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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윤 Oct 20. 2024

글쓰기 검열자 퇴치 작전

01. I am the ONLYONE


글을 쓰기 시작하면 찾아오는 참견쟁이가 있다.

'네가? 글을 쓴다고?'


애써 덤덤하게 계속 써보지만, 눈동자가 흔들린다.

'심지어 네 이야기를 쓴다고? 너 관종이야?'



너 뭐 돼?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그 끈질긴 존재, 내 안의 검열자이다. 검열자는 글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창작하는 사람 괴롭히기를 즐겨한다. 창작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검열자의 존재에 당황한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와 떠드는 검열자의 말을 듣다가 어느새 그의 말에 수긍하고 만다.


'그러게, 내가 뭐라고 글을 쓰나.... 나 같은 평범한 사람 이야기를 누가 궁금해하기나 할까?'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검열자와의 동행 또한 시작되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좋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예외 없이 검열자가 찾아올 것이다. 한번 눈도장을 찍은 사람은 끈질기게 쫓아다닌다.



I am the ONLYONE


검열자가 나타났을 때 떠올릴 수 있는 나만의 만트라를 하나씩 준비하자. '내가 쓰는 글이 무슨 의미가 있나?' 회의감이 올라올 때마다 나는 본질을 떠올린다.


"나는 세상 유일무이한 존재다. 나의 이야기는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다."


이건 위로의 말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이다. 세상에 글 쓰는 사람은 많고 같은 소재의 글이 이미 많다 해도 나의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는 사람은 나 한 사람뿐이다. 나보다 나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줄 사람은 없다. 누군가 쓴 글이 마치 내 마음을 대신해 쓴 것 같이 공감이 돼도, 그건 그 사람의 이야기다. 나의 이야기는 내 마음과 내 생각과 내 손을 거쳐 나에 의해 쓰여야 한다. 어떠한 삶이든 나의 삶을 온전히 경험한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나 하나뿐이니까.


많은 작가들과 현인들도 거듭 당부한다. 당신의 삶을 살라고,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를 멈추지 말라고.


"대시인의 시가 감동을 줄지라도 자신이 쓴 시만큼 자기 삶의 중요한 부분을 건드리는 시는 없다."
_류시화, <시로 납치하다>, (더숲, 2018)
"나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
_도로시 앨리슨



지난 8년, 나의 삶을 살기로 선택한 후, 검열자가 숨겨놓은 덫에 걸려 수없이 고꾸라졌다. 글을 쓰다가 멈췄고, 그림을 그리다가 그만두었다. 나의 이야기를 덮어버렸다. 빛나는 나의 이야기들은 시간 속에 묻혀버렸다. 오직 나만이 쓸 수 있었던 유일무이한 이야기들이 쓰레기통 속에 처박히고 말았다.


하지만 결국 또다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검열자는 검열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갈 뿐이니 나 역시 나의 삶을 살아야겠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검열자 탓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검열자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누군가를 탓하는 건 내 인생의 주도권을 남에게 넘겨주는 일이다.



그래도 검열자라는 존재가 두렵다면,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을 기억하자.


검열자는 형체가 없다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두려움에 몸이 얼어붙어 옴짝달싹 못한다고 느낄 때, 숨을 고르며 두려움이라는 존재를 가만히 직시해 보자. 두려움은 실제로 우리를 숨 막히게 하지만, 결코 나의 솜털 한 가락도 건드리지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이다. 검열자도 마찬가지다. 물론 검열자의 힘은 우리의 창작활동을 멈추게도 만들만큼 강력하다. 하지만 두려움에 차가워진 손끝으로라도 계속 써나간다면, 검열자도 우리의 움직이는 손가락을 막아 세울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검열자도 힘을 잃고 구름처럼 서서히 흩어진다.



매일 글을 쓴 지 1년, 검열자는 여전히 부지런히 찾아온다. 하지만 이제는 검열자의 존재가 두렵지 않다. 오랜 세월 함께 한 검열자에게 연민을 느낀다.


검열자로부터 온 메시지.

"안녕? 네가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소문을 들었어. 이 얘기를 썼다가 저 얘기를 썼다가 그런다지? 그걸 글이라고 쓰는 건 맞지? 아니 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예전에는 내가 무서워서 말도 글도 삼켜버리더니, 너 좀 변한 것 같아. 그래, 글을 쓰는 건 네 자유지. 하지만 내가 늘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잊지 마."


RE: 검열자로부터 온 메시지.

"부지런한 검열자야 안녕? 또 왔니? 너는 나한테 관심이 참 많구나. 뭘 좀 하려고 하면 나타나니 말이야. 너도 자주 보다 보니 이제 익숙해진 것 같아. 오히려 네가 도움이 될 때도 있어. 그러니 내 옆에 있어도 괜찮아. 우리 어쩌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매일 쓰다 보니 엉망진창인 나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됐거든."


p.s. 검열자야, 혹시 너도 사실은 나처럼 글을 쓰고 싶은 게 아닐까? 나를 비난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너만의 창작을 하렴.



나의 이야기를 쓰자.

나로 살아가는 유일한 지금을 만끽하자.

"잊지 말아라. 내가 없어지면 지구가 없어지는 거다. 내가 없어지면 50억이 없어지는 거다. 나를 대신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내가 없어지면 그만큼 지구가 하나 가벼워져. 나를 대신할 사람은 이 지구에 아무도 없다."

_고(故) 이어령 선생님





*참고 : 검열자가 자주 쓰는 말들

'이 정도는 누구나 하지 않나?'
'굳이 내가 해야 할 필요가 있나?'
'이건 너무 유치하지 않나?'



*대표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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