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을 감별하는 방법
드디어 다시 시작되었군.
돌아올 줄 알고 있었네.
가슴 깊이 환영하네.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미 몇 번 들어본 적 있는 낯익은 목소리였다.
내 영혼이 기뻐하는 일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때, 내 안에서 솟아나는 에너지로 열정을 다할 때만 들려오는 목소리.... 12주간의 모닝페이지 글쓰기를 할 때,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를 할 때, 손 놓았던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을 때, 무아지경으로 그림에 몰입하고 있을 때,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글쓰기에 빠져있을 때도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의 음성인지 알 길이 없었으나, 설렘과 기쁨으로 반가워하는 목소리인 건 분명했다. 목소리의 주인은 지금 내가 '진실되게 나의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선명한 음성을 들으면서도 명료하게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몇 해가 흘렀다.
지난 두 달간 휴식하며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글쓰기를 잠시 의도적으로 멈추고, 독서에 대한 허기를 달랬다. 오랜만에 시간제한 없이 책을 읽고 손으로 꾹꾹 눌러 필사하고 필사한 문장을 사색했다. 그런 나를 누군가 지켜봐 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있었지만 조금도 외롭지 않았다.
그렇게 강물처럼 흘러가듯 지내다가, 어느 날 불현듯 '그 목소리'의 존재가 떠올랐다. 그 목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온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흘러나온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나였다. 내 영혼의 목소리였다. "갑자기 깨달았다고?" 의아할 수 있지만 어떤 중요한 알아차림은 빛처럼 조용하고 빠르게, 머리와 마음을 거치지 않고 가슴에 꽂히기도 한다.
우리 영혼은 늘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평소에는 소리 없이 우리 안에 웅크리고 있다가 우리가 올바른 길 위에서 올바른 행동을 할 때, 소리 높여 신호를 보낸다.
맞아. 그게 네 길이야.
물론 반대의 경우에는 더 크게 소리 높인다. "그 길은 아니야!"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야 한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라는 말에 100% 동의하면서도 가슴으로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선명하게 알고 있다. 내 영혼이 이끄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내 영혼에 귀 기울이며, 영혼이 기뻐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만약 글 쓰는 일이 부담스럽다기보다 즐겁게 느껴진다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면, 글 쓸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글쓰기가 당신의 길일지도 모른다. 글쓰기가 아닐지라도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맞는 길이 있다. 그 길은 오직 자기 자신만 알 수 있다. 나의 길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고요하게 깨어있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진솔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영혼의 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에게는 특별한 글쓰기 기술도, 전문지식도, 뛰어난 문장구사능력도 없지만, 그럼에도 글쓰기는 내가 자연스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기쁨과 감사, 사랑이 샘솟는 일이다. 내 영혼이 반기고 기뻐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오랜만의 글쓰기가 어색하고 뚝딱거리면서도, 오늘도 막막함을 끌어안고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글을 써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