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텔라윤 Oct 11. 2024

발리에서 빈둥거릴 자유

발리 우붓 시크릿 카페

발리 사람들은 부지런하다. 새벽같이 일어나 신께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부지런한 그들 덕분에 아침에 문 여는 카페와 식당도 많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일이다.


발리 사람들은 부지런하지만 여유롭다. 서두르는 법이 없다. 발리에는 '빨리빨리'가 없다. 습관적으로 빨리빨리 움직이고 얼굴에 걱정을 비추는 내게 발리 사람들은 말한다.


"Take your time."

"No need to hurry."

"Relax."

"No Problem."


발리에 사는 동물들도 발리 사람들과 성품이 닮았다. 길에 사는 동물들도 경계심이 덜하고 느긋하고 여유롭다. 우리는 발리의 동물들에게 배울 필요가 있다. 서두르지 않는 여유로운 성품을.


카페에 앉아있으면 자연스럽게 다가와 턱을 기대고 잠을 청하는 강아지
아침 일찍 일어나 일광욕하는 돼지 아니고 강아지 (미안해 브리노)
사원에 널브러져 자는 강아지
자리 옮겨서 또 자는 강아지
손님과 합석한 고양이 / 사진 백장 찍어도 모르고 자는 중
보고 있자니 나도 잠이 온다
여유로운 자태의 고양이


발리를 휴양지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발리에는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도 많다. 우붓 강 래프팅, 우붓 화산 일출 하이킹, 서핑, 스쿠버다이빙, 쿠킹 클래스, 사원 투어, 폭포 투어 등등.


발리는 제주도 3배 크기의 섬이다. 지역별로 특색이 달라서 한 번의 여행으로 발리를 다 즐기기에는 역부족이다. 빡빡하게 일정을 짜고 부지런히 이동하며 여행해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발리를 처음 여행한 후에 발리의 매력에 빠진다면 어차피 또 올 수밖에 없다. 나도 이제 겨우 네 번째 발리이지만, 그 네 번의 경험이 모두 다르다. 알면 알수록 발리의 늪에 더 깊게 빠져드는 느낌이다.


발리의 오라오라병을 어떻게 고칠지 나중 일은 나중에 걱정하자. 성급한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발리에서의 여유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발리에서 즐기는 여유 (1)


우붓의 한적한 카페에서 반나절쯤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보자. 복잡한 우붓 시내에서 이어지는 골목으로 쑥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이쪽으로 오시죠.


이름 모를 예술가의 작품과 눈이 탁 트이는 논 뷰(rice field view)를 감상하며 걷는 시간.


우붓시내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교통체증이 심하고 세계 곳곳에서 온 여행자들로 북적거린다. 우붓의 가장 큰 장점은 한가로움, 여유로움인데 아쉽다. 하지만 우붓시내를 살짝만 벗어나도 여전히 날 것 그대로의 우붓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많다.


이름 모를 아티스트의 작품들
한적한 논뷰의 산책길


잠시 걷다 보면 비밀스럽게 숨겨져 있던 카페가 나타난다.


카페 테이블 위의 고양이


"하- 좋다."


숨통이 트인다.


과일주스를 마시며 빈둥빈둥 책을 읽어도 좋고, 낮잠 자는 고양이 옆에서 노곤하게 쉬어도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념무상 멍을 때려도 좋다.


여행도 때론 피곤하다. 티켓팅을 하는 것부터 계획을 세우고 낯선 여행지에서 적응하는 것도 에너지가 쓰인다.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알게 모르게 나를 괴롭힌다.


하루쯤은, 아니 반나절쯤은 모든 의무감을 내려놓고 그냥 빈둥거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여유롭게 책을 읽어도 좋고
맛있는 과일 주스 마시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도 좋다
라지 사이즈 빈땅을 마시며 빈둥거리는 것도 좋다


"좋다. 좋다." 소리가 입에서 절로 튀어나온다.


아무 목적 없는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면 금세 날이 어두워진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며 아쉬워하지 않아도 괜찮다. 논뷰의 산책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일몰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일몰은 날마다 다르다. 어떤 날은 샛분홍의 황홀한 일몰을 볼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은은한 하늘에 만족해야 할 수도 있다.


아무렴 어떠한가. 우리는 지금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있고, 아름다운 발리에 와 있다. 발리는 나에게 자유와 여유를 주는 곳이다. 남들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나로 존재할 자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인 덕분에 이렇게 또 발리에 왔다.


꿈꾸는 일이 있다면,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시작해 보면 어떨까. 지금 그런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꼭 무언가를 가지는 것만을 꿈꾸지 않아도 된다. 무언가를 가져야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를 거듭 행복에서 멀어지게 한다.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 이 모든 순간에 행복이 담겨있다.


나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를 내가 정해야 한다. 남들에게 중요한 일이 나에게는 의미 없을 수도 있다. 남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걸 다 채우려고 하다 보면 정작 내 삶을 살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는다. 나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내 마음에 귀 기울이며 살아보자.


하루아침에 잘 되지 않아 연습이 필요하다. 나 역시 여전히 연습 중이다. 8년 정도 연습하니 아주 조금씩 선명해진다.


선택의 기로 앞에 설 때마다 시선을 안으로 돌려 내 마음에 집중해 보자.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나를 믿고 나의 선택을 따르며 살다 보면, '내 안의 나'도 나를 믿고 더 선명하게 답해줄 것이다.


Don't dream your life. Live your dream :)
Fill your life with love.
받아들이고 내맡기고, 나의 삶을 살기.

*이곳에서는 쥬스와 빈땅 정도를 마시자. 식사는 쏘쏘. 식사를 시키면 파리들이 파티를 시작한다.


이전 04화 1박 5만원, 발리에서 만난 천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