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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윤 Oct 14. 2024

발리 경찰한테 삥뜯겨도 노 프라블럼(!)

그럼에도 오토바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경찰이 진짜 삥을 뜯을 줄이야


2015년, 처음 발리에 갔을 때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경찰한테 삥을(?) 뜯겼다. 갑자기 길 위에서 경찰들이 우리를 비롯한 여행자들을 불러 세웠고 벌금명목으로 무려 100달러를 요구했다. 약간 당황했지만, 여행을 준비하며 발리의 삥뜯는 경찰에 대해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침착하게 연기를 시작했다.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쏘리.... 우리는 그 돈이 없어."


경찰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럼 너네 오토바이랑 여권은 경찰서로 가져갈게. 호텔 가서 돈 갖고 경찰서로 와."


그 당시 내 가방 속에는 돈이 있었지만, 울듯한 표정으로 혼신의 연기를 하며 남편에게 말했다.

"오 마이 갓.... 여보 돈 있어? 돈 있는 거 다 드려."


남편이 비상금으로 주머니에 넣어둔 꼬깃꼬깃한 2만 원가량의 돈을 꺼내어 펼쳐 보였고, 나는 그 돈을 받아 경찰에게 건네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정말 이게 전부야. 오늘 저녁 먹을 돈도 없다고. 한 번만 봐줘요. 플리즈...."


경찰들끼리 눈빛을 주고받더니 특별히 선심을 써주는 듯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종이에 우리가 벌금을 냈다는 확인증 같은 걸 써주면서 오토바이를 타다가 또 다른 경찰에게 걸리면 이 확인증을 보여주라고 했다. 앞으로는 다시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면서.


"그러니까 이 확인증이 있으면 우리는 앞으로 벌금 낼 일이 없다는 거지?" 

거듭 물었더니, 자기가 보증한다며 믿음직스러운 얼굴로 우리를 안심시켰다.


어딘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가다가 경찰한테 삥 뜯겼다. (2015년. Bali)




우리는 지금까지도 그날을 떠올리며 웃는다. 다행히 경찰에게 삥을 뜯긴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요즘에는 헬맷을 쓰고, 일방통행을 거스르지 않고, 특별히 튀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경찰에게 붙잡힐 일은 잘 없다.


그럼에도 만약을 대비해 발리 사람에게 물어보니 대처방법을 알려주었다.

위반한 사실이 없는데 경찰이 오토바이를 세우면 일단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촬영한다. 경찰과 나누는 모든 대화를 촬영하고 벌금 명목으로 돈을 내는 상황이라면 돈을 경찰에게 건네는 장면까지 모두 영상으로 남긴다.

_발리 공무원이 이야기해 준 대처방법(2024년)


발리 경찰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여행자들 삥 뜯는 만행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조심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유 없이 돈을 요구한 게 맞다면, 그 경찰은 불명예스럽게 망신을 당하며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여전히 오토바이를 타고 경찰 옆을 지나갈 때마다 괜히 눈치를 살피고 침을 꿀꺽 삼키지만, 발리 오토바이 여행을 포기할 이유가 되진 않는다.


없어져야 하는 묵은 관행이지만, 너무 열받진 말자~ (2024,Bali)


'그나저나 오토바이 위험한 거 아닌가?'


물론 오토바이를 타든 자동차를 타든, 한국에서든 발리에서든, 도로 위에는 위험요소가 늘 있고 방심하지 않고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오토바이 없는 발리여행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Happy Happy! Why not?


발리에서 오토바이가 주는 자유


01 교통체증을 비껴갈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한다면 발리에서의 많은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야 한다. 그나마 우붓은 꾸따나 짱구에 비하면 덜 복잡한 것 같기도 하지만, 우붓의 교통상황도 6년 전과 비교하면 심각하다.


Traffic jam in Ubud, Bali.


02 발리의 인도는 여전히 열악하다.

나는 일상에서도 여행 가서도 걷기를 좋아하고 오랜 시간 잘 걷는 편인데도, 발리에서는 길이 울퉁불퉁해서 조금만 걸어도 쉽게 피로해진다. 인도가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쾌적한 인도를 상상하면 안 된다. 물론 우붓 시내 안에서는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다. 우리도 우붓 시내 안을 돌아다닐 때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주차해 두고 걸어 다니곤 한다. 하지만 오직 두 다리에만 의지해서 발리를 여행하기엔 발리는 넓고 시간은 늘 부족하다.


오토바이의 주행도로는 자동차와 자동차 그 사이, 틈만 있다면 어디든....


 03 발리의 구석구석을 탐방할 수 있다.

뜨갈랄랑 트래킹, 도매거리 쇼핑, 폭포여행, 사원탐방, 외곽의 맛집탐방 등등 택시를 타거나 가이드를 구하거나 원데이투어 등을 통해서 가야 하는 곳도 오토바이가 있다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우붓 시내에서 밥 먹고 마사지받고 마트 구경하고 쇼핑하고 요가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지만, 우붓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사람도 없고 교통체증도 없는 탁 트인 날 것의 우붓을 만날 수 있다.


우붓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리얼한 우붓 속으로
풍덩 :)


현지인들처럼 살아보아야 그 나라의 진짜 매력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신발은 안 신어도 오토바이는 타고 다니는 발리 사람들처럼 살아보려면, 역시 오토바이 운전은 필수라 여겨지는 것이다. 게다가 발리에서는 남녀노소 오토바이를 타기 때문에 자동차 운전자들도 오토바이를 배려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한국에서 오토바이를 탈 때보다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오토바이 탈 땐 자외선 차단을 위한 긴 옷과 장갑, 선글라스는 필수.


