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Am I ?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글쓰기를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도저히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오늘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10년 전, 나는 늘 밖에서 답을 구하며 살았다. 유튜브에 자기 계발 콘텐츠가 별로 없던 시절이라 사람들을 실제로 찾아다녔다. 내 눈에 멋있어 보이는 사람들,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찾아가 물었다.
"당신처럼 멋있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가 뭘 하면 좋을까요?"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을 착실하게 들으며 살아왔고, 그들이 나에게 약속했던 성공적인 삶 가까이에 와 있는 것 같은데도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심지어 불행했다. 그때 나에게 '그 답은 네 안에 있다.'라고 말해준 이는 없었다.
나의 모든 행복과 만족감, 충만함을 밖에서만 채우며 살아왔다.
내가 어떨 때 평안함을 느끼고 기쁨을 느끼는지, 내가 어떨 때 긴장하고 불편함을 느끼는지, 내가 뭘 할 때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는지, 나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스스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내가 누구인지, 깊은 내면의 진짜 내 모습까지 아는 사람은 없다. 남은 알 수가 없다. 오직 나만이 알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물어봐줘야 한다.
8년 전, '혼자만의 글쓰기'로 모닝페이지를 시작했다.
모닝페이지는 책 <아티스트웨이>에서 소개하는 창조성 회복을 위한 도구이다.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쓰는 게 좋다.
손으로 글을 쓰고, 3페이지를 다 채울 때까지 끝까지 써야 한다.
모닝페이지는 철저하게 혼자 하는 글쓰기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글이 아니기에 아무런 검열 없이 쓸 수 있다. 모닝페이지는 일기나 에세이와는 다르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연습하는 게 아니다. 그저 떠오르는 그대로 손을 움직여 받아 적기만 하면 된다.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비몽사몽 책상 앞에 앉았다. 40분에서 1시간쯤, 손이 움직이는 대로 써 내려갔다. 첫 문장은 대부분 부정적인 말로 시작했다. 지난밤 꾼 악몽, 어젯밤 잠들기 전 떠올렸던 걱정거리들,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가득 찬 검열자가 지껄이는 말들이었다.
지난 화에서 말했던 창작 하며 만나는 내 안의 검열자를 모닝페이지에서 적나라하게 만날 수 있었다. 어떤 말이 튀어나오든 상관없이 3페이지를 채울 때까지 계속 써 내려갔다. 그러고 나면 3페이지를 마무리할 때쯤에는 하늘 위 구름이 흩어지듯 내 마음도 개어있었다.
신기하게도 억지로 좋은 말을 끌어다 쓰지 않아도 초반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걷히고 나면, 사랑의 말들이 흘러나왔다. 사랑, 자유, 평화, 평안, 기쁨, 축복, 감사의 말들이 내 안에서 샘솟아 손으로 흘러나왔다.
12주 동안 매일 아침을 모닝페이지와 함께 하며 맑게 갠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모닝페이지는 내 안의 나와 1:1로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남들이 좋다는 거 말고, 네가 원하는 거."
"너는 언제 행복해? 언제 기쁨을 느껴? 네가 견딜 수 없는 상황은 뭐야?"
"네가 기쁨을 자주 느끼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금 당장 네가 시작해 볼 수 있는 건 뭘까?"
모닝페이지를 씀으로써 놀라운 변화들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내 안의 나와 대화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남에게 ‘나 어떻게 살면 좋을까요?’ 묻지 않는다. 살면서 길을 잃고 헤맨다는 느낌이 들 때면 나에게로 돌아와 묻는다. ‘우리 어떻게 해보면 좋을까?‘
나와 대화하는 습관, 나를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습관은 글을 쓸 때도 도움이 됐다. 1년 전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하고 글감이 없어서 고민했던 날은 없다. 자랑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그랬다. 오늘 하루 특별한 일이 없었을지라도, 오감이 깨어있는 채로 살면 모든 순간이 글감이 된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뭘 써야 하나요?"이다. 물론 글감은 여기저기에서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진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남이 알려줄 수 없다. 결국 내가 나를 알아줘야 한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나는 누구인지, 혼자 글을 쓰며 나와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 하는 글쓰기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도움이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답 역시 책, 영상, 강의 등 여기저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만, 결국 내가 진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는 나 스스로 찾아나가야 한다.
물론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끊임없이 나와 대화하고, 글 쓰며 나아간다면,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설사 길을 잃더라도 살아만 있다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답은 언제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지금 여기, 내 안에 있으니까.
내 안에 무한한 세계가 있다. 그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자격은 오직 나에게만 주어졌다. 우리는 모두 같은 우주,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저마다의 세계를 품고 있다. 글을 쓰면서, 밝혀지지 않은 내 안의 신비로운 세계를 마음껏 탐험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