자들 사이에는 '발리 밸리'라는 증상이 흔하다. 배탈 같은 느낌인데, 석회물, 위생, 기름진 음식, 자극적인 양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발리 밸리에 걸리면 아래 위로 쏟아내며 배가 많이 아프다고 한다. 나와 남편은 네 번의 발리 여행을 하는 동안 단 한번도 발리 밸리를 겪지 않았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듯 하다. 우리의 경우 길거리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사먹고도 멀쩡했다. 다만 생수는 꼭 병에 든 것을 사먹는 것이 좋겠다. 양치도 생수로 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양치는 수돗물로 해도 아무 문제 없긴 했다.
운이 좋았을 수도 있지만, 평소에 위장이 아주 예민하지 않다면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