무질서 속의 평화


발리 사람들은 신생아 시절부터 오토바이를 탄다. 발리의 엄마들이 아기띠를 매고 오토바이 타는 모습도 흔하다. 어른 한 명과 아이 셋이, 그러니까 총 네 명이 한 오토바이에 끼여 앉은 장면도 일상적이다. 부모님이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탄 어린아이들은 그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로 위에서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도 부모님이 자녀들을 오토바이로 태워다 준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은 직접 오토바이를 운전한다. 우리의 기준에서는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오토바이는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함께 하는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존재다.


이 오토바이 위에도 최소 3명, 혹은 4명이 함께 타고 있다.


겉보기에는 복잡한 발리의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게 위험하게 보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발리, 특히 우붓의 도로에는 신호등, 횡단보도가 거의 없다. 사거리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차도는 좁고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넘쳐나기 때문에 '중앙선 침범'과 '추월'은 기본(?)이다.


하지만 일단 오토바이를 타고 그들의 문화 속으로 풍덩 뛰어 들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엉망진창인 듯 보이는 무질서 속에 그들만의 암묵적인 룰과 배려, 심지어 평화가 깃들어 있다는 걸.


혼란스러운 발리의 도로 위에서 고성이 오가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한국이었다면 벌써 '빠아앙'소리로 귀가 먹고 불쾌지수가 치솟아야 할 상황임에도 발리 사람들은 태연하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삑' 부저를 울리는 것도 "비켜!" 혹은 "빨리 가!"의 의미가 아니라 "여기 오토바이 있어요." 혹은 "오토바이 지나갑니다." 하고 자신의 존재를 다른 운전자에게 알리는 용도로 쓰인다. 물론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 서로 부딪힐 뻔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험상궂은 표정 대신 '오우. 큰일 날 뻔!'이라고 말하는 듯한 약간 놀란 표정을 짓는 정도에 그친다. 예를 들면 (*0*) 이 정도....?


교통체증 속에 꽉 막혀 오토바이조차 꼼짝 못 하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조바심 내지 않는다. 교통체증이 풀리길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바로 옆 오토바이에 앉은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그들은 어김없이 턱을 살짝 까딱이며 활짝 웃어 보인다. 말은 하지 않지만 '대단한 교통체증이지? 즐겨~ 노 프라블럼~'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수많은 여행자들의 서툰 오토바이 운전 솜씨와 그런 여행자들로 인해 점점 심해지는 교통체증에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참 신기한 사람들이다. 그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우리도 점점 그들의 여유를 닮아간다. 발리매직(Bali Magic)이다.


"뭐가 그리 급해~ 노 프라블럼~"


오토바이 운전이 가능하다면 발리에서 누릴 수 있는 매력은 무한하지만, 혹여나 오토바이 운전을 못한다고 해도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또 우리에게는 시원한 택시도 있고 대신 오토바이 운전해 주는 그랩 친구들도 있고 튼튼한 두 다리도 있다.


One and Only


나만의 베스트 드라이버


나 또한 남편 덕분에 다이나믹하고 다채로운 발리 여행을 즐기고 있다. 그는 마치 발리 사람처럼 교통체증을 피해 요리조리 운전하고, 한번 가본 길은 지도 없이도 찾아간다. 나중에 혹시 발리여행을 가면 큰 오토바이를 타고 싶다며 작년 12월에는 오토바이의 모든 기종을 운전할 수 있는 ‘2종 소형 면허증’을 따기에 이르렀는데…. 결국 6년 만에 우리는 발리에 다시 갔고, 155cc의 오토바이를 빌려서 더 편하게 발리 곳곳을 누볐다. 


나도 다음 발리 여행 때는 나만의 스쿠터를 빌려 발리를 만끽하고 싶은, 새로운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소리없음)


Q. 발리 오토바이 어디에서 빌리나요?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할 수도 있지만 직접 가서 빌리는 걸 추천합니다. 발리에 가면 거리에 오토바이 렌탈샵이 많아요. 슬슬 둘러보며 가격을 물어보고 비교해 보면서 대략적인 평균가격을 파악해 보세요. 그런 후에 마음에 드는 오토바이가 있었던 곳에서 평균 가격보다 좀 더 저렴하게 가격흥정을 해서 빌리면 됩니다. 숙소를 통해 소개받아도 좋습니다.


Q. 하루에 렌탈비는 얼마 정도 하나요?

스쿠피(110cc) 기준 하루 8~9천원, 엔맥스(155cc) 기준 하루 1만 1천원 정도입니다. (2024년 9월 기준) 기름은 1만 2천원이면 거의 가득 채울 수 있지만, 저희는 잔돈이 모이면 3천원씩 야금야금 충전하며 다닙니다.


Q. 운전면허증은 필수인가요?

원칙적으로 발리에서는 국제면허증이 있어도 '인도네시아 면허증'이 없으면 운전이 안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행자 없는 발리는 상상할 수 없기에,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원칙인 듯합니다. 국제면허증을 가져가시는 게 좋습니다. 오토바이 렌탈샵에서 면허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말로만 물어보는 경우도 있지만, 계약서에는 면허증이 필수라고 쓰여있습니다.


안전한 여행 하시길 :) 옴 샨티샨티샨티 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